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K플랫폼 먹방은 '이렇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가 한국 플랫폼 시장 재편의 한복판으로 들어섰다. 배달의민족 모회사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최대주주에 오른 데 이어 배달의민족과 카카오모빌리티 인수 후보로 동시에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DH는 5월 18일(현지시간) 우버가 추가 주식과 옵션을 확보해 발행주식 기준 19.5% 지분과 5.6% 규모 옵션을 보유한다고 밝혔으며 한국 IB 업계에서는 우버가 소위 플랫폼 쇼핑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현금이 만든 인수 엔진
우버는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며 한때 자율주행 및 도심항공 등 다양한 혁신 분야에서 힘있는 존재감을 보인 바 있다.
실제로 2018년 CES 행사를 통해 현대자동차와의 협력으로 UAM 가능성을 띄우기도 했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피어 70에서는 모빌리티의 미래를 위한 가능성 타진이 공격적으로 이뤄졌다. 현장에서 <이코노믹리뷰>와 만난 ATG(Advanced Technologies Group) 소속의 엔지니어 브랜든 바쏘(Brandon Basso)는 "기술적인 진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면서 "우리는 모빌리티 기술의 완성도를 진화시키고 있다"고 자신한 바 있다.
기형적으로 변형되어 뒤틀려버린 한국의 플랫폼 택시와는 다른 모빌리티의 최종진화를 이루겠다는 꿈이다.
문제는 코로나와 함께 시작됐다. 팬데믹과 함께 사업성에 큰 타격을 받자 이동하는 모든 것을 품겠다는 전략을 대폭 수정, 본업인 온디맨드 비즈니스 전략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수잔 앤더슨(Susan Anderson) 우버 호주·뉴질랜드 및 북아시아 총괄은 2019년 당시만 해도 <이코노믹리뷰>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사람에게 다양한 방법을 유기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우버의 목표"라며 " 우버는 이동하는 모든 것의 플랫폼을 지향하며, 이러한 조건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당연하지만 승객들이 우버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그 상상력은 단 1년만에 크게 꺾이고 말았다.
퍼스널 모빌리티부터 정리하더니 2020년 12월 ATG마저 매각했다. 이후로는 콜과 우버이츠 등에 집중하며 말 그대로 모빌리티 온디맨드 플랫폼 전략이라는 자사의 정체성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가운데 비록 상상력은 거세됐으나, CEO 교체와 함께 시작된 우버의 '본업 집중하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방향성으로의 진화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바로 공격적인 인수합병이다.
당장 2025년 5월에는 덴마크 1위 택시 업체 단택시(Dantaxi)를 인수했고 2026년 4월에는 독일 고급 차량 호출 플랫폼 블랙레인(Blacklane)을 품었다. 각국에서 이미 시장 지위를 확보한 사업자를 흡수해 초기 진입 비용을 줄이고 영향력을 단숨에 키우는 전략이다.
우버가 공격적인 인수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상상력 거세의 대가인' 본업에서 쏟아지는 현금'이 있다. 실제로 우버의 2026년 1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는 30억1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7억8500만달러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인수와 주주 환원에 동시에 쓸 실탄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의미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 2월 전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퇴임을 발표하면서 그를 두고 투자등급 획득과 첫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주도 그리고 여러 대형 인수 거래를 이끈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우버가 인수합병을 회사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위와 2위를 한꺼번에 삼킨다
더 단단해진 우버의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불을 뿜고 있다. 그리고 그 화염은 어느덧 한국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정조준하고 있다. 그 방향성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인 가운데 DH를 타고 들어온 우버의 배달의민족 인수전에 시선이 집중된다.
업계에서는 튀르키예의 상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신흥시장 배달 사업의 통째 흡수'라는 우버의 전략적 방향성이 가장 선명한 사례기 때문이다.
우버는 2025년 트렌드욜 그룹과 약 7억달러 규모로 튀르키예 배달 사업 트렌드욜 GO의 지배 지분 85%를 현금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트렌드욜 GO는 2024년 2억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하며 20억달러의 총거래액을 기록했고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한 상태였다.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자를 우버가 사들인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6년 2월 8일 무바달라 투자회사와 게티르(Getir)의 튀르키예 배달 포트폴리오를 인수하는 계약까지 체결했다. 단계적 구조로 설계돼 게티르 음식 배달 사업 100%와 식료품 배달 사업의 소수 지분을 우선 4억3500만달러 현금에 인수하는 방식이다.
