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물납주식 4000억 원 장기 보유…‘5년 내 재매입’ 검토[Pick코노미]

이정훈 기자 2026. 5.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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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유 물납증권 321건 5.9조 원
휴폐업 법인 물납증권도 132건 포함
휴면 법인 주식은 최장 28년째 보유
비상장주식 매각 난항에 회수 장치 논의
가격 산정·특혜 논란은 제도화 변수
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상속세 물납주식에 ‘5년 내 재매입’ 조건을 붙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금 대신 받은 비상장주식이 팔리지 않은 채 국유재산으로 쌓이자 처음부터 회수 장치를 두겠다는 것이다.

25일 관가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국세물납증권 관리 제도 개선 방안의 하나로 환매조건부 물납 도입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물납 신청 때 상속인이나 발행회사가 5년 이내 다시 사들이는 조건으로 물납을 허가하는 방식이다. 물납제도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소관이어서 실제 도입하려면 시행령 개정 논의를 거쳐야 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물납주식이 장기간 매각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관리 차원에서 물납 단계부터 판매 조건을 붙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에서 증권으로 물납할 수 있는 세목은 상속세뿐이다.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현금으로 내야 한다. 다만 상속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바로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일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춰 현금 대신 해당 자산으로 세금을 낼 수 있다. 과거에는 증여세도 가능했지만 2008년 시행령 개정 이후 증여세 물납은 허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정부가 이렇게 받은 비상장주식도 쉽게 팔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국세물납증권을 위탁받아 공매 등을 통해 처분하지만 비상장주식은 거래 시장이 좁다. 경영권을 동반하지 않는 지분은 투자 매력도 낮다. 매각이 늦어질수록 세수 확보는 지연되고 국유재산 관리 부담은 커진다.

캠코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정부가 보유한 물납증권은 321건이다. 금액으로는 5조 8769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5년 이상 장기 보유 중인 물납증권은 259건으로 약 3995억 원 규모였다. 휴폐업 기업 물납증권도 132건 포함됐다. 다만 이는 이달 재경부가 NXC 물납주식 일부를 처분하기 전 수치다. 재경부는 지난 11일 NXC가 정부 보유 주식 1조 227억 원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20년 넘게 묶인 물납증권도 있다. 보유 종목 가운데 최장 보유 사례는 28년 된 휴면 법인 주식이었다. 휴면 법인은 법적 청산 절차를 밟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운영되지 않는 회사다. 휴면 법인을 제외해도 정상 운영 중인 법인 주식이 22년째 정부 손에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주식을 오래 들고 있는 사이 기업이 휴폐업하거나 청산·파산 절차에 들어가면 국고 회수 가능성은 더 떨어진다. 파산 절차에서는 채권자 중심으로 변제가 이뤄져 주주 지위에 있는 정부의 회수 여지는 좁아진다. 캠코도 휴면 법인 현황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외부 신용정보기관을 통해 기업 신용등급 하락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환매조건부 물납은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정부가 물납주식을 받은 뒤 매수자를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재매입 조건을 붙이면 장기 미매각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다만 특혜 논란은 변수다. 환매가격을 물납 당시 평가액으로 할지 재매입 시점 평가액으로 할지에 따라 국고 손실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기업가치가 떨어진 뒤 상속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낮은 가격에 주식을 되사면 세금 대신 낸 주식을 싸게 되찾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처럼 공개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없다. 평가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납 당시 평가액을 기준으로 하면 시간이 지난 뒤 달라진 기업가치를 반영하기 어렵다. 재매입 시점 평가액을 적용하면 평가 방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발행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방식도 논란거리다. 회사 자금으로 상속인의 세 부담을 우회적으로 덜어주거나 경영권 방어에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비상장주식 물납은 결국 국가가 현금화 부담을 떠안는 제도인 만큼 물납주식을 쌓아두는 것보다 매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상속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낮은 가격에 주식을 되사는 통로로 악용되지 않도록 가격 산정과 재매입 조건에 대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물납은 납세자의 현금화 어려움을 정부가 인정해 허용한 제도인데 안 팔린다는 이유로 재매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라며 “정부가 처분 방식에 민간적 판단과 유연성을 더하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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