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아역' 슬럼프 계기 딛고 '기리고'로 탈피…이효제의 원동력 [RE:인터뷰③]

강지호 2026. 5. 2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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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배우 이효제가 슬럼프를 지나 다시 연기를 향한 진심으로 걸어온 시간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이효제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TV리포트 사옥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리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어플리케이션 '기리고'의 저주로 인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 받은 고등학생들이 그 저주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효제는 극 중 사건의 시작점이 되는 인물 최형욱 역을 맡아 열연했다. 최형욱은 해골이 주인공인 액션 플랫폼 게임을 좋아하는 오타쿠 성향의 학생으로,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장난기 넘치는 캐릭터다.

2014년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를 통해 아역 배우로 데뷔한 이효제는 이후 꾸준히 실력파 아역으로 눈도장 찍어왔다. 특히 영화 '검은 사제들', '가려진 시간'을 통해 강동원의 아역으로, 영화 '사도',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에서는 소지섭 아역으로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아왔다.

자연스럽게 대중에게는 '아역 배우'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었지만, 이효제는 '기리고'를 통해 이전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성인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이날 이효제는 "'기리고'는 내 연기 인생의 전환점 같은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 작품 전까지 오디션에서 정말 많이 떨어졌다. 연기에 대한 회의감도 컸고, '내게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도 많이 했던 시기였다"고 돌아봤다.

작품 공개 이후 달라진 반응도 체감하고 있다고. 이효제는 "표면적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개인 계정 팔로워 수"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각국 언어로 메시지가 정말 많이 오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서 번역기를 돌려 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작품 전후로 감량하면서 형욱과는 또 다른 모습까지 보여드린 부분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밖에 나가면 알아봐 주시거나 '기리고' 잘 봤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한국에서의 인기도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효제는 최형욱 캐릭터를 위해 약 20kg 가까이 증량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오히려 살을 찌워 달라고 말씀해 주셔서 캐릭터 이미지를 잡기 더 수월했다. 리딩 때부터 연기적으로 믿어주셨고, 살만 찌우면 된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특히 극 중 죽음과 얽힌 강렬한 장면들보다 평소의 밝고 통통 튀는 형욱의 모습을 표현하는 일이 더 어려웠다고 고백한 그는 "실제 성격은 형욱과 다르게 신중한 편"이라며 "캐릭터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형욱처럼 살아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많이 먹어서 살만 찌우기보다는 형욱이가 좋아할 만한 취미들을 직접 해봤다. 극 중 형욱이 좋아하는 게임 엔딩도 끝까지 봤는데 왜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더라. 그러면서 말도 많아지고 점점 '형욱화' 되어가는 시간이었다"고 웃어 보였다.

오랜 시간 애정을 쏟은 캐릭터였던 만큼 형욱을 떠나보내는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고. 이효제는 "아직도 형욱이 생각이 난다. 형욱으로 살았던 시간이 애틋하게 남아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바로 다음 작품 준비가 있어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려 했다. 실제로 살도 많이 빠져나갔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극 중 최형욱은 놀기 좋아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공부에 누구보다 진심인 학생이다. 하지만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인물로, 결국 '기리고' 앱에 의지하게 된다.

현재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이효제는 자신의 학창 시절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내신 관리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며 "중학교 2학년 때 수학을 계기로 공부에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한 학기 만에 일반고로 전학을 갔다. 코로나 시기이기도 했고, 평범한 학교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효제가 느꼈던 학업 스트레스도 형욱 캐릭터에 반영됐다. 그는 "공부하다가 문제가 안 풀리면 머리를 뜯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형욱 캐릭터에 투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형욱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인데 결과가 잘 따라주지 않는 인물이다. 그래서 더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기리고'라는 앱에 기대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효제는 오랜 시간 '강동원 아역', '소지섭 아역'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성장해 왔다. 그는 "중학교에 올라갔을 때 워낙 잘생긴 배우들의 아역을 많이 했어서 선배들이 우르르 몰려와 나를 보고는 했다. 그런데 '쟤가 걔야? 생각보다 안 닮았는데' 같은 말을 들으면서 슬럼프가 왔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그때는 '나는 왜 연기를 하고 있을까'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떤 수식어든 결국 나를 기억하게 만들어 준 이미지였다"며 "지금은 그 이미지를 하나씩 탈피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또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면서 결국 하나의 과정처럼 쌓여가는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더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역 배우로 시작한 연기는 어느새 그의 삶이자 꿈이 됐다. 이효제는 "친구들과 즉흥 연기를 하는 것도 재밌었고, 대사를 외우고 분석하는 과정 자체가 좋았다"며 "중학교 때 슬럼프가 왔을 때도 단순히 연기를 하기 싫다는 감정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고 회상했다.

이효제는 "어릴 때부터 학교 아니면 촬영 현장이 전부였다 보니 취미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라는 사람은 결국 연기 하나였던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대학 진학 이후에는 더욱 깊게 연기를 고민하게 됐다고 밝힌 그는 "교수님 연구실도 정말 자주 찾아갔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고민 상담을 드렸는데 나중에는 '교수님 또 왔습니다' 하면서 커피도 사 드릴 정도였다"며 너스레를 더했다.

"어릴 때는 감각적으로 연기했다면, 커가면서 감에만 의존했던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기를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한 이효제는 "요즘은 연기에서 결국 중요한 건 상대 배우를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걸 느낀다. 누군가를 비교하거나 판단하기 시작하면 교감이 깨진다는 걸 알게 됐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또 "배우에게 몰입의 순간이 찾아오면 주변이 하나도 안 보인다. 상대 배우의 말과 호흡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그 순간이 끝난 뒤 모니터를 볼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며 "그 감정이 내가 계속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드는 원동력 같다"고 진심을 털어놨다.

"한 가지 이미지로만 남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힌 이효제는 향후 코미디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멜로가 체질' 같은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 편안하게 흘러가는 대사 안에 감동도 있고 웃음도 있는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한양대 어린왕자' 별명에 얽힌 비하인드도 공개됐다. 프로필 여담에 적힌 '동기들에게 어린왕자라고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는 문구에 대해 이효제는 "대학교 동기들이 장난으로 추가한 것"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2024년에 려욱의 '어린왕자'라는 곡이 학교에서 유행했는데, 친구들에게 별생각 없이 '나 예전에 어린왕자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효제는 어린 시절 영화 '어린 왕자' 더빙에 참여했던 이력이 있다. 이후 동기들이 코딩 수업 시간에 장난삼아 프로필 문구를 추가하면서 '한양대 어린왕자'라는 별명이 생겼다는 것.

"요즘은 친구들이 저를 '대배우'라고 부른다"며 웃은 이효제는 "어릴 때는 '중배우', '소배우'라고 불렸는데 이제 잘 나간다고 '대배우'라고 해준다"고 유쾌하게 덧붙였다.

이효제의 전환점이 된 시리즈 '기리고'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강지호 기자 / 사진= 오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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