음식 배달 사업 인수는 2026년 하반기 마감이 예상되며 우버는 추가로 1억달러를 투자해 게티르의 식료품과 소매 및 생수 배달 사업의 15% 지분을 확보한다는 설명이다. 나머지 배달 포트폴리오 인수는 운영과 재무 성과 조건이 충족될 경우 향후 몇 년에 걸쳐 마감될 예정이다.
게티르는 도심 물류 거점을 중심으로 즉시배송에 강점이 있는 업체다. 이를 바탕으로 게티르를 거친 물품을 트렌드욜 GO 배송망으로 실어 나르는 협력이 가능해진다. 당장 코스로샤히 CEO는 두 플랫폼을 묶어 소비자 선택권을 늘리고 배달 기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강점을 결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장에서 빠르게 크는 사업자를 먼저 사들이고 그 옆의 즉시배송 강자를 다시 흡수해 시장을 통째로 통합하는 그림이다.
이 공식이 한국에서는 배달의민족 인수설로 옮겨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DH가 우아한형제들 매각을 추진하면서 우버가 인수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버는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배민 지분 인수 의향을 밝혔고 인수 예상가는 최대 8조원으로 거론된다.
배민의 시장 위상은 압도적이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4월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341만명으로 쿠팡이츠 1315만명과 요기요 421만명을 크게 앞섰다. 전국 단위 라이더 네트워크와 지역 상권 데이터 그리고 주문 결제 인프라까지 확보한 한국 배달 시장 1위 사업자다. 튀르키예에서 우버가 노렸던 빠르게 성장하는 현지 1위 배달 플랫폼이라는 조건에 배민은 정확히 들어맞는다.
우버가 직접 게티르를 통해 즉시배송 거점을 확보했듯 한국에서도 배민의 즉시배송 사업 B마트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국내 식료품 부문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31억9000만달러에서 2030년 43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고마진 프리미엄으로 영역을 넓힌다
우버의 선진시장 진입도 한국 플랫폼 영역에서의 활동을 예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방향성을 보여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선진시장에서는 점유율 확대보다 고소득과 기업 고객을 겨냥한 고마진 영역으로 카테고리를 넓히고 있다.
대표 사례가 블랙레인 인수다.
우버는 2026년 3월 30일 쇼퍼 예약 앱 블랙레인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2011년 독일 베를린에서 설립된 블랙레인은 앱과 웹 예약 플랫폼을 통해 60개국 이상 500개 도시에서 독립 현지 쇼퍼 서비스를 연결한다. 세계 주요 기업 임원들이 즐겨 쓰는 고급 의전 차량 서비스다.
인수의 배경에는 우버 자체 수요 데이터가 있다. 특히 사전 예약 방식의 우버 리저브(Uber Reserve) 트립이 우버 모빌리티 사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 중 하나이자, 말 그대로 데이터의 보물창고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우버가 블랙레인 직전에 사들인 매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2025년 5월 사모펀드로부터 인수한 덴마크 1위 택시 업체 단택시(Dantaxi)다.
단택시 인수를 블랙레인과 연결하면 의미심장한 그림이 그려진다. 유럽 선진시장에서 현지 우량 사업자를 흡수해 고급과 안정적 수요를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이다. 우버가 자체 데이터로 확인한 고마진 수요를 따라 현지 우량 사업자를 골라 사들이는 패턴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임하는 우버의 태도로 요약된다.
