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고체 배터리로 비행 시간 45분 확보, 2배↑”…‘글로벌 UAM 1황’ 中 이항 R&D 센터에 가다

박규빈 kevinpark@ekn.kr 2026. 5. 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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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덕 상용화 빨라…에어 택시, 3년 내 버스처럼 타게 돼”
로비 메운 1000여 개 ‘특허 벽’ 위용…세계 유일 ‘4대 인증’ 획득
성인 남성 다리 뻗는 ‘VT35’ 안락한 내부…관제실서 조류도 탐지
▲중국 광둥성 둥관 소재 이항 스마트 설비 유한공사(亿航智能设备有限公司, EHang) 연구·개발(R&D) 센터 전경. 사진=박규빈 기자

[중국 광둥성 둥관=박규빈 기자] “이곳은 전 세계 도심 항공 교통(UAM) 산업의 미래가 대량 생산되는 심장부입니다. 하드웨어 기체 제조부터 지상 관제 시스템까지 상업 운항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완비한 현장을 오늘 직접 확인하시게 될 겁니다."

이항 관계자가 기자를 포함한 방문객을 맞이하며 던진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다.

지난 22일 찾은 중국 광둥성 둥관의 이항 스마트 설비 유한공사(亿航智能设备有限公司, EHang) 연구·개발(R&D) 센터는 UAM 청사진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무인 항공 생태계의 중심지였다. 저고도 경제(Low-Altitude Economy)라는 인류의 새로운 길을 개척 중인 '글로벌 UAM 1황'인 이곳의 로비에 발을 디디자마자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사방의 화이트 벽면을 빈틈없이 메운 1200장 이상의 공식 특허 증서들이다.

이항 관계자는 “우리는 혁신과 꿈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승객용 자율 운항 항공기(AAV)를 창조했다"며 “현재 전 세계 특허 중 약 12%를 우리가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이 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항이 획득한 특허 증서들과 감항성 인증서. 사진=박규빈 기자

이항의 독보적인 위치는 특허들과 전시장 초입에 나란히 걸린 '4대 인증'을 담은 4개의 붉은색 액자에서 고스란히 증명된다. 이항은 기체 전반의 시스템 안전성을 증명하는 형식 인증(TC, Type Certificate)을 시작으로 대량 생산 능력을 인정받는 생산 면허(PC, Production Certificate), 개별 기체의 운항 기준을 보장하는 감항성 인증(AC, Airworthiness Certificate), 그리고 항공 운항 증명(AOC, Air Operator Certificate)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두 완비했다. 액자 속 선명하게 찍힌 각 승인 날짜들은 이항이 이미 상업화 단계에 진입해있음을 웅변하고 있었다.

이항 관계자는 “우리는 개념 단계를 넘어 기체를 대량 생산하고 전 세계 고객에게 인도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최초의 기업"이라며 “현재 이곳 공장에서는 전 세계 고객을 위해 연간 1000대의 대형 전기 수직 이착륙(eVTOL) 항공기를 찍어낼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췄다"고 전했다.

◇초기 혁신 모델부터 소방·물류·장거리 고정익까지 갖춘 '독보적 라인업'
▲이항의 전기식 무인 승객 운송 항공기 EH216-S. 사진=박규빈 기자

전시장은 관광·의료 구조·물류·대중교통 등 다양한 산업군에 맞춤형으로 개발된 이항의 자율 운항기 전 라인업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이항의 첫걸음을 상징하는 'EH 184'였다. 안내판을 보니 2016년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6'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 데뷔한 세계 최초의 전기식 무인 승객 운송 항공기라는 기록이 명시돼있었다.

이어 안내받은 이항 상용화의 주역 'EH216-S' 앞에 서자 비로소 미래 기술의 실물이 고스란히 체감됐다. 육중한 걸윙 도어가 위로 열리자 조종석이 없는 매끄러운 2인승 가죽 시트가 눈앞에 나타난다. 계기판과 복잡한 아날로그 버튼, 조종간은 아예 존재하지 않고 전면 대시보드 한가운데 자리한 대형 태블릿 디스플레이가 기체가 '스스로 날아갈 것'임을 묵묵히 알릴 뿐이었다.

