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6 우리 동네 노동정책 ②] 6·3 지방선거 노동공약 후보별 ‘격차 극심‘

10일도 채 남지 않은 6·3 동시지방선거의 열기가 뜨겁다. 12·3 내란세력 청산과 국정동력을 외치는 더불어민주당과 정권 견제를 전면에 내건 국민의힘이 총력전을 벌이는 모습이 연일 연출된다. 거대양당 중심의 선거판에서 진보정당들의 분투도 엿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당별 '지방선거 10대 정책'에 따르면 민주당은 '노동·권리보장·공정사회 확립' 공약을, 국민의힘은 '국민을 보호하는 안전 1등 국가 대한민국 실현' 공약을 통해 노동 분야 정책을 내놓았다. 10대 정책 중 노동정책은 민주당은 9순위, 국민의힘은 10순위다.

'격전지' 서울, 노동공약 경쟁 '팽팽'
서울은 거대양당이 노동공약을 같은날 일제히 발표한 지역이다. 세계노동절 전날인 지난달 30일 두 서울시장 후보의 노동공약이 격돌했다. 전태일기념관을 찾은 정원오 후보는 '일하는 시민의 목소리로 다시 만드는 노동존중특별시 서울'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서울형 유연근무 확산, 취약노동자 유급병가 지원, 인공지능(AI)·기후변화 대응 노동소외 방지, 산재 제로화,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등이 뼈대다.
특히 AI와 관련해서는 노동자·기업·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AI 전환지원위원회를 설치하고, AI 도입의 영향을 파악해 노동자들의 권익이 보호되도록 서울형 노동자 보호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와 경쟁하는 오세훈 후보의 노동공약 이름은 '노동이 존중받는 서울'이다. 두 후보 모두 '존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 후보의 노동공약은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입원한 취약노동자의 생활비 지원을 확대하고, 맞춤형 건강검진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목표 등이다. 서울시 20만명에 이르는 20~30대 심야 노동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올빼미버스 노선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경기·인천·강원, 노동공약 '끼워넣기'도 다수
경기·인천·강원지역에서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약진이 돋보인다. 산업 지원에 노동공약을 끼워넣은 수준이다.
인천시민 전용 '천원 유니버스'를 1순위 공약으로 제출한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의 5대 공약에는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 5대 공약뿐 아니라 이전에 발표한 공약에서도 노동공약을 찾기 어려웠다. 반면 박찬대 민주당 후보도 지난 1일 세계노동절을 맞아 '미래형 노동도시 인천'이라는 공약을 발표했다.
박 후보는 7대 노동공약 가운데 행정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지자체로 노동감독 권한이 넘어오는 흐름을 이용해 산재 사망사고 제로 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청소·돌봄·간호 등 필수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기준을 마련하고, 간접고용 노동자에게까지 생활임금을 전면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경기는 민주당과 진보당 위주로 노동공약이 나왔다. 노동공약을 좀처럼 내지 않던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선관위 5대 공약에 경기도 노동감독관 신속 도입 등을 포함하면서다. 추 후보는 체불 방지를 위한 임금 직접지급제 확대와 원·하청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반도체와 첨단산업의 발전을 외치고 있는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는 복지 공약을 통해 중소기업·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스마트 보육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홍성규 진보당 후보는 노동과 관련해서는 거대양당 후보와 대비되는 행보를 초반부터 보였다. 노동부지사 도입, 경기도 내 모든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제로화, 생활임금 획기적 인상 등을 주요 노동공약으로 낸 뒤 노조와 정책협약을 활발히 진행하는 중이다.