현재 IB 업계에 따르면 우버는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인수를 검토하며 인수확약서(LOC)를 제출하고 실사에 착수했다. 우버는 카카오모빌리티 2대 주주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컨소시엄 지분 28%와 칼라일 지분 6.17% 그리고 카카오 측 지분 57.2% 가운데 일부를 더해 50% 이상을 확보하는 방안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거론되는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가치는 약 5조5000억원 수준으로 50% 이상 지분 매각가는 약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한국 택시 호출 시장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가진 독보적 1위 사업자다. 블랙레인이나 단택시처럼 우버가 직접 짓기 어려운 현지 우량 모빌리티 자산이라는 점에서 두 번째 공식의 한국판 대상으로 손색이 없다. 다만 블랙레인이 프리미엄 틈새 사업자였던 것과 달리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장 전체를 장악한 지배 사업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선진시장 카테고리 확장 공식을 한국에 적용하면 곧바로 독과점 심사라는 문턱과 마주치게 되는 이유다.
TPG의 사정도 거래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TPG는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자체 지분 매각을 다각도로 추진해 왔다. 투자금 회수 압박을 받는 재무적 투자자가 우버라는 인수자를 만나는 구도다. 우버가 단택시를 사모펀드로부터 사들였던 방식과 닮았다.

자율주행은 소유하지 않고 연결한다
우버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기술을 직접 사들이지 않는다. 2018년 ATG라는 자체 자율주행 사업부를 매각한 이후 우버는 플랫폼 제공자 위치를 택했다.
대표 사례가 중국 포니에이아이(Pony.ai)와의 제휴다. 우버와 포니에이아이는 2025년 5월 6일 포니에이아이의 로보택시를 우버 플랫폼에 배치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중동 핵심 시장에서 먼저 출시한 뒤 추가 국제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우버 앱에서 승객이 호출하면 포니에이아이의 자율주행 차량이 그 트립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 동맹 스펙트럼도 넓다. 구글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Waymo)와 텍사스 오스틴과 조지아 애틀랜타에서 우버 앱 독점 호출 계약을 맺었다. 아마존의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Zoox)와도 다년 협력 계약을 체결해 여름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우버 앱으로 로보택시를 부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2027년부터 로스앤젤레스로 확대한다.
배달 쪽에서도 미국 오스틴과 댈러스에서 어브라이드(Avride)와 일본 오사카에서 카트큰(Cartken)과 협력해 자율 보도 로봇으로 우버이츠 주문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와는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이니셔티브를 구성했다.
전략의 핵심은 자본집약적이고 규제 리스크가 큰 자율주행 기술 개발 부담을 외부 파트너에게 넘기는 데 있다. 기술 기업은 하드웨어와 시스템 개발에 자금을 투입하고 승객 접점은 우버에 일임한다. 우버는 차량을 만들지 않고도 자율주행 시대의 수요를 집약하는 허브 역할을 맡는다. 전 세계에 깔린 우버 앱 이용자 네트워크가 이 자산경량 모델을 지탱하는 핵심 자산이다.
한국에서 이 세 번째 공식과 연결되는 지점이 바로 데이터다.
우버가 배민과 카카오모빌리티를 동시에 노리는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음식 배달 사업은 지역과 지형 특성 그리고 실시간 이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우버가 추진 중인 자율주행과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연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민은 한국 소비자의 구매 패턴과 이동 데이터가 집약된 플랫폼이고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과 내비게이션 및 대리운전과 주차에 걸친 이동 데이터를 보유했다. 자율주행 허브 전략을 펴는 우버에게 한국의 도심 이동 데이터는 자율주행 모델을 한국 도로에 적응시킬 양분이 된다.
자율주행을 직접 소유하지 않는 대신 데이터와 승객 접점을 쥐겠다는 우버의 발상이 한국에서는 배민과 카카오모빌리티라는 데이터 보고를 사들이는 행보로 나타나는 셈이다. 튀르키예에서 시장을 통합하고 유럽에서 프리미엄을 확장하며 글로벌 곳곳에서 자율주행 동맹을 묶는 세 갈래 전략이 한국에서는 배달 1위와 모빌리티 1위 인수라는 한 점으로 수렴한다.
