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맵’ 이어 ‘야장맵’까지...대기업도 놓친 ‘틈새지도’ 떴다
기업 아닌 개인이 개발…정보는 이용자가 채워
전문가 “작고 가까운 신뢰, 온라인서 자라나”

야외 테이블을 갖춘 음식점이나 카페, 일명 ‘야장’에서 맥주 한잔하고 싶은 초여름 저녁. 스마트폰을 켜고 ‘야장’을 검색하면 결과가 수백개씩 쏟아진다. 하지만 ‘진짜 야장’만 걸러내려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이 번거로움을 직접 해결하기위해 소수의 개발자가 만든 지도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지도를 만든 이는 현직 정보기술(IT) 개발자 그룹인 ‘에그토스트랩’이다. 이들은 직장인이면서 프로그램 개발 공부를 하던 중 4월 초에 아이디어를 내고, 이달 10일 인스타그램을 개설하며 정식 운영에 나섰다 순수 개발기간은 약 2~3주며, 직접 야장 100곳 데이터를 입력 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등록된 장소 상당수는 사용자 제보로 채워졌다.
이 지도는 순식간에 인기를 끌었다. 에그토스트랩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21일 기준 누적 이용자는 약 3만9000명에 달하며, 전국 690개의 정보가 등록됐다. 하지만 이 중 619곳(89.7%)이 수도권 소재로, 비수도권 지역 정보 등록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최씨는 오픈AI 코덱스 기능을 활용해 지도 API 기반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이 지도는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에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인기를 끌었다. 20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횟수가 1만건 이상에 달한다.
거지맵은 새로운 온라인 공간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서비스 내 커뮤니티 ‘거지방’에서는 ‘점심을 4000원에 해결했다’는 후기부터 ‘생활 절약형 꿀팁 공유’ ‘방문한 OO식당 후기’ 등 이용자들 사이의 소통도 활발하다.

서울의 직장인 최중민씨(30)는 “포털 서비스 지도는 야장 맥주집을 찾을 때 사진이나 정보를 일일이 검색하고 부족하면 다시 SNS 계정을 검색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 야장맵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직장인 A씨도 “음식점의 가격은 업체들이 보통 관리하는데 업데이트가 느린 업체도 있었다”며 “거지맵은 이용자가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부정확한 정보도 수정할 수 있어 편리했다”고 말했다.
야장맵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사 동료 모두 편한 야장 찾기에 대한 갈증을 느껴 개발했는데, 주변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며 “개발 과정에서 많은 이용자의 응원을 받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지도 기반 서비스를 만들려면 지리정보시스템에 익숙한 개발자, 대규모 통신망, 디자이너가 한 팀을 이뤄야 했으나, 지금은 카카오·네이버·구글이 지도 API를 사실상 무료에 가깝게 열어두고 있다”며 “AI 코딩 도구가 더해지면서 기획자 한명이 머릿속의 그림을 일주일 안에 작동하는 서비스로 옮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검증 비용도 줄었다. 과거에는 아이디어의 현실성을 테스트하려면 수억원, 수개월이 소요됐다. 김 교수는 “이제는 인스타그램·스레드 등 SNS를 통해 시장의 살아 있는 의견을 빠르게 수집하거나 건너뛰고, 초기 개발 모델(프로토타입)을 싸게 만들어 바로 돌려볼 수 있게 됐다”고 짚었다. 그 결과 이제껏 대기업에서만 가능했던 일에 스타트업이나 개인도 뛰어들 수 있게 됐다. 그는 “자본 없이도 무언가를 던져볼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 플랫폼은 모든 사용자에게 평균적으로 무난한 답을 줘야 한다. ▲광고주와의 관계 ▲알고리즘의 중립성 ▲데이터 신뢰도 등의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거지맵과 야장맵은 플랫폼이 의도적으로 보지 않기로 한 영역에서 자라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라이프스타일과 신뢰의 주체가 달라진 점을 추가로 지목했다. 그는 “‘거지’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내거는 건, 절약을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이는 감각이 자리 잡았다는 신호”라며 “미슐랭이나 유명 인플루언서의 추천에 의지하던 시대에서, 나와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의 시선에 의지하는 시대로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박효경 활동가도 “사람들이 일방적인 정보 소비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험과 현장 지식을 바탕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만들고 갱신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같은 지도에서 정보 제공의 주체는 사업자보다 이용자가 많다. 이용자들이 ‘이곳 괜찮다’는 경험과 리뷰를 더해 정보가 쌓이고, 다른 이용자가 참여할수록 데이터가 적립되는 선순환 구조다. 김 교수는 “이를 통해 작고 가까운 신뢰가 온라인에서 자라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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