그 옆으로는 이를 특수 목적용으로 파생시킨 산업별 기체들이 상세 제원표와 함께 나란히 진열돼 있어 이항의 폭넓은 기술 확장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항의 전기식 운송 항공기 EH216-S의 소방용 모델 'EH216-F'(상단)과 물류 운송용 모델 'EH216-L'(하단). 사진=박규빈 기자

붉은색 외관이 강렬한 소방용 모델 'EH216-F'는 기체 상단에 튜브형 특수 약제 발사관을 장착해 고층 빌딩 화재를 진압하는 전문 방재 솔루션이다. 최대 속도 130km/h와 최대 항속거리 35km의 기동성을 갖췄고, 하단에 100L 용량의 소방용 소화 용액 탱크를 탑재해 21분간 비행하며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제원을 자랑한다.

이날 방문한 실증 센터 현장에서는 이 소방용 UAM 기체에 사람이 직접 탑승해 기동을 시연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특수 목적용 무인 항공기로 알려진 기체에 사람이 탑승해 실제 운용되는 현장은 이항의 자율 운항 기술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대목이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바로 옆에 자리한 물류 운송용 모델 'EH216-L'은 하단에 육중한 대형 카고 박스를 장착해 공중 운송을 전담하는 기체였다. 최고 속도 130km/h와 35km의 비행 거리는 앞서 본 소방용과 유사하지만 무거운 화물을 안정적으로 견뎌야 하는 물류의 특성을 고려해 최대 250kg에 달하는 압도적인 탑재 중량(Payload)을 확보한 점이 기억에 남았다.

드론이 하늘을 나는 이동 수단에 그치지 않고 복잡한 도심 속에서 시민의 생명을 구하고 물류 패러다임을 바꿀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인프라 순찰을 위해 날렵하게 뻗은 날개 길이(윙스팬) 4.3m의 복합익 VTOL 'VT-20'도 눈길을 끌었다. 최고 속도 120km/h, 항속 거리는 300km로 최대 180분 간 체공 가능한 성능을 지녀 광범위한 지역의 순찰·매핑 임무에 최적화된 듯한 기체였다.
▲이항의 VT-35 내부와 외관. 사진=박규빈 기자

이어 도시 간 이동을 책임질 장거리 모델 'VT-35'의 문을 열고 직접 내부에 탑승해 봤다. 좁고 갑갑할 것이라는 편견은 보기 좋게 깨졌다. 성인 남성이 다리를 편안하게 앞으로 뻗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한 레그룸이 확보됐고, 고급스러운 베이지와 그레이 톤의 2인승 가죽 시트가 아늑하게 몸을 감싼다. 전면 유리창 너머 탁 트인 시야와 승객 중심으로 정돈된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이동의 스트레스를 제로로 만들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항 관계자는 “최근 도입된 전고체 배터리 기술 테스트를 통해 기존 25분 안팎이던 비행 시간을 45분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데 성공했다"며 “향후 전 기종에 이를 확대 적용해 비행 거리를 2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파노라마 커브드 스크린의 위용…“조종사 탑승보다 지상 관제가 더 안전"
▲이항 R&D 센터 내 스마트 시티 지상 관제 센터(Smart City Command & Control Center). 사진=박규빈 기자

이항 기술의 진짜 '심장'은 기체가 아닌 통신과 제어에 있었다. 이항 R&D 센터의 핵심인 '스마트 시티 지상 관제 센터(Smart City Command & Control Center)'에 들어서자 전면 벽면 전체를 타원형으로 길게 감싸 안은 초대형 파노라마 커브드 스크린의 위용이 시선을 완전히 압도했다. 스크린 앞쪽으로는 지상 관제 요원이 실시간 모니터링 레이 아웃을 통제할 수 있는 긴 콘솔 테이블들이 배치돼 정적이고도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실시간 비행 통제 화면에서는 정부가 승인한 비행 가능 구역(블루 존)과 공항·학교 주변 등 제한 구역(레드 존), 그리고 완충 구역(그린 존)이 입체적인 3D 원기둥 형태로 도심 지도 위에 명확하게 시각화 돼 관제 안전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줬다.