한편 우버가 한국에서 인수라는 카드를 꺼낸 데는 뼈아픈 실패 경험이 깔려 있다. 우버는 2013년 한국에 처음 진출해 고급 차량 호출 서비스 우버블랙을 선보인 뒤 일반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엑스로 사업을 확대했다. 그러나 택시업계 반발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논란에 부딪혀 2015년 우버엑스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2021년 SK텔레콤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와 합작법인 우티를 세워 택시 호출 시장에 재진입했다. 2024년 서비스명을 우버택시로 바꾼 뒤 같은 해 말 티맵모빌리티가 보유한 우티 지분 49%를 전량 인수했다. 그래도 카카오T 중심의 구도를 흔들지 못했다. 음식 배달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우버는 2017년 한국에서 우버이츠를 출시했지만 배민과 요기요 등 국내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밀려 2019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직접 진출과 제휴라는 두 가지 방식이 모두 통하지 않은 시장이 한국이다. 글로벌 모빌리티 1위 사업자가 13년을 들였어도 의미 있는 성과로 연결하지 못했다. 이런 학습의 결과가 인수합병이다. 플랫폼은 한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하면 신규 사업자가 이기기 어려운 시장 구조를 갖는다. 우버가 새로 시장을 개척하기보다 이미 이용자와 공급망을 확보한 1위 사업자와 손잡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우버가 배민 본체가 아니라 모회사 DH 지분부터 사들인 점도 우버 특유의 단계적 접근과 맞닿아 있다. 우버는 지난 4월 DH 최대주주인 프로서스(Prosus)로부터 약 2억7000만유로 상당의 지분을 매입해 7%를 확보한 뒤 추가 매입으로 19.5%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려 최대주주가 됐다. 별도로 5.6%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옵션도 보유했다.
다만 우버는 향후 12개월 이내에 의결권을 추가 취득하거나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DH 의결권 30% 이상을 취득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의결권 30%는 독일에서 다른 주주에 대한 공개매수 의무가 발생하는 기준이다. 우버가 이 선을 의식해 보유 한도에 일부러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행보는 우버가 게티르를 단계적 구조로 인수했던 방식과 통한다. 음식 배달 사업부터 우선 확보하고 식료품 배달은 소수 지분으로 시작해 성과 조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게티르 거래처럼 DH 지분도 규제 한도 안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구조다. 한국에서는 배달 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있는 만큼 우버가 직접 국내에서 배달 서비스를 하기보다 배민 투자사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DH 지분 확보는 배민 직접 인수와 별개로 모회사를 통한 간접 영향력을 확보하는 우회로가 된다.
우버가 미국 외 시장에서 인수와 지분 투자를 확대하는 흐름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 배달 기업 도어대시가 영국 배달업체 딜리버루 인수를 추진하는 등 미국 배달 기업들의 유럽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DH가 60개국 이상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만큼 우버가 도어대시와의 글로벌 경쟁에 필요한 시장 정보를 확보하는 데 DH 지분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 배민 인수설은 이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우버가 두는 한 수이기도 하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이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우버가 배민 인수에 네이버를 끌어들인 점은 우버 전략의 한국식 변형을 보여준다. 우버는 동남아에서 그랩에 사업을 넘기며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현지 파트너와 손잡은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그 현지 파트너 역할을 맡는 구도다.
IB 업계에서는 우버와 네이버가 8 대 2 수준의 지분 구조로 약 8조원 규모 인수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 경우 네이버의 투자 부담은 약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네이버 지분이 20%에 못 미치는 19.9%로 묶인 점도 눈에 띈다.
공정거래법상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회사가 다른 회사 주식 20% 이상을 취득하면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어 규제 부담을 의식한 설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두나무 합병 건으로 이미 당국 심사를 받는 상황이라 추가 독과점 논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에게도 배민은 매력적인 매물이다. 자체 물류를 보유하지 않은 네이버는 배민과의 결합으로 약점으로 꼽혔던 배송 경쟁력을 높이고 라이더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 네이버가 진짜 노리는 것은 사용자 데이터라는 분석이 많다.
