“AI야 다음주 출장 일정 잡아줘”...사무실 파고든 AI 에이전트
단순 생성형 넘어 ‘AI 에이전트’ 진화…사무·서무직 노출도 ‘82’ 최고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직장인 A씨는 최근 출장 준비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과거엔 항공권 검색부터 호텔 예약, 사내 결재와 일정표 등록까지 반나절 이상 걸렸지만, 이제는 사내 AI 시스템에 “다음 주 대구 출장 일정 잡아줘”라고 입력하면 끝이다. AI가 교통편과 숙소를 추천하고 결재 문서 작성부터 캘린더 등록까지 처리한다. 단순한 ‘질답형 챗봇’을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AI 동료(에이전트)’가 사무실 풍경을 바꾸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단순 문서 요약이나 업무 보조 단계를 넘어 인간의 지시를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노동 시장의 구조적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26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NABO 인구·고용동향 & 이슈’에 따르면 글로벌 민간 AI 투자 규모는 지난해 3447억달러로 전년 대비 127.5% 급증했다.
미국의 민간 AI 투자 규모는 2859억달러로 중국(124억달러)의 23배 수준에 달했다. 조직 차원의 AI 도입률은 88%로 PC·인터넷 보급 당시보다 빠른 확산 속도를 보이고 있다.
AI 기술은 이제 단순 생성형 단계를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010년대 ‘예측·분류 AI’, 2022년 이후 ‘생성형 AI’, 2023~2024년 ‘멀티모달 AI’를 거쳐 최근에는 자율 판단과 실행이 가능한 ‘AI 에이전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목표를 부여받으면 여러 단계를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 AI가 출장 일정을 추천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 AI 에이전트는 항공권 검색과 호텔 예약, 일정 등록까지 직접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AI 에이전트를 실무 일선에 전면 배치하며 지능형 워크플로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구글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도입한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ixi-O)’를 선보였다. 익시오는 통화 맥락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내용을 요약하고 후속 행동까지 추천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역할별 특화 AI들이 서로 협업하는 구조의 ‘AI 뷰티 카운슬러’를 통해 고객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자동화했다.
제조·엔지니어링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LG전자 HS본부는 자율형 AI 에이전트 플랫폼 ‘CHATDA’를 통해 글로벌 수천만대 가전제품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있으며, 한화큐셀은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허가 문서 분석 등에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시장 출시 속도를 30% 이상 끌어올렸다.
눈여겨볼 지점은 과거 자동화 바람이 주로 공장 생산직(블루칼라)을 향했던 것과 달리, 이번 AI 격변의 최전선에는 사무직(화이트칼라)이 서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직종별 AI 노출도를 분석한 결과 경영·금융·기획 등 ‘사무·서무직’의 노출도 지수는 82로 전 직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면 현장 중심의 생산·기능직은 22에 그쳤다. AI가 인간의 인지 영역과 기획 업무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정혜 서울대 공대 기술경영경제정책 협동과정 교수는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기술 발전은 직업 자체의 완전한 소멸보다 직무 내부에서 인간이 수행하던 과업의 대대적인 재배치를 불러올 것”이라며 “데이터 정제나 단순 문서 작성 등 반복적인 서무 업무는 AI가 전담하고 인간은 최종 판단과 창의적 영역에 집중하는 협업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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