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쓴 침구류만 만져도 감염… 10년전 대유행땐 1만명 사망[10문10답]

박상훈 기자 2026. 5. 2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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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변종’ 에볼라 바이러스
민주콩고 등 ‘분디부조형’ 확산
치사율은 다른 변종보다 낮지만
백신 없어… 사망자 221명 발생
2013~2016년 ‘자이르형’ 유행
서아프리카서 1만1323명 사망
국제사회, 軍병력·의료진 투입
공기 아닌 체액·직접접촉 전파
질병청, 위기경보 ‘관심’ 발령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르왐파라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지난 21일 에볼라 의심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한 환자의 시체가 든 관을 인근 묘지로 옮기고 있다. AFP 연합뉴스

최근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을 중심으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다시 빠르게 확산하면서 또 다른 팬데믹 공포가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이번에 확산하는 분디부조형 변종 에볼라는 치사율이 30∼50% 수준으로 다른 변종들에 비해 낮지만 그간 유행하지 않았던 탓에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피해가 더 큰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국제사회에 처음 보고된 지 수일 만에 의심 환자 수와 사망자 수가 각각 907명, 221명으로 집계되는 등 확산세가 거세지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이에 맞춰 인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은 항공편을 취소하거나 공항·항만 등에서 검역을 강화하면서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 에볼라 바이러스 정의

에볼라 바이러스는 모노네가바이러스목 필로바이러스과에 속하며, 필라멘트형의 외피를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다. 고열과 출혈을 동반하는 치명적 감염병을 일으키며, 초기에는 에볼라 출혈열로 불렸다. 1998년에는 ‘에볼라 유사 바이러스’로 소개됐고, 2002년엔 ‘에볼라바이러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1976년 6월 수단(현 남수단) 은자라 지역 면화공장에서, 같은 해 8월에는 민주콩고 얌부쿠 지역에서 각각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발병 시점은 수단이 빨랐지만, 바이러스 이름은 민주콩고 얌부쿠 마을 근처에 흐르던 ‘에볼라강(江)’에서 따왔다. 이는 바이러스의 정체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되고 명명된 곳이 민주콩고이기 때문이다. 수단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는 이후 분석을 통해 민주콩고 바이러스와는 다른 변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당시 민주콩고에서 318명이 감염됐는데 무려 280명이 사망하면서 세계적으로 이 바이러스가 유명해졌다. 수단에서는 284명이 감염돼 151명이 목숨을 잃었다.

2. 에볼라 바이러스 변종과 치사율

현재까지 발견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6개 종이다. 민주콩고에서 최초로 공식 확인됐던 바이러스는 자이르형으로 불린다. 자이르는 민주콩고의 옛 이름이다. 수단형은 1976년 수단에서 발생했던 바이러스를 말한다. 이 밖에 타이 포레스트형, 레스턴형, 봄발리형, 현재 민주콩고와 우간다에서 유행 중인 분디부조형이 있다. 가장 흔한 자이르형이 치사율도 가장 높아 평균 67%, 최대 90%에 이른다. 자이르형 다음으로 발생 빈도가 높은 수단형의 치사율은 약 50%로 알려져 있다. 분디부조형의 치사율은 과거 발병 때를 포함해 30∼50% 수준이다. 타이 포레스트형의 경우 1994년 코트디부아르의 열대우림에서 발견됐는데, 인간 감염 사례는 1건(연구원)뿐이었고 사망하지도 않았다. 필리핀 등 아시아에서 발생한 레스턴형은 원숭이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인간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2018년 시에라리온에서 발견된 봄발리형은 인체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3. 분디부조형 에볼라의 피해 규모는

이번에 확산한 분디부조형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의심 환자 수와 사망자 수는 민주콩고에서만 25일 기준 각각 904명, 220명에 달한다. 민주콩고와 국경을 맞댄 우간다에서도 민주콩고인 남성 1명이 사후 에볼라로 확진됐고, 또 다른 민주콩고인 여성은 확진됐다가 집중 치료 후 음성 판정을 받았다. 특히 분디부조형의 경우 초기 증상이 독감·말라리아와 유사해 조기 검사와 방역이 중요한데 민주콩고의 검사 시설 및 장비 부족으로 지금까지 의심 환자가 에볼라로 확진된 경우는 61건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민주콩고 정부군과 분쟁 중인 M23 반군이 장악한 민주콩고 남키부주 주도 부카부에서도 확산세가 거세다.

4. 치료제나 백신은 없나

현재까지 개발·승인된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으로는 ‘에르베보’(Ervebo)가 있다. 그러나 에르베보는 10여 년 전 서아프리카에서 대유행한 자이르형 에볼라를 겨냥해 개발됐기 때문에 이번에 유행 중인 분디부조 변종에 대해서는 보호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이처럼 백신이 없는 탓에 분디부조형 에볼라의 경우 치사율이 자이르형이나 수단형보다 낮은데도 피해가 커지고 있다. WHO 전문가들은 분디부조 변종에 대한 백신 개발까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9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본다.