검색과 지도 및 네이버페이 같은 앞단 서비스는 갖췄지만 실제 주문과 라이더 배차 및 음식점 네트워크 같은 핵심 배달 인프라가 부족했던 네이버에게 배민은 생활밀착형 데이터를 한꺼번에 채워주는 자산이다. 네이버는 19일 공시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히며 인수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우버와 네이버 컨소시엄은 양측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배달앱은 자영업자와 라이더 및 소비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영역이라 우버 단독 인수 시 외국계 플랫폼의 시장 지배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네이버라는 국내 파트너가 함께 가면 그 부담을 덜 수 있다. 우버는 글로벌 배달과 모빌리티 운영 경험을 제공하고 네이버는 검색과 지도 및 멤버십이라는 국내 이용자 접점을 댄다.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다. 배달과 모빌리티는 모두 시장 집중도가 높은 산업이라 대형 인수와 전략적 제휴가 경쟁 제한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배민의 경우 과거 DH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할 당시 공정위가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승인한 전례가 있다. 배달앱 시장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우버나 네이버가 배민 인수에 나설 경우에도 시장지배력과 수수료 그리고 자영업자 부담과 소비자 선택권이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단순 시장 점유율뿐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 축소 여부와 수수료 인상 가능성 및 자영업자 협상력 약화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전망이다.
다만 우버와 네이버 모두 국내에서 직접 배달 사업을 하지 않는 만큼 혼합결합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버나 네이버가 국내에서 직접 배달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혼합결합으로 볼 수 있고 혼합결합은 일반적으로 경쟁 제한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기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인수가 무산될 위험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인수는 더 까다롭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상태에서 글로벌 1위 우버가 이를 사들이면 독과점 우려가 정면으로 제기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우버 인수설이 제기될 때마다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어왔고 기존 주주 간 이해관계와 규제 이슈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두 거래를 모두 성사시키려면 합계 10조원이 넘는 자금과 두 건의 까다로운 심사를 동시에 통과해야 한다. 시장에서 두 거래가 한꺼번에 이뤄질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해프닝과 본격 행보 사이
우버가 배민과 카카오모빌리티를 손에 넣을 경우 한국 플랫폼 시장의 판도는 근본부터 흔들린다. 우버는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 호출과 음식 배달을 양대 축으로 운영해 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한국 모빌리티 사업의 진입로가 되고 배민은 딜리버리 사업의 진입로가 된다. 두 회사가 가진 이동 데이터와 배달 네트워크는 우버가 단기간에 직접 구축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배달앱 시장은 이미 양강 체제로 굳어지는 중이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기준 배민과 쿠팡이츠의 점유율 합계는 88.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버가 배민을 인수하면 국내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우버의 글로벌 운영 경험과 자본력에 배민의 국내 이용자 데이터와 인프라 그리고 네이버의 커머스와 결제 생태계까지 결합되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했던 소비자까지 다시 끌어올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우버가 배민을 인수하더라도 당장 우버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 배달 플랫폼 시장의 규제 환경을 충분히 지켜본 뒤 나서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배민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운영에 간섭하지 않은 채 투자자로 배후에 자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우아한형제들의 영업이익이 2023년 6998억원에서 2024년 6408억원 그리고 지난해 5928억원으로 줄어드는 추세인 점도 우버가 즉각적 변화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퀵커머스 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현재까지 우버는 두 인수설에 대해 모두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 및 우아한형제들도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거나 확답을 피하고 있다. 거래 초기 단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양상이다. 분기점은 두 가지다. 카카오모빌리티 2대 주주 TPG의 회수 압박이 어느 시점에 임계점을 넘느냐가 첫째이고 DH의 배민 매각 협상이 어떤 속도로 진행되느냐가 둘째다.
13년 전 우버엑스 차량을 끌고 한국에 들어왔다가 철수했던 우버가 이번에는 글로벌 인수 공식이라는 무기를 들고 한국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시장을 통합하고 유럽에서 프리미엄을 넓히며 자율주행에서 동맹을 묶어온 그 공식이 한국에서 배달과 모빌리티 1위 인수로 옮겨붙는 중이다.
직접 경쟁에서 패배한 사업자가 자본의 힘으로 1위 사업자를 흡수하는 그림이 한국에서도 완성될지는 향후 수개월간의 협상과 공정위 심사 결과에 달렸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우버가 한국 시장을 새로 개척하기보다 이미 이용자와 공급망을 확보한 사업자와 손잡는 편이 현실적일 수 있다면서도 택시와 배달 모두 규제 민감도가 높은 영역인 만큼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까지는 가격과 심사 그리고 이해관계 조율이 변수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