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서 150조 팔 수도”...‘큰 손’ 국민연금, 28일 국내 주식 투자 비중 손본다
국내 증시의 ‘큰손’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어떻게 손볼지가 코스피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코스피에서 초강세장이 연출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은 올해 목표치를 크게 웃돌기 시작했다. 이에 국민연금이 투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비중 조절)을 위해 국내 주식을 내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달 28일 예정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자산 배분 계획 논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올해 들어 ‘팔자’ 행진... 150조 매도 가능성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공제회 등은 올해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 가운데 ‘연기금 등’은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코스피에서 5조9498억원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6조906억원을 사들였는데, 올해는 방향을 틀어 보유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기 시작한 셈이다. 최근 1년을 놓고 보면 연기금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이달까지, 12개월 중 11개월을 순매도했다. ‘연기금 등’이란 국민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과 같은 연금을 비롯해 교직원공제회 등 공적 기금이 해당된다. 연기금 등에서 국민연금의 투자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만큼 증권가에서는 이들의 거래를 국민연금의 수급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는 배경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필요성이 꼽힌다. 국민연금의 2026년도 기금 운용 계획에 따르면, 연금의 올해 자산 배분 목표는 국내 주식 14.9%, 해외 주식 37.2%, 국내 채권 24.9%, 해외 채권 8% 등이다. 여기에 전술적 자산 배분(TAA)으로 2%포인트, 전략적 자산 배분(SAA)으로 3%포인트의 변동 여지가 있다.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을 목표치인 14.9%에서 5%포인트를 더한 최대 19.9%까지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올해 들어 코스피 랠리로 국민연금의 보유 주식 가치가 크게 늘어나 보유 비율이 최대 허용치를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가치는 2024년 140조원, 2025년 264조원에서 지난 2월 말 395조원으로 폭등했다. 전체 기금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도 24.5%까지 늘었다. 2월 기준, 전체 운용 기금(1610조원)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을 목표치인 14.9%까지 낮추려면 국내 주식 가치를 약 240조원으로 줄여야 한다. 155조원어치를 덜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2월 말 발발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코스피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이미 줄였을 가능성도 있다.

◇증권가 “국내 주식 비율 높일 가능성 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8일 2027∼2031년 중기 자산 배분 계획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주식 비율 상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 주식 목표 비율과 허용 범위와 관련된 여러 안을 논의했는데, 목표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정부가 정책적으로 증시 부양에 힘을 쓰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리밸런싱 차원의 ‘팔자’가 시장에 매도 신호로 여겨질 가능성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원칙이 흔들리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다. 국민연금은 주식·채권·대체 투자 등 자산군별, 국내·해외 등 지역별로 투자 비율을 정해 리스크를 분산해왔다. 하지만 국내 주식 등 특정 자산에 쏠림이 심해지면 장기적으로 리스크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문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책 및 시장 환경 측면에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확대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기관의 자산 배분 및 리밸런싱 결정은 추세를 따르는 순응적 모습보다는 쏠림에 대응해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대응적 방향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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