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낳은 금강송 숲…역사와 힐링 공존

박진환 2026. 5. 2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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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기획-숲, 지역과 산촌을 살린다](42)강원 삼척 준경·영경묘 소나무숲
2023년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선정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이양무와 부인의 묘…금강송 군락지로 유명
경복궁·숭례문 복원에도 활용…삼척시, 산림 휴양·관광의 중심지로 육성중

[편집자주] 산과 숲의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가치와 의미의 변화는 역사에 기인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화한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50년이라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산림청으로 일원화된 정부의 국토녹화 정책은 영민하게 집행됐고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이제 진정한 산림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림을 자연인 동시에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데일리는 지난해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탐방, 숲을 플랫폼으로 지역 관광자원, 산림문화자원, 레포츠까지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100회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강원 삼척의 준경묘 전경. (사진=강원 삼척시)
[삼척=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태조 이성계가 건국한 조선의 역사를 보면 시작과 끝에 바로 강원도 삼척이 있다. 전주 이씨인 이성계와 조선의 역사에 왜 삼척이 나올까? 삼척에는 이성계의 5대조 이양무의 무덤인 ‘준경묘’(濬慶墓)가 있다. 전북 전주에서 활동하던 이안사는 지방관리와 불화를 일으켰고 이 일로 위협을 느낀 그는 27세 무렵인 1230년 삼척으로 갔다.

삼척을 떠나기 직전 이안사의 부친 이양무가 죽었다. 이안사는 당시 최고의 지관을 찾아 아버지의 묘를 찾았고 그 자리가 지금의 준경묘이다. 5대 후손인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했,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 만든 ‘용비어천가’에 나온 ‘해동육룡(海東六龍)’은 이안사(목조)와 이행리(익조), 이춘(도조)과 이자춘(환조)과 이성계(태조)와 이방원(태종)까지를 말한다.

조선 중·후기 건국 설화를 품은 삼척이 조선왕실에서 성지(聖地)로 부각됐다. 이후 1899년 대한제국 황제 고종은 삼척에 있는 이양무 부부묘를 준경묘와 영경묘로 이름하고 이를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조선왕실의 뿌리 찾기 운동이 결말을 지었지만 허망하게 6년 뒤 을사조약이 체결되고 또 5년 뒤 조선은 사라졌다. 뿌리는 찾았지만 근본이 사라진 셈이다.

강원 삼척의 준경묘. (사진=강원 삼척시)
‘백우금관’의 전설…5대후 태조 이성계가 조선 건국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두타산 일원에 위치한 준경묘는 풍수를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이 봐도 ‘좌청룡 우백호’가 느껴지는 천하의 명당이다. 쭉쭉 뻗은 아름드리 금강송숲을 구비구비 지나면 바로 준경묘가 보인다. 준경묘는 백우금관(百牛金棺)의 설화가 있는 곳으로 태조 이성계의 고조부인 이안사가 묘를 정한 사연이 전설이 됐다.

이안사는 그의 부친 이양무 장군의 묘를 찾던 중 어느 스님이 “여기에 묘를 쓰면 5대 후에 왕이 나온다”고 했다. 다만 “백우금관(100마리의 소와 금을 만든 관)을 사용해야 한다”는 게 조건이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목했던 이안사는 백(百)마리의 소 대신에 흰(白)소를 금 대신에 금빛의 귀릿단으로 관(金棺)을 만들었다.

준경묘는 봉분 주변에 석물이 거의 없는 것 말고는 여느 왕릉에 못지않게 위엄과 규모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묘 주변의 금강송 군락지는 장관 중의 장관이다. 40㏊ 규모인 숲 전체의 생육상태와 밀도만 고려하면 남한 유일의 금강송 군락지라는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일대보다도 더 낫다.

둥치가 굵고 빽빽하게 들어찬 소나무는 어느 한 곳도 구부러지거나 뒤틀린 데 없이 자태가 곧고도 미끈하다. 직경 70㎝ 이상의 고목은 1000여그루에 달한다. 조선 말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복원할 때 이 일대의 금강송을 사용했다. 2008년엔 준경묘 주변 금강송 20그루가 숭례문 복원의 주요 목재로 쓰였다.

강원 삼척의 준경묘 일원 금강송 군락지. (사진=강원 삼척시)
삼척시, 금강송 군락지·준경묘 연계

준경묘는 산 정상에 가까운 분지에 있다. 주위에 산들로 둘러싸고 있어 마음먹고 찾지 않는다면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준경묘이다. 이 일대는 바람도 쉬어가고 구름도 자고 갈 마음이 생길 만큼 안온하고 평안하다.

삼척시는 준경묘와 이 일대 금강송 군락지를 연계한 관광코스를 개발 중이다. 테마는 1000년의 소나무 숲을 찾아가는 준경 옛길이다. 주차장에서 준경묘까지를 잇는 1.8㎞의 준경 옛길은 탐방하기에 길지 않은 길이지만 숲길 중간 중간에 색다른 숲을 만날 수 있고 종착지에 역사와 문화가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소나무 숲을 만날 수 있어 인상이 깊다.

크기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 금강송 군락지는 2006년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본부가 주최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천년의 숲이다. 또 정이품송과 혼례를 올린 대한민국 최고의 미인송도 바로 이곳의 금강송이다.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과 강원 삼척 미인송의 혼례는 2001년 당시 산림청장이 주례를, 삼척시장과 보은군수가 각각 혼주를 맡아 전통 혼례식을 거행했다. 2023년에는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이름을 올렸다.

삼척시는 금강송 군락지 일원에 대규모 치유의 숲·자연휴양림을 조성했다. 삼척시와 삼척동해태백산림조합은 2017년부터 총사업비 150억원을 들여 금강송 군락지인 준경묘 인근 미로면 활기리 일원 90㏊ 산림에 ‘삼척 활기 치유의 숲·자연휴양림’을 조성했다.

임병덕 강원 삼척시 산림휴양팀장은 “역사와 문화, 환경과 스토리텔링 등을 접목해 타 지역과 차별화된 산림 관광·휴양시설을 조성했다”며 “국내 최고의 복합 휴양·치유시설인 만큼 많은 국민들이 방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원 삼척의 영경묘 입구에 설치된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입간판. (사진=박진환 기자)

박진환 (pow1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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