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키즈들의 영원한 바이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패션 분석

영화 전반을 눈부시게 수놓은 패션은 또 어떠한가. 당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이자 디자이너 패트리샤 필드의 손길로 완성한 룩은 지금까지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개성 넘치는 각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듯 깊이 있게 구성된 스타일은 동시대에 꺼내 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그러니 무려 20년이 흐른, 2026년 4월에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패션 피플들의 도파민을 일깨운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이번 시즌 역시 배우들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배우들은 그 시절 사람들이 열광했던 캐릭터 모습 그대로 분해 다채롭고 아이코닉한 스타일링을 펼쳐냈다. 패트리샤 필드의 팀에서 경력을 쌓은 디자이너 몰리 로저스의 지휘 아래 20년 후의 미란다와 앤디, 에밀리의 아웃핏을 완성한 것. 그 스타일을 비교 분석해봤다.

패션과 열정 사이를 오가다, 앤디 삭스
20년 전 진정한 저널리스트를 꿈꾸다 생존을 위해 뜻하지 않게 매거진 업계에 첫발을 디뎠던 앤디. 이번 속편 역시 예기치 못한 전개가 펼쳐지며 '런웨이’ 매거진의 시니어 에디터로 깜짝 귀환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간 그토록 바랐던 사회부 기자로 승승장구하던 그였기에 오랜만에 찾은 패션계에 쉽게 적응하기란 만무하다. 게다가 디지털화로 인해 급변한 미디어 환경으로 종이 잡지의 위상도 바닥을 친 상황. 심지어 앤디를 기억조차 못 하는 미란다 앞에서 과연 그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나갈까? 영화 전반의 코스튬에는 앤디가 '런웨이’에 적응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지난 시즌 1에서도 앤디의 성장기는 의상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된 바 있다. '런웨이’ 매거진을 그저 잠시 스쳐 가는 곳으로만 여겼던 그는 모범생 분위기의 단정한 니트를 즐겨 입었다. 무릎길이의 체크 스커트는 할머니의 것을 물려 입었냐는 조롱마저 샀다. 또한 신중히 벨트를 고르는 미란다 앞에서 "똑같아 보인다"며 비소를 터트렸던 앤디의 모습을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황당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미란다가 앤디의 세룰리안블루 컬러 스웨터를 두고 열변을 토하는 신은 희대의 명장면에 꼽힌다. 이토록 아이코닉한 신은 패션을 향한 미란다의 애정과 전문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앤디를 각성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시즌 1에서 새로 태어난 '성장캐’ 앤디를 대표하던 브랜드는 단연 샤넬이다. 골드와 진주 소재의 롱 네클리스를 레이어드하고, 트위드 헌팅캡을 눌러쓴 모습은 전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앤디는 보다 매니시한 룩을 선보인다. 저널리즘상을 수상한 탐사 리포터의 지적인 면모를 드러내기 위함인 것. 핀 스트라이프가 돋보이는 장폴고티에의 빈티지 베스트와 슬랙스를 선택하거나, 다채로운 타이를 스터드 장식의 드라마틱한 룩과 믹스 매치하는 식이다. 출근할 때는 보도국 기자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기라도 하듯, 코치의 브리프케이스를 즐겨 맨다.
영화가 중후반부에 다다를수록 앤디의 개성을 드러내는 룩이 즐비하다. 그중 단연 화제가 되는 건 가브리엘라허스트의 맥시 드레스다.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형형색색의 패치워크가 눈길을 사로잡는 드레스에 버킷 해트와 클로그 샌들을 매치하고, 사교 모임에 참석한 모습에서는 앤디가 어느덧 패션계에 스며들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밀라노에서의 근사한 밤을 위해 선택한 라반의 메탈릭 드레스 또한 화제를 모은 아이템. 전편보다 다채로워진 브랜드의 키 룩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원불멸의 카리스마, 미란다 프레슬리
지난 20년 동안 일어난 급격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출근과 동시에 코트와 백을 비서에게 던져놓고, 거액을 들여 준비한 칼럼을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는 그때의 미란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미란다는 까치발을 디디며 자신의 코트를 직접 정돈하고, 공짜 페이지를 요구하는 브랜드의 압박에 손쉽게 굴복한다. "광고주가 없으면 매거진도 없다"는 단순명료하고도 서글픈 세태를 한껏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시대를 풍미한 미란다 프리슬리의 '스타일’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굳건히 자리한다.트렌드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여느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미란다는 시대나 유행에 관계없이 언제나 유효한 럭셔리 클래식 룩을 고수한다. 정교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슈트 셋업과 전통적인 실루엣의 트렌치코트, 좋은 소재로 만든 미디스커트 등 타임리스 아이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 보수적인 아이템이지만 그의 패션이 남다른 이유는 컬러와 텍스처, 그리고 액세서리 선택에 있다. 비비드 컬러나 독특한 디테일의 소재를 활용해 전체적인 룩에 포인트를 주는가하면, 볼드한 주얼리를 매치해 한 끗 다른 스타일링을 선사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포스터가 처음 공개됐을 때 메릴 스트립이 착용한 레드 드레스 또한 큰 주목을 받았다. 데콜테 라인을 아름답게 감싸는 드레이핑 장식과 드라마틱한 스커트 라인이 돋보이는 이 레드 드레스는,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촐리가 오직 미란다만을 위해 제작한 커스텀 피스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은 단연 미란다의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이다. 사이드 가르마로 볼륨감 있게 처리한 백발의 쇼트 헤어와 아이홀을 감싸는 잿빛 섀도, 옅은 스모키 아이까지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며 아이코닉하고도 세련된 룩을 완성했다.

