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채 말만 하면 AI가 맛집 찾고 일정 등록… 국산 스마트 안경 ‘에이아이눈’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2026. 5. 2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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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검색은 제미나이, 번역은 챗GPT 등 AI 모델을 상황 따라 선택
국내 스타트업 시어스랩이 개발한 ‘에이아이눈G1’(위)와 ‘에이아이눈X’. 윤채원 기자
"5월 29일에 해야 할 일이 뭐더라?" "오전 9시에 휴대전화 요금제 변경 일정이 있어요."

국내 스타트업 시어스랩이 출시한 인공지능(AI) 안경 '에이아이눈'이 기자의 일정을 알려준 답변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스마트 안경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인 시어스랩이 한발 먼저 AI 안경 '에이아이눈'을 내놨다. 이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음성 중심 AI 안경이다. 

5월 12일 오후 4시 기자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시어스랩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 대부분이 안경을 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성해 이사가 자신이 쓴 안경이 'AI 안경'이라고 설명하기 전까지 일반 안경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외형이 자연스러웠다. 시어스랩의 에이아이눈 모델 2종을 5월 15일부터 20일까지 약 일주일간 직접 사용해봤다.

챗GPT가 안경 속으로

카메라가 없는 '에이아이눈X'를 착용하니 '띠링' 하는 연결음이 들렸다. 무게는 약 30g. 평소 안경을 쓰지 않는 기자에게는 약간 묵직하게 느껴졌지만, 평소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들은 "코 눌림이 덜하고 크게 무겁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에이아이눈의 강점은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음성만으로 일정 등록, 맛집 검색, 대중교통 안내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른쪽 안경다리를 길게 터치한 뒤 질문하면 AI가 답하는 방식이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경우 챗GPT·제미나이·클로드 등 생성형 AI 모델을 상황에 따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날씨 검색은 제미나이, 번역은 챗GPT나 클로드처럼 기능별로 AI를 바꿔 쓰는 식이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빅스비 등 다른 AI 서비스도 연동이 가능하다. 답변 목소리 역시 친절함·사무적·친구 같은 톤으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생성형 AI 성능을 테스트하고자 회사 근처 괜찮은 카페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질문 후 약 7초가 지나자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도 입소문 난 카페가 줄줄이 나왔다. 그중 처음 듣는 가게도 있었는데, 검색해보니 실제 존재하는 곳이었고 후기나 평점도 나쁘지 않았다. "디저트가 맛있는 곳이 좋으냐, 커피 맛이 중요하냐"는 추가 질문까지 이어졌다. 이후 "여기서 강남역까지 어떻게 가?"라고 묻자 곧바로 현 위치를 파악해 경로를 안내했다.

카메라가 탑재된 '에이아이눈G1'은 사진을 찍어 AI에게 질문할 수도 있다. 질문 도중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안경 전면에 불빛이 깜빡이면서 사용자의 시선을 기준으로 세로로 긴 사진이 촬영된다. 이후 AI가 사진 속 사물을 인식해 설명하는 방식이다. 주간동아 잡지를 들어 보이자 표지에 소개된 기사 내용을 간략히 설명했다. 기계식 키보드를 촬영한 뒤 가격을 묻자 비슷한 모델군의 시세를 알려주기도 했다. 

시어스랩이 개발한 ‘에이아이눈X’ 모델을 기자가 착용한 모습. 윤채원 기자 

국내 스타트업이 빅테크보다 먼저 선보여

쏠쏠한 기능은 실시간 번역과 일정 등록이었다. 안경다리를 눌러 AI를 호출한 뒤 말을 하면 한국어·영어·일본어 등 8개 언어로 번역해준다. 해외에서 자주 사용할 만한 "이 과자 얼마예요?" 같은 문장을 중심으로 테스트했다.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직장 동료에게 독일어 번역을 확인받아 보니 문장이 자연스럽고 비문도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기본적인 회화 번역 성능은 준수하다는 평가다.

다만 사투리까지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정구지'(부추) 같은 방언이 표함된 문장을 한국어로 말하자 스마트폰 화면에는 '전고지'로 표시되는 등 한국어 자막은 다소 어색하게 나왔다. 그런데 독일어 번역 결과에선 오히려 '부추'라는 뜻의 독일어를 정확하게 표기했다. "니 어디 가노?"처럼 억양과 어미가 다른 표현도 앞뒤 문맥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번역했다.

일정 등록 기능은 구글 캘린더와 연동해 사용한다. AI를 호출한 뒤 "5월 31일 아빠 생신 일정을 등록해줘"라고 말하자 즉시 캘린더에 일정이 추가됐다. 실제 구글 캘린더 앱에도 해당 일정이 등록돼 있었다. 자체 음성 메모 기능도 지원해 "예전에 등록한 메모 뭐였지?"라고 물으면 저장된 내용을 불러내준다.

이 밖에도 안경다리를 길게 눌러 전화를 받거나 음악을 재생할 수도 있다. 안경을 스마트폰에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별도 이어폰 없이도 안경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은 지원되지 않아 주변 소음이 흘러들어오긴 했지만, 음향을 조절하니 거슬리지 않았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이틀가량 사용이 가능했다. 두 모델 모두 렌즈 도수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패션과 실용성을 동시에 고려한 제품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에이아이눈은 카메라를 탑재한 'G1' 모델(39만5000원)과 카메라가 없는 'X' 모델(28만9000원)로 구성돼 있다. 가격은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의 AI 안경 대비 절반 수준이다. 시어스랩은 하반기 중 디자인을 개선한 신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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