현장 안내 팻말에 명시된 '智慧城市(지혜 도시(스마트 시티)) 기술 우세' 설명에 따르면 이항의 무인 항공기 교통 관리 시스템(UTM, Unmanned Aircraft System Traffic Management)은 △지리적 특성에 맞춘 분산형 배치 △다수 기체의 동시 협동 작업 △인력 배치를 극소화한 원격 자동 제어 △실시간 데이터 공유 및 교환 시스템을 고루 갖추고 있다. 5G 네트워크 기반으로 연동된 이 시스템은 미확인 비행 물체나 조류까지 탐지해 자동으로 회피 경로를 생성하는 고도의 이중화 성능을 자랑한다.

기자가 사이버 보안과 통신 지연 우려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이항 관계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는 “모든 기체는 지상 관제 시스템을 통해 제어되고 안전 성능은 완벽한 이중화를 이뤄냈다"며 인간 조종사가 탑승해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 시스템에 의한 제어가 통계적·기술적으로 훨씬 더 안전하다“고 답했다.

초대형 스크린의 좌측에는 위성 지도를 기반으로 실제 기체들의 비행 궤적과 상공에 떠 있는 기체 정보가 촘촘히 표시되고 있었고, 중앙과 우측 화면에는 현재 원격 테스트 중인 EH216-S 기체의 전면 1인칭 시점(FPV) 비행 영상과 함께 고도, 속도(지속 7.243km/h 등), 자세각 등을 정밀하게 나타내는 디지털 계기판 화면, 그리고 이착륙장의 실시간 CCTV 피드가 유기적으로 분할 표출되고 있었다.

하늘을 지배한 이항의 기술력은 바다로도 확장되고 있었다. 관제 센터 화면 한편에는 이항이 개발한 대형 자율 운항 무인 요트인 'YP' 모델의 제어 현황도 모니터링되고 있었다. 복층 구조에 침실과 거실을 갖춘 이 스마트 요트 제어 화면은 이항이 향후 하늘과 바다를 하나의 유기적인 관제 시스템으로 묶어 통합 무인 교통 커넥션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저우·허페이에선 이미 실제 티켓 판매…한국 시장도 사정권
▲이항 홍보 담당자가 R&D 센터 방문객들에게 자사 제품에 대한 설명을 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한국 시장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항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선 규제 장벽을 앞세우는 게 사실이지만 한국·일본·중동 지역 국가들과는 매우 긴밀하게 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이미 제주도에서도 관광 목적의 테스트 비행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바 있다"고 답변했다.

전 세계 31개국에서 9만 회 이상의 무사고 비행을 기록한 이항은 중국 내 12개 도시, 40개 이상의 운영 거점을 확보하며 폭발적인 속도로 실적을 쌓고 있다. 놀라운 점은 관람용 시연을 넘어 광저우와 허페이 등 2개 지역에서는 이미 일반 승객을 대상으로 실제 티켓을 판매하는 완전한 상업 운영 단계에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미 누군가는 돈을 내고 이항의 에어 택시를 이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듯 했다.

양진차이 세계무인기연맹 회장 겸 선전무인기산업협회장이 예측한 '올해 말 유인 드론 시대의 개막'이 기체 인증을 바탕으로 한 상용화의 첫 신호탄이라면 이항 측은 이를 도시 전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항은 미래에 도심 전역 2~3km마다 이착륙장인 '버티포트'를 촘촘히 깔고 무인 관제를 완전히 안착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기술적 개막을 넘어 실질적인 매스 마켓 생태계가 무르익는 시점을 보다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이항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 덕분에 상용화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며 “앞으로 2~3년 내에 국내 도심에서는 '에어 택시'를 버스나 일반 택시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타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훌륭한 K-UAM 로드맵을 지닌 한국의 하늘 위에서도 조만간 무인 항공 생태계의 놀라운 잠재력을 함께 확인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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