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43만 개인정보 유출’ 듀오 임원 “1등 업체라 털렸다”...폐기 대상은 ‘취급 주의’ 체계적 관리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고위 임원이 회원 43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 문제를 두고 “우리도 피해자”라며 “하늘이 주신 사건”이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1등 업체이기 때문에 털렸다”라며 홍보성 소재로 인식한 정황도 나왔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안이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듀오의 임원 A씨는 지난달 23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개인정보 유출 조사 결과 발표 직후 내부 회의에서 “(해킹을)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A씨는 또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알려주기 위해 하늘이 주신 사건”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런 상황에서도 (듀오를) 찾아주는 회원들에게 너무 고맙다”며 “솔직히 (이런 회원들이) 이해가 잘 안 간다”라고도 했다.
개보위는 지난해 1월 해킹으로 듀오 정회원 42만7464명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과징금 11억9700만원 등을 부과했다고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듀오가 시스템상 안전성 확보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개보위는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직후에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직원들에게 “쿠팡도 해킹 사태가 있었고 위약금을 물었지만 쿠팡 매출이 더 좋아지지 않았나”라며 유출 사건이 광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A씨는 경쟁사와 비교하며 “우리가 털린 건 1등 업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 직원도 고객 상담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홍보성 소재로 취급했다. 한 상담 매니저는 이달 초 회원 가입을 권유하며 “작은 곳들도 개인정보 유출이 있지만 큰 회사만 이슈가 되는 것”이라며 “작은 곳들이 (문제가) 더 심하고 듀오가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고도 얘기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2월부터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A씨는 자신의 발언들에 대해 “이번 사태로 불안해하는 직원들을 안심시키고 독려하기 위해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듀오는 상담 매니저의 발언에 대해서도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로 보인다”며 “회사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개보위 조사 결과, 듀오는 개인정보 처리 방침상 ‘보유기간 5년’을 넘긴 정회원 정보 29만8566건을 파기하지 않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전직 직원들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정회원(유료 회원)에 가입하지 않은 준회원의 정보도 5년 이상 보관·활용돼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직 직원 B씨는 “5년 이상 된 회원 데이터베이스(DB)에는 빨간색으로 ‘5년 경과’, ‘컨택(접촉) 시 주의하라’는 문구 같은 게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전직 직원 C씨는 “몸무게와 음주 여부, 연봉 등 구체적인 개인 정보를 폐기하지 않고 갖고 있어 ‘이거 알려지면 특종’이라고 (직원들끼리) 늘 얘기했을 정도”고 했다. 그는 또 “(정회원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고객의 정보 등을 폐기하지 않고, 신입 직원에게 주며 매출을 만들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듀오 측은 “활동하는 회원들에 대한 매칭을 최적화하기 위해 과거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업종의 불가피한 특성이 있다”며 “5년 이상 된 자료를 폐기하지 못한 부분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다 폐기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이 유입된 후 18개월간 기성 매니저들이 컨택하다가 (정회원) 가입 전환이 안되면, 그 시점에 해당 DB를 신입 매니저들에게 배정한다”며 “5년 이상된 DB를 주고 (정회원) 가입을 받으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듀오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500명 이상은 이달 초 두번에 걸쳐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는 지난 17일까지 약 30여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하주언 기자 eon@kyunghyang.com, 임주영 기자 zoo@kyunghyang.com, 김은송 기자 ssong@kyunghyang.com,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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