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존경심 담아… 휴대전화에 남편 호칭 ‘대통령’으로 저장[사랑합니다]

2026. 5. 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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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합니다 - ‘나의 대통령’ 남편 <상>
남편(왼쪽)과 나의 신혼 시절 사진.

남편 사랑이 각별한 나의 30년 지기 친구는 자신의 배우자를 향한 마음과 태도가 매우 진지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맞벌이 직장인이면서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남편의 도시락을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메뉴를 바꿔 가며 아침 식사는 꼭 7찬 정식으로 먹여서 출근시킨다. 남편의 생일상은 지금까지도 임금님 수라상에 버금가는 진수성찬을 고수하고 있고, 남편이 감기라도 걸리면 몸에 좋다는 약재를 사다가 밤새 약을 달여 먹이는 정성으로 유명하다.

어느 날 카페에서 친구와 차를 마시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친구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기 화면에는 ‘사랑하는 최영 장군’이라고 떠 있었다.

“좀 전에 최영 장군한테서 전화 왔었어.”

“아, 우리 장군님 전화하셨구나.”

남편을 향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친구의 재치에 웃음이 났고, 나 역시 그런 친구의 마음을 닮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날부로 내 남편의 호칭은 ‘대통령’으로 격상되었다. 소탈하면서도 국민에게 존경받던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었고, 이왕지사 남편의 급을 올려 주려면 최고 등급으로 가자는 생각이었다.

남편의 핸드폰 저장 명이 ‘대통령’이 되고부터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이 생겨났다. 명절에 시댁 식구들과 모여 음식 준비를 하던 때였다. 대파와 튀김가루를 사려고 잠시 마트에 다녀온 사이 형님이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올케, 청와대에서 대통령님이 전화하셨어.” 그 자리에 있던 시댁 식구들이 잠시 놀라면서도 함께 박장대소를 하셨다. 남편을 대통령으로 저장했다는 얘기를 뒤늦게 들으신 작은 어머님은 “에구, 나는 여태껏 남편이 속만 썩여서 ‘그 인간’으로 저장해 놨는데, 부끄럽구만. 나도 좋은 호칭으로 바꿔 줘야지” 하시는 거였다. 시어머님의 전언(傳言)으로는 그날 모인 형님과 동서들이 모두 남편의 핸드폰 저장 명칭을 사랑스럽거나 듣기 좋은 이름으로 바꿨단다.

학회 발표가 있어 검은색 정장을 입고 버스로 이동하던 때였다.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받으려던 찰나, 핸드백 소지품이 떨어져 줍던 사이 ‘대통령’ 발신 표시가 뜬 화면을 뒷자리 승객들이 봤나 보다. 공중도덕상 버스 안에서 통화는 가급적 조용히 해야 하기에 입을 가리고 머리는 숙인 상태로 소곤소곤 얘기하고 있는데, 뒤에 앉은 커플이

“요즘 국정원 요원은 버스를 타고 다니나 봐.”

“아냐. 무슨 국정원 요원이 버스를 타?”

“아까 핸드폰에 대통령이라고 찍혀 있었어.”

“지금도 고개를 숙이고 다른 사람들 안 들리게 비밀 얘기하고 있는 거잖아.”

그날 전화 용건은 늦잠 자고 일어난 남편이 어제 먹던 제육볶음 어딨냐고 물어보던 것이었는데, 뒤에 앉은 커플 대화가 하도 진지해서 하차하기 전까지 웃음을 꾹 참고 가야 했다.

고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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