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경고등에 다시 커진 ‘빚투’ 리스크…신용융자 36조 사상 최고권[코주부]

신지민 기자 2026. 5. 2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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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융자 잔고 36조 4724억 원
삼전·하이닉스 빚투만 7조 돌파
조정장에 반대매매 사흘 새 3000억
대기자금 줄고 변동성 지표는 급등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7815.59)보다 32.12포인트(0.41%) 오른 7847.71,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1105.97)보다 55.16포인트(4.99%) 상승한 1161.13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06.1원)보다 11.1원 오른 1517.2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뉴스1

미국발 고금리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국내 증시의 ‘빚투’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한 뒤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는 사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역대 최대 수준까지 불어났다. 금리 상승과 증시 조정이 맞물릴 경우 반대매매가 늘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6조 47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처음 8000선을 넘어선 지난 15일 36조 5675억 원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권이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 잔고는 26조 3644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 잔고는 10조 1079억 원이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주가 상승 기대가 강할수록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대표적인 ‘빚투’ 지표로 꼽힌다. 문제는 주가가 급락하거나 담보 가치가 떨어질 경우다. 투자자가 추가 담보를 내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최근 빚투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 노사 합의가 이뤄진 20일 삼성전자 신용융자 잔고는 4조 682억 원으로 처음 4조 원을 넘어섰다. 22일에는 4조 3404억 원까지 늘었다. 21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신용융자 잔고는 각각 4조 2751억 원, 3조 437억 원으로 두 종목 합산 잔고가 처음 7조 원을 돌파했다.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끈 핵심 종목으로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자금이 몰린 셈이다.

22일 수원 삼성전자 정문 앞에서 열린 임금교섭 장점협의안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이호석 전국삼성전자 노동조합 수원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실제 증시가 흔들리자 반대매매도 빠르게 늘었다. 코스피가 8000선 돌파 이후 약세를 보인 18~20일 사흘 동안 개인 투자자의 초단기 미수거래에 따른 반대매매 금액은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신용융자 잔고도 19일 35조 8561억 원까지 줄었지만, 지수가 반등하자 21일 다시 36조 4724억 원으로 불어났다. 조정 때는 강제 청산이 나오고, 반등 때는 다시 차입 매수가 붙는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증시 대기자금도 줄고 있다. 2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22조 38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2일 137조 4174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 계좌에 맡겨 둔 돈이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자금이다. 코스피 8000선 돌파 이후 급락장이 나타나고 반대매매 우려가 커지면서 대기자금도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변동성 지표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2일 66.97로 마감해 지난달 말 54.34보다 23.2% 뛰었다. 18일에는 장중 82.23까지 치솟아 미·이란 전쟁 여파로 변동성이 확대됐던 3월 5일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달 1~22일 하루 평균 코스피 일중 변동률은 4.323%로 2008년 10월 이후 17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차기 의장이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금리 부담도 변수다. 19일 현지 시간 기준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한때 5.20%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약 1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된 영향이다. 연준은 20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를 계속 웃돌 경우 추가 긴축이 적절할 수 있다는 다수 위원의 의견을 전했다.

국내에서도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향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증권사의 신용융자 금리도 높아져 빚투 투자자의 부담은 커진다. 주가 하락과 이자 부담이 동시에 커질 경우 반대매매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계론과 신중론이 엇갈린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빚투 규모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고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반대매매도 발생하고 있다”며 “특정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다른 증권사로 이어지며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빚투 금액은 시가총액 대비 비율로 보면 낮은 수준”이라며 “증시 전반의 큰 위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신지민 기자 jim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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