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대신 팹 짓는다…건설업계에도 ‘삼전닉스 효과’
SK에코플랜트, 하이테크 매출
1분기 1.4조 전년比 75% 급증
삼성물산도 P5 공사 재개 수혜
2분기부터 수익성 개선 가능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반도체 산업이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신공장 건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하이테크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건설사들의 실적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리면서 반도체 생산·업무시설을 짓는 건설사들까지 새로운 성장 궤도에 올라타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가장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보인 곳은 SK에코플랜트다. 올 1분기 반도체 제조시설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담당하는 하이테크 부문 매출은 1조4746억 원으로 전년 동기(8441억 원) 대비 74.7% 증가했다. SK에코플랜트는 현재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용인 팹 지원시설, 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하이테크 사업 역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사업 전략 변화다.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단순 시공사가 아닌 ‘AI 인프라 솔루션 제공자’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에 반도체 핵심 소재 공급과 사용 후 자원 재활용까지 연결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올 1분기 반도체 중심 산업용 가스와 소재를 담당하는 사업부문의 매출은 2053억 원으로 143% 늘었고 반도체 재사용 모듈 제조와 전자폐기물 재활용 등을 담당하는 ‘에셋 라이프사이클’ 부문 매출은 2조3555억 원으로 323% 급증했다. 반면 기존 주택·건축·인프라 사업 등을 포함한 솔루션 부문 매출은 86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확대와 함께 하이테크 사업 성장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올해 1분기 건설부문 매출은 3조4130억 원, 영업이익은 11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이는 대형 프로젝트 준공에 따른 기저효과와 일회성 비용 반영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5공장(P5) 골조공사 재개와 평택캠퍼스4공장(P4) 마감 공사 본격화가 올해 삼성물산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도 올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P5 골조공사 재개 영향으로 수익성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이 최근 2조1000억 원 규모의 압구정 4구역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등 정비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하이테크 사업 성장이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부터 P4 마감과 P5 골조 매출이 시작되면서 이익 성장세가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견 건설사인 코오롱글로벌도 반도체 클러스터 확대 흐름과 함께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코오롱글로벌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20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9.2% 증가했는데, 건설부문(210억 원)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코오롱글로벌은 건설을 비롯해 상사·레저·부동산 위탁운영(AM)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삼성전자의 평택 사무6동, 삼성 평택 고덕 공공폐수처리시설 등 건설을 맡고 있다. 이들 사업의 영향으로 올 1분기 원가율은 89.5%로, 전년 동기(91.4%) 대비 1.9%포인트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사무동 등 지원시설 건설 사업의 경우 중견 건설사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코오롱 글로벌이 이를 적극적으로 맡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요 확대에 따른 안정적인 실적 상승이 뚜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건설사의 핵심 먹거리가 기존 주택사업 중심에서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 인프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분양 경기와 주택 공급 사이클이 건설사 실적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계획, AI 인프라 발주 규모가 건설사들의 성장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시공 경험으로 얼마나 정교한 반도체 생산시설과 AI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주택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하이테크와 원자력 발전·친환경 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업계가 가장 힘을 쏟는 신시장은 원전과 데이터센터 등 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경기 침체와 고공행진하는 공사비로 줄어든 주택 부문의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덩치가 큰 미래 인프라 사업 수주가 필수적이다.
원전 부문은 국내 신규 발주가 위축된 사이 해외 수출과 차세대 SMR(소형모듈원전)이 새 먹거리로 떠올랐다. 국내외 원전 프로젝트에 주간사로 참여한 경험이 많은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이 앞서가고 있다. 대우건설은 2024년 24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수주에 한국수력원자력 주축의 ‘팀코리아’ 시공사로 참여해 7일 본계약을 체결했고 후속 해외 원전 수주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 웨스팅하우스·홀텍과 손잡고 대형 원전과 SMR 공략을 함께 추진 중이다. 특히 미시간주 펠리세이즈 원전 부지에 SMR 2기를 짓는 1조 3000억 원 규모 프로젝트 수주가 유력해 해외 영토 확장이 가시화됐다. 또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손잡은 삼성물산, 미국 엑스에너지와 협업하는 DL이앤씨가 SMR 시장 진입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 속 데이터센터 등 하이테크 인프라도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은 새 먹거리다. 한화 건설부문, DL이앤씨, 현대건설, GS건설 등이 앞다퉈 데이터센터 건설 실적을 쌓고 있으며 단순 시공을 넘어 고효율 전력 창출을 위한 설계·운영까지 달성하기 위해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법 혁신으로 새 먹거리를 찾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GS건설은 2020년 폴란드 목조 모듈러주택회사인 단우드를 인수, 사전 제작한 주택 모듈을 현장으로 운송해 설치해 집을 짓는 ‘프리패브(Prefab)’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모듈러 주택’으로도 불리는 이 방식은 공기 단축은 물론 현장의 소음과 공해, 건설 폐기물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공법이다. GS건설은 자회사 GPC를 통해 사전 제작한 콘크리트 부재로 물류센터·공장 등을 짓는 것부터 시작해 공동주택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으며 2021년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론칭, 모듈러 단독주택 사업도 본격화하며 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의 핵심 사업이었던 주택 분야에서는 단순히 집을 짓고 철수하는 1회성에서 벗어나 준공 후 관리·운영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움직임 눈에 띈다. 삼성물산이 2023년 8월 론칭한 홈플랫폼 ‘홈닉’의 경우 초기에는 가전제어와 관리비 납부 등을 돕는 스마트홈 플랫폼 정도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기업과 손을 잡고 입주 전 인테리어 상담부터 입주 청소, 자녀 교육과 관련한 에듀테크, 절세 전략 및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H컬처클럽’을 론칭해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 운영사업에 발을 내디뎠다. 전문성 있는 관리와 함께 질 높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입주민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수익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은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시니어 하우징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두 회사는 각각 강서구 마곡의 ‘VL르웨스트’와 한남동 ‘소요한남 바이 파르나스’를 시공했는데 단순히 시공뿐 아니라 운영에도 투자자로 참여한 상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과 주택 경기 침체로 시공 마진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주거 플랫폼 사업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年 19%’ 청년적금 내달 출시...국민성장펀드 흥행 잇는다
- 核시대 도래하나…路 신형ICBM 시험 발사·美 핵무기 시험 재개
- 마른 당뇨? 공식 깨졌다…3040 당뇨 환자 10명 중 8명 비만
- “고유정, 가석방 기회 있다”…‘최악의 여성 살인마’ 20년 뒤 세상 밖으로?
- “지옥이 따로 없다”…‘최고기온 50도’ 살인 더위에 벌써 37명 숨진 ‘이 나라’
- 선거판 흔드는 ‘지원군’…보수, ‘외연확장’ 경쟁 본격화
- 고발장 70% 가린 경찰… 法 “수사 차질 우려, 비공개 타당”
- “이 5000만원 어디서 나신 거예요?” 질문에 횡설수설…알고 보니 정체가
- “니가 왜 거기서 나와?”…고속버스 화물칸 떡하니 차지한 비단뱀에 ‘발칵’
- “한 조각에 얼마라는 거야?”…무려 5500만원에 팔린 멜론 ‘두 개’, 맛 어떻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