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란 반체제 운동가 “전쟁이 군부 명분만 키워…‘정치 처형’ 급증”

윤연정 기자 2026. 5. 2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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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타기 라흐마니 정치 운동가
노벨평화상 나르게스 모하마디 남편
이란 잔잔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었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마하마디는 지난 1일 심각한 저체중과 심장마비 위험 등으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으며, 이후 18일 퇴원 후 자택으로 돌아가 외래 치료를 받고 있다. 나르게스 재단

“전쟁이 이란 사회 전체를 더 폐쇄적으로 만들고, 강경 군부 세력의 영향력을 키웠어요. 정치범에 대한 탄압도 매우 강한 상태입니다. 아내 나르게스의 생명이 걱정될 정도예요.”

202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이란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4)의 남편 타기 라마니(67)는 지난 16~21일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반정부 활동 등 혐의로 수감 중이던 모하마디는 이달 초 이란 북서부 잔잔교도소에서 심각한 저체중과 심장마비 위험 등으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가 지난 18일 퇴원했다. 일시 석방된 모하마디는 현재 자택에 머무르며 외래 치료를 받고 있다. 라마니는 공개하지 않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아내와 어렵게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라마니도 이란의 반체제 언론인이자 정치운동가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2005년 낸 성명을 보면 라마니 자신도 1981년부터 2005년 사이 ‘5000일’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2012년 프랑스로 망명한 라마니는 이후 파리에서 부부의 자녀들을 돌보며, 연락이 제한된 모하마디의 상황과 이란 민주화, 정치범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다. 이란 밖에 있지만 누구보다 이란 동향에 밝다.

전쟁 이후 강화된 탄압…경제난에 정권 기반 약화

라마니는 2월 말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이후 이란 정부의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이 급격히 강화됐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기보다 오히려 반대 세력과 시위대를 탄압할 명분만 키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이후 정치범에 대한 이란 정권의 압박이 강해졌고 사형 집행도 늘었다. 라마니는 “정치적 처형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이란 사회 분위기를 더욱 억압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란 휴먼라이츠에 따르면 정치범을 포함해 올해 이란에서 집행된 사형 건수는 214건에 이른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란이 지난해 최소 2159명을 처형한 것으로 집계했는데, 이는 각국에서 지난해 집행됐다고 확인된 사형 집행(최소 2707건)의 약 80%를 차지한다.

그는 이란 정권이 경제난과 인플레이션 심화 속에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이란 정권은 빈곤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중산층을 억압했지만, 최근 2∼3년간 경제난으로 빈곤층마저 생존 위기에 몰렸다”며 “정권의 정치적 기반이 크게 약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현재 정권을 떠받치는 것은 혁명수비대 계열을 중심으로 한 일부 세력뿐이라고 덧붙였다.

라흐마니는 변화를 위해 “새로운 지도력이 해외가 아닌 이란 내부 세력들 안에서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이란 시민사회에 필요한 것은 사회 내부 긴장이 완화되고, 시민적·생계적 요구들을 다시 제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망명 중인 이란 반정부 운동가 타기 라흐마니. 본인 제공

노벨상 수상자 모하마디, 수감 중 건강 악화

아내 모하마디를 향한 당국의 압박도 심해졌다. 라마니는 “당국은 인권운동가이자 반체제 인사인 나르게스를 매우 악의적이고 보복적인 방식으로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병원 이송을 막고 독방 감금과 추가 형량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이 이토록 지속적인 압박을 받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모하마디가 현재 약 한달 기한으로 석방된 상황이어서 다시 수감될 수 있다고 라마니는 전했다.

모하마디 가족이 운영하는 나르게스재단에 따르면 모하마디의 의료진은 당국이 전문 의료진 및 병원 이송 요구를 반복적으로 거부·지연하고 모하마디가 오랜 기간 수감 생활의 후유증으로 건강이 크게 악화해 교도소로 복귀할 경우 생명이 위험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오랜 수감 생활로 고혈압과 혈관·심장 질환 등을 앓고 있다. 그는 3월 말에도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라마니는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모하마디의 생명과 건강”이라며 “과거 마슈하드 시설 구금 당시 머리와 얼굴 등에 심각한 폭행과 구타를 당했던 후유증도 현재 건강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르게스재단에 따르면 모하마디는 지금까지 모두 14번 체포돼 10번의 재판을 받았다. 그는 10년 이상을 감옥에서 생활하는 동안 최소 161일을 독방에 수감됐다. 지금껏 44년 이상의 징역형과 154대의 태형을 선고받았다.언론인 출신인 모하마디는 여성인권·사형제폐지 운동을 이끌어온 이란의 대표적 인권운동가로 이란의 강제 히잡 정책과 정치범 탄압, 독방 감금, 고문 문제를 국제사회에 꾸준히 알려왔다. 수감 중에도 에빈교도소 여성 수감자들의 증언을 모아 책 ‘백색고문’을 펴내며 활동을 이어갔다. 2023년 옥중에서 모하마디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14년 넘게 이어진 생이별

모하마디의 장기 수감과 탄압으로 가족들은 오랜 생이별 중이다. 라마니는 기억을 더듬으며 “모하마디를 마지막으로 본 건 2012년 2월20일이었다”며 “그날 이후 더 이상 그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장기 수감 생활을 마치고 석방된 라흐마니는 “당시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생 모하마디를 자주 찾던 이란 중북부 도시 카즈빈의 한 정치 성향 서점에서 처음 만났다”고 했다. 등산 모임 등을 매개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2000년 3월 결혼해 쌍둥이 남매를 뒀고, 아이들은 현재 프랑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무엇이 자신과 아내를 버티게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인간에게는 삶을 지탱해주는 이상이 있다”며 “나와 모하마디를 버틸 수 있게 하는 힘도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신념”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르게스는 이란 사회가 민주주의에 도달할 때까지 자신의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에서 망명 중인 이란 반정부 운동가 타기 라흐마니. 본인 제공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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