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덮친 5월 폭염…영국·프랑스 100년 만에 최고 기온 경신

김영희 2026. 5. 2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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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돔현상에 한여름 폭염…“아마추어 스포츠 행사서 사망자”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도 “폭염·건강 주의”
▲ 런던의 분수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 전역이 이례적인 5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은 100년 만에 5월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고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등에서도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낮 최고기온은 33.5도를 기록하며 역대 5월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1922년 세워진 32.8도였다.

전날 잉글랜드 8개 지역은 공식 폭염 기준을 넘어섰다. 웨일스와 북아일랜드도 각각 27.4도, 23.4도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 기온을 나타냈다.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웨일스 대부분 지역과 잉글랜드 북부가 사흘 연속 25도를 넘거나, 다른 지역이 사흘 연속 26~28도를 초과하면 폭염으로 분류된다.

영국 기상청 소속 기상학자 톰 모건은 “영국에서는 여름철에도 35도를 넘기는 일이 드물다”며 “5월에 35도에 근접한 것은 역사적으로도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간 기온도 2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아 숙면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지난 22일 웨스트 미들랜즈와 잉글랜드 동부, 런던 등에 폭염 경보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주황 경보를 발령했다. 다른 지역에는 황색경보가 내려졌다. 영국에서 이 시기에 주황·황색경보가 발령된 것은 가장 빠른 사례로 전해졌다.

프랑스와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도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AFP와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프랑스 북부를 포함한 최소 10개 지역에서 5월 기준 역대 최고 기온이 기록됐다. 앞선 23일에는 파리 낮 기온이 올해 처음으로 30도를 넘어 31.9도까지 치솟았다.

폭염 속 안전사고도 잇따랐다. 24일 파리에서 열린 아마추어 달리기 대회 참가자 가운데 남성 1명이 숨졌고 10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마리나 페라리 스포츠 장관은 엑스(X)를 통해 유족에게 애도를 전하며 “폭염 상황에서 체육 활동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리옹에서도 스포츠 경기 도중 여성 1명이 숨진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현재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가 열리고 있는 파리 롤랑가로스에서는 선수와 관중 모두 폭염과 싸우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선수들이 세트 교체 때마다 얼음주머니를 목에 두르는가 하면, 경기장 직원이 클레이 코트에 물을 뿌릴 때 관중들이 자신들에게도 물을 뿌려달라고 요청하는 장면도 나왔다.

영국해협 건너편 프랑스 브리타니 지역은 35도, 남부 프랑스는 36~37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브리타니 지역에는 황색 폭염 경보도 발령됐다. 프랑스 기상청은 2004년 관련 경보 체계를 도입한 이후 5월에 황색 폭염 경보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기상청의 파트릭 갈루아는 “5월에는 보지 못했던 폭염”이라며 “예년보다 이르게 시작됐고 강도도 강하며 지속 기간도 길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일부 지역은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고, 스페인 남부도 38도 안팎의 무더위가 예상된다. 스페인 보건당국 역시 일부 지역에 건강 경보를 발령했다.

이탈리아 라치오주에서는 로마를 포함한 지역의 농장·공사장·물류 현장 등에 대해 낮 12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는 작업을 제한하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지난해에는 비슷한 조치가 5월 30일부터 시행됐다.

이번 폭염은 북아프리카의 뜨거운 공기가 서유럽 상공 고기압에 갇히는 이른바 ‘열돔 현상’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냄비에 뚜껑을 덮은 것처럼 뜨거운 공기가 아래로 눌리며 지역 전체를 달구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상학자들의 분석을 인용해 “유럽 북부 곳곳의 토양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앞으로 수개월 동안 폭염이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대기 G2’ 소속 기상학자 에이미 호지슨은 “고기압이 한 지역에 장기간 머물 경우 열이 더 강해지고 강수는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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