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거리의 피아니스트, 하늘에 울리는 ‘사부곡’
“돌아가신 아버지 듣고 계실 듯”
그리운 마음 담은 ‘특별한 의식’
이웃에 선한 영향력 전파 노력
“용기 얻었다는 댓글이 큰 격려”
“새벽에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나와서 피아노를 치는데 느낌이 참 좋습니다. 어둑하고 조용하고 차 소리가 조금씩 나는데 가끔은 까마귀나 비둘기가 와서 옆에 앉습니다. 그럴 때가 정말 좋습니다.”

이후 주 고문은 집 근처 세종문화회관에서 다시 피아노를 만났다. ‘예술도시를 꿈꾸자’던 오세훈 서울시장 아이디어로 2023년 10월 설치된 공공 피아노였다. 처음 친 곡은 영화 ‘쉘부르의 우산’ 주제곡. “그때 ‘우리나라도 문화 선진국이 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피아노가 공공장소에 놓여 있고 누구나 칠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야외 피아노 연주는 팔순을 두 달 앞두고 말레이시아 여행 중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위한 주 고문의 특별한 의식이기도 하다. “생신에 어딘가 모시고 가서 피아노를 쳐 드리겠다고 연습하던 참이었는데, 그게 끝내 이루지 못한 일이 됐습니다. 소리는 파동입니다. 야외에서 피아노를 치면 어디선가 아버지가 듣고 계시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합니다.”
남들 앞에서 연주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지 물었다. 주 고문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면서도 “그런데 피아노는 다르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는 겁니다.”
그렇게 만난 세종라운지 피아노를 주 고문은 이른 출근길에 주로 연주하고 때로는 밤이나 새벽에도 건반을 두드린다. 더 잘 쳐야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피아노학원에도 다니고 있다. 주로 치는 곡은 베토벤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1악장, ‘비창’ 3악장 등 10여곡. 암보로 치다 보니 그 이상은 무리다. 주 고문처럼 자주 연주하는 이들과도 교분을 나누게 됐다. 주 고문은 “자주 보는 분이 10명 정도인데 그중 여덟 분 정도는 상당히 수준 있는 연주자”라며 “가끔 차도 한 잔씩 한다”고 말했다.
“음대 작곡과 교수로 은퇴하고 반주를 하시면서 꾸준히 나오시는 분도 있고, 거리 피아노만 유튜브에 올리는 분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어려서 피아노를 많이 배웠는데 집이 갑자기 망하면서 피아노를 압류당했다고 했습니다. 그게 한이 돼서 나이 들어 계속 피아노를 치고 다니신다고 하더군요.”
주 고문은 “서울에는 피아노 버스킹을 할 수 있는 곳이 스무 군데가 넘는데 장소마다 개성이 다르다”며 “건반이나 조율 상태가 중요한데 세종문화회관이 최고”라고 말했다.
길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주는 ‘가치’에 대해 주 고문은 ‘쓰임’을 이야기했다. 그는 “거리에서 연주하면 ‘내가 세상에 어떤 쓰임이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제 연주 영상에 누군가 ‘삶의 용기를 얻었다’는 댓글을 올려 큰 격려가 됐다”고 말했다.
“피아노를 칠 때는 몰입과 알아차림이 동시에 있습니다. 그것이 제게는 깨어 있는 상태처럼 느껴집니다. 선한 마음으로 연주하면 그 소리도 어떤 선한 영향력을 갖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차승원이 김선호를 2번 연속 파트너로 택한 진짜 이유
- ‘10원’도 못 쓰는 이승철…결혼식 날 장부부터 압수한 ‘1000억 자산가’ 아내
- ‘YG 떠나면 끝’ 비아냥 뚫고 238억 정산금…제니의 홀로서기, K팝 판도 바꿨다
- 17억 빚 갚고 ‘삼성전자 500%’…김구라가 피땀 흘린 돈을 묻어둔 방식
- 19개월 딸이 받은 ‘억대 세금 고지서’…박수홍이 30년 억울함 갚은 결말
- 5억 낡은 주택이 35년 뒤 100억 빌딩…임하룡, ‘왜 저런 땅을’ 비웃음에도 팔지 않은 이유
- 월이·미자·머털이, “잘 키울게요”…김고은·예지원·남보라, 약속 지켰다
- "뼈말라 다이어트 절대 아냐"…고현정·유주·온유, 앙상해진 진짜 이유
- 믿음의 대가는 빚더미…박준규·정웅인·성동일 덮친 사기 피해
- ‘안녕’ ‘소주 한 잔’ ‘체념’…박혜경·임창정·이영현, 명곡 팔아야 했던 속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