에볼라 치료제의 경우에는 ‘인마제브’(Inmazeb)와 ‘에반가’(Ebanga)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치료제 역시 자이르형 에볼라를 겨냥해 개발됐기 때문에 바이러스 단백질 구조 자체가 다른 분디부조형 에볼라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재로서는 분디부조 변종 치료를 위해 사실상 대증치료(증상 완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 과거 에볼라 대유행 사례는

에볼라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대규모 유행을 일으켰다. 가장 심각했던 사례는 2013년 12월∼2016년 6월 서아프리카 대유행이다. 당시 기니에서 시작된 감염은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 등으로 빠르게 확산했으며, WHO에 따르면 총 2만8646명이 감염돼 1만1323명이 사망했다. 의료 체계가 붕괴되면서 국제사회가 군 병력과 긴급 의료진까지 투입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후 2018∼2020년에는 민주콩고 동부 키부 지역에서 또다시 대규모 유행이 발생했다. 당시에는 무장세력 활동과 의료 인프라 부족이 겹치며 방역에 어려움을 겪었다. 총 3470명이 감염됐고, 2280명이 숨졌다. 당시 WHO는 PHEIC를 선포했다.

에볼라가 최근 재유행하는 지역인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 위치한 고마의 한 병원 입구에서 지난 21일 의료진이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6. 어떤 경로로 전염되나

에볼라는 코로나19처럼 공기를 통해 퍼지는 바이러스는 아니다. 감염자의 혈액이나 침, 땀, 구토물, 소변 등 체액과 직접 접촉할 경우 전염되며, 간혹 감염 환자가 사용한 침구류나 의료 장비 등을 만진 뒤 감염되는 사례도 있다.

특히 장례 과정에서 감염 위험이 높다.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시신을 직접 씻기거나 접촉하는 전통 장례 문화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의료진 역시 보호 장비 없이 환자를 치료할 경우 감염 위험이 크다. 다만 일반적인 일상 접촉이나 단순 대화만으로는 쉽게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 에볼라 주요 증상과 잠복기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통상 2∼21일이다. 감염 초기에는 발열과 두통, 근육통, 극심한 피로감 등이 나타나며 이후 구토와 심한 설사로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에 따라 기침과 흉통, 인후통, 안구 충혈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혈압과 의식 수준이 저하될 수 있으며 발병 후 5∼7일쯤에는 피부 발진과 함께 피부·점막 출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얼굴, 목, 고환이 붓거나 간비대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에볼라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부터 전염력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발병하면 감염자의 체액 접촉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질 수 있어 신속한 격리와 대응이 중요하다. 회복 환자의 경우 발병 10∼12일 전후부터 열이 내리며 증상이 호전될 수 있지만 해열 이후 다시 발열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8. 왜 아프리카에서 자주 발생하나

민주콩고는 1976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확인된 이후 가장 많은 유행을 겪은 국가로 꼽힌다. 이 밖에도 우간다, 가봉, 수단,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전문가들은 중앙·서아프리카 열대우림에 널리 서식하는 과일박쥐를 에볼라 바이러스의 가장 유력한 자연 숙주로 보고 있다. 과일박쥐는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뚜렷한 증상 없이 바이러스를 보유한 채 살아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에볼라 발생 지역 상당수가 과일박쥐 서식 범위와 겹친다.

취약한 의료·방역 인프라도 에볼라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감염 초기 증상이 말라리아나 장티푸스 등과 비슷해 조기 진단이 쉽지 않은 데다, 검사 장비와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환자가 제때 격리되지 못한 채 일반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며 의료진과 다른 환자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9. WHO가 선포한 PHEIC란

WHO는 이번 에볼라 유행에 대응해 PHEIC를 선포한 상태다. WHO가 선포할 수 있는 경보는 PHEIC와 그보다 한 단계 높은 ‘팬데믹 비상사태’로 구분된다. PHEIC는 국제 공중보건에 예외적으로 중대한 위험이 발생했음을 공식화하는 조치로 각국의 긴급 대응과 국제 공조를 촉구하는 효과를 갖는다. 팬데믹 비상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되는 보건 위협이 발생했을 때 선포된다.

WHO는 분디부조 변종 치료제와 백신 부재, 인접 국가 확진 사례 확인, 초기 채취 검체에서 나타난 높은 양성률(13개 중 8개 양성), 의료기관 내 전파 정황, 분쟁 등으로 인한 추가 확산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PHEIC를 선포했다. WHO는 이번 사태가 PHEIC에는 해당하지만 팬데믹 비상사태 기준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는 특정 지역과 국가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어도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변수는 반군 장악 지역과 우간다로 확산한 바이러스를 국제 공조를 통해 얼마나 신속하게 억제할 수 있느냐다.

10. 각국의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 태세는

한국 질병관리청은 지난 19일 민주콩고와 우간다, 남수단을 중점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인접 국가인 르완다,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도 검역관리지역에 포함됐다. 다만 질병청은 유행이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고 에볼라가 주로 감염자 체액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되는 만큼 국내 유입 위험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질병청은 선제 대응 차원에서 감염병 위기경보를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으로 발령한 상태다.

미국은 검역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최근 3주 내 민주콩고·우간다·남수단에 체류했던 미국인들은 워싱턴 덜레스 공항을 통해서만 입국할 수 있다고 21일 밝혔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덜레스 공항에서 강화된 공중보건 검역을 시행하고 있다. 앞서 CDC는 미국에 들어오기 전 몇 주 동안 민주콩고와 남수단에 체류했던 여행객들의 입국을 중단하면서도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미국인에 대해서도 검역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박상훈·정지연·성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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