강원지역도 노동공약이 적다. 다만 우상호 민주당 후보가 최근 한국노총 강원본부와 정책협약을 맺고 강원도 노동복지센터(가칭)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동정책 전담조직 설치, 강원도정과 노동계의 정례 정책간담회 운영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선관위 5대 공약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는 배달노동자들에게 주목했다. 생활 밀착형 공약 시리즈인 '내 삶이 특별해지는 약속'을 통해 전업·주업 라이더 중 월 평균소득 하위 70%를 우선으로 월 10만원 상당의 유류비를 지역화폐 등의 형태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충청·대전·세종, 국민의힘 노동시간 단축 주목
이번 지방선거에는 이동노동자에 주목하는 후보들이 눈에 띈다. '창업특별도 충북'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운 신용한 민주당 충북도지사 후보는 세계노동절을 맞아 이동노동자 쉼터 조성 공약을 추진하겠다고 알렸다. 택배·대리운전·배달 노동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쉼터를 권역별로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신 후보의 상대인 김영환 국민의힘 후보의 노동정책은 더 구체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격차 해소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임금·노동시간·산업안전 수준 등을 평가하는 '좋은 일자리 지수'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쪽은 보도자료를 내고 주 4.5일제 시범운영과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대화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수현 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는 정의로운 전환에 주목했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원칙으로, 석탄화력 폐쇄·전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이직·전직 전환교육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적 위기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돔 아레나 등 복합문화시설 건립을 1순위 공약으로 내세운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는 노동공약이 따로 없다.
한국노총 대전본부와 '노동존중 정책연대 협약'을 맺은 허태정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는 '대전형 경력보유여성 성장사다리' 공약을 내놨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게 월 30만원씩 최대 3개월간 구직지원금을 지급하고, 2~3개월 인턴십을 연계하는 패키지 사업이 뼈대다.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에는 고용장려금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는 노동공약 대신 7대 전략산업 기반의 성장동력 육성과 메가 파크골프단지 등을 내세우고 있다.

전북·전남광주, 소수정당 후보 노동국 신설 눈길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의 노동공약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원택 민주당 후보는 지난 19일 로봇 메가특구 지정과 국내 최초 RE100 선도 산업단지 지정 등 산업·지역개발에 방점을 찍은 7대 공약을 공개했다. 선관위에 제출한 5대 공약에서도 국제 에너지 도시 조성을 내세우는 등 노동을 제외했다.
양정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11일 민생지원금 200만원을 공약한 뒤 18일 아이 1명당 10년 동안 매달 80만원 지원을 공약했다. 다소 현금성 지원에 치우쳤다. 외국인 노동자 공약이 있는데, 케어 강화와 장기 체류 시스템 구축 등 표현이 모호하다. 전북에서는 백승재 진보당 후보가 노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노동국을 신설하고, 도지사가 직접 참여하는 노정교섭을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5명 미만 사업장의 유급휴일은 도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도내에 질병판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지역의 산재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도 공약했다.
전남광주는 노동이 잘 드러나는 지역 중 하나다. 민형배 민주당 후보부터 5대 핵심 노동정책을 제시하며 전남광주형 상병수당과 출자·출연기관 주 4.5일제 시범 도입 등을 공약했다. 노동안전보건센터와 일하는사람권익재단을 설립해 산재 예방과 플랫폼·특수고용·이주노동자 등의 권리구제를 돕겠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전남광주특별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이종욱 진보당 후보는 4.5일제에서 나아가 특별시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북의 백 후보와 마찬가지로 특별시 내 노동국을 신설해 노동정책을 통합하고, 산업정책과도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강은미 정의당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노동특별시'로, 노란봉투법 지원단 모두의 노동기금 신설, 노정교섭 보장 등이 특징이다. 반면 대기업 10개 유치 프로젝트처럼 경제 공약을 주로 내세우는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의 노동공약 발표는 아직이다.
경남 후보들 노동 '전면' 공정수당·육아휴직 등 각양각색
오중기 경북도지사 후보의 경북대전환 5대 공약에는 노동과 직접 연관된 정책이 담겨 있지 않다. 권역별 특성에 맞는 RE100 산업벨트 구축 등 일자리 관련 공약이 들어갔다. 선관위에도 '대구·경북 행정통합 500만 메가시티' 같이 경제 공약이 눈에 띈다.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는 경제 공약에 노동을 담았다. '경북형 노사상생경영 인증제' 도입 등 상생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안전지원센터와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를 설치해 상담·통역·교육·법률 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도 밝혔다.