미워할 수 없는 패셔너블 빌런, 에밀리 찰튼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역, 에밀리 찰튼은 미란다의 비서에서 디올 하우스의 임원으로 엄청난 신분 상승을 이룬 인물로 등장한다. 전편에서 앤디에게 밀려 파리행을 놓치고 울부짖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디올은 '런웨이’ 매거진의 최대 광고주라는 점 때문일까? 이번 시즌 2에서 그는 모종의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던 미란다에게 무리한 요구 또한 서슴지 않는 대범함을 보여준다.자연스럽게 작품 속 에밀리 블런트가 입은 상당수의 의상은 디올이다. 극도로 강조된 허리 라인과 풍성한 플레어 셰이프가 조화를 이룬 아워글래스 형태의 스트라이프 셋업은 디올을 상징하는 룩이 동시대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활동성이 뛰어난 데님 오버올에 디올 실크 스카프를 매치한 캐주얼 룩도 빼놓을 수 없다. 하우스의 DNA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흡수한 룩들은 그가 여전히 자기 일을 사랑하는 인물임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패션을 종교처럼 흠모하는 캐릭터답게 자유분방한 믹스 매치도 눈에 띈다. 밀라노 출장 중 도나텔라 베르사체와의 만남을 위해 외출한 그녀는 하운드투스체크 패턴의 디올 재킷과 스커트에 카키 컬러 레더 판초를 걸친 레이어드 패션을 선보였다. 앤디와 합심해 미란다를 찾아 헤매는 장면에서는 존 갈리아노 시절의 디올 코르셋과 사카이의 MA-1 재킷, 그리고 존 갈리아노의 그래픽 후디를 뒤섞는 재치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미란다의 비서 시절 주로 보여줬던 페미닌하고도 스타일리시한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동시대적인 무드에 맞춰 본연의 스타일링을 업데이트한 모양새다. 유명 브랜드 협찬이 사실상 불가했던 전편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진 위상 또한 한몫했을 것. 디올 외에도 다채로운 하우스 브랜드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의 모습을 속속들이 음미해보는 재미를 누려보길 바란다.
#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2 #프라다 #여성동아
사진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네이버영화 인스타그램
정세영 기자
Copyright © 여성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