경북보다는 경남에 노동공약이 많이 보인다. 김경수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는 세계노동절인 지난 1일 '경남 노동대전환 3대 패키지' 공약을 발표하고 경남형 공정수당 도입 등을 약속했다. 65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청춘 퇴직수당'과 비정규직·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에게 경남형 상병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이다. 이와 함께 도지사가 직접 참여하는 노정교섭 정례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노동정책 전담부서 복원과 경남 노사교섭 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후보쪽도 만만치 않다. 박완수 국민의힘 경남도지사 후보는 2호 공약으로 노동을 꺼냈다.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을 모든 시군으로 확대해 휴직자에게 월 30만원씩 최대 360만원 지급을 공언했다. 당선된다면 '천원의 아침식사'에 연간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경남본부와의 간담회에서는 도지사 직속 노동특보 신설을 약속해 호응을 얻었다. 진보당 소속 후보도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전교조 전 위원장인 전희영 진보당 후보는 각 분야 노정협의회 구성과 노동정책국 신설,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 직접 교섭과 직접고용 전환 추진 등을 공약했다.

단일화 논의 울산, AI·AX '노동 중심' 대전환
노동자의 도시 울산은 단일화 여부가 정돈되지 않았다. 김상욱 민주당 후보와 황명필 조국혁신당 후보가 이미 후보단일화를 선언했고, 김종훈 진보당 후보와의 단일화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달 24~25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진행한다.
김상욱 민주당 후보는 울산시정의 주요 과제로 노동이 존중받는 산업 AX(인공지능 전환)를 꼽고 있다. 인공지능 전환의 이익이 노동자 등 지역 이해당사자들에게 환원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기업이 로봇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노동자와 시민이 출자한 협동조합이 로봇을 소유하고 기업에 임대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김 후보와 단일화 경쟁 중인 김종훈 진보당 후보는 '좋은 일자리 울산대전환'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사람중심 AI 대전환으로 8만개 일자리 창출과 고용상생기금 5천억원 조성, 고강도 노동에 근력증강 웨어러블 로봇 지원, 근골격계건강지원센터 건립 등이 주요 공약이다. 단일화 논의에서 자유로운 김두겸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11일 발표한 복지 분야 기자회견에서 "노사민정 협력을 강화하고, 외국인 근로자와 취약 노동자까지 함께 보호받는 노동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노동정책의 상을 밝힌 상태다. 해당 공약을 '취약 노동자 보호 강화'라는 이름으로 5대 공약에 담았는데, 한 줄뿐이라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부산의 전재수 민주당 후보도 노동공약을 별도로 냈다. '일 잘하는 전재수의 노동 존중 약속'이라는 이름의 공약으로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연차휴가비 지원, 해양·AI·바이오 분야 여성인재 집중육성, 부산형 시니어 전문직 일자리 확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조성 등 5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청년이 3천만원을 적립하면 부산시가 7천만원을 매칭해 10년 동안 1억원의 자산을 형성하는 '청년 1억 됩니다' 공약을 발표했다. 이 공약에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당장 내일의 고용조차 불안한 부산 청년 노동자들에게는 모욕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하면서 캠프와 성명을 통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박 후보쪽이 고소·고발로 수사가 개시된 쟁의행위를 지자체장이 불법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례 등을 검토하는 사실도 알려지며 논란이 될 전망이다.
"ILO 기준 노동존중 제주" vs "제주형 고용안정"
제주지역은 거대양당의 노동공약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위성곤 민주당 후보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맞춘 '노동존중 제주' 실현을 공약했다. '제주특별자치도 노동 존중 기본조례'를 제정해 노동 권익 기준을 만들고 평가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정의로운 노동전환지원센터를 설립해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에 따른 노동자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동계와의 상시 소통을 담당할 노동정책 특보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성유 국민의힘 후보도 '제주형 고용안정 패키지 및 일자리 질 개선' 공약을 통해 일자리 숫자보다는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플랫폼·계절·감정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고용보험 지원과 노동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제주형 생활임금의 범위는 관광·돌봄 산업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 관광업 중심의 제주 산업구조를 고려해 제주형 고용안정기금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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