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도 밀렸다…차량용 메모리 1위는 美 마이크론

정경수 2026. 5.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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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메모리는 韓 우위, 차량용은 美 마이크론 독주
K-차량용 메모리 점유율 19.8% 그쳐
마이크론 51.7% 과반
자율주행 확산에 중요성 커져
AI 서버 우선 공급에 車 반도체 가격 상승 우려
1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 사업 업무협약 행사장에 전시된 아이오닉 5 기반 자율주행 실증차량과 현대차·기아의 자율주행 설루션 ‘아트리아 AI’ 소개 부스 모습.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미국 마이크론에 크게 뒤처져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으로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제품에 공급이 집중되면서, 지찻 차량용 메모리는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간한 산업분석 보고서 ‘K-메모리의 사각지대, 차량용 반도체’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전체 D램 시장에서 65.8%,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51.3%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D램과 낸드 모두 세계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다.

하지만 차량용 메모리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달라진다. 2024년 기준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19.8%에 그쳤다. 차량용 D램은 24.6%, 차량용 낸드는 18.1% 수준이다. 반면 마이크론은 차량용 메모리 전체 시장에서 51.7%를 차지하며 과반을 넘겼다.

기업별로 보면 차량용 메모리 전체 매출은 마이크론이 36억8800만달러로 1위다. 삼성전자는 12억200만달러로 2위, SK하이닉스는 2억1100만달러로 5위에 머물렀다. 차량용 D램에서도 마이크론 점유율은 65.0%, 삼성전자는 20.9%, SK하이닉스는 3.7%다. 차량용 낸드 역시 마이크론이 45.8%로 1위를 차지했다.

격차도 벌어지는 추세다. 마이크론과 국내 기업 간 차량용 메모리 점유율 차이는 2022년 15.7%포인트, 2023년 15.6%포인트에서 2024년 19.8%포인트로 확대됐다.

24년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 현황 [자동차연구원 제공]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은 보고서에서 국내 메모리 기업들이 고성능·고용량 중심의 AI 서버와 모바일용 메모리에 집중해 세계 시장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차량용 메모리에서는 후발주자였다는 점을 원인으로 짚었다. 차량용 반도체는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을 요구하고, 인증·생산·보증 절차도 까다롭다. 반면 수요 규모는 서버·모바일보다 작고 검증된 구형 제품을 장기간 공급해야 해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론은 1990년대 초부터 차량용·산업용 메모리 시장에 진입해 장기 공급 기반을 쌓았다. 미국 버지니아 마나사스 공장 등을 자동차·산업용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운영하며 안정적 공급 신뢰를 확보했고, 퀄컴·엔비디아 등 차량용 시스템온칩(SoC) 기업과 초기 설계 단계부터 협력해 시장을 선점했다. BMW, 컨티넨탈 등 완성차·부품사와의 협력도 경쟁 우위로 작용했다.

차량용 메모리 시장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중 메모리 비중은 지난해 기준 9.4%로 다른 수요처보다 낮지만,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확산으로 탑재 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차량용 메모리 시장은 지난해 73억9000만달러에서 2030년 125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성장률은 11.1%로 차량용 반도체 전체 성장률 전망치인 7.8%를 웃돈다.

특히, 로보택시에는 일반 차량의 20~30배 수준인 200GB 이상의 D램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차량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도 2024년 평균 90GB에서 2026년 278GB, 2030년에는 4TB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차량용 메모리 공급 불안도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AI 서버용 메모리가 업계의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하면서 차량용 메모리가 생산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고 봤다. 차량용 D램 가격은 전년 대비 70~100% 오르고, 재고 소진에 따른 공급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문제는 자동차 산업의 전장화가 빨라질수록 메모리 가격 상승이 완성차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차량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자율주행·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인포테인먼트 기능이 확대되면서 이른바 ‘칩플레이션’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 책임은 국내 기업들이 차량용 메모리 시장을 미래 성장축으로 다시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차량용 메모리는 인증 후 공급처 변경이 쉽지 않고 장기 공급계약이 일반적이어서, 메모리 업황 하강기에도 안정적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책임은 “메모리 업계의 대용량·고성능화를 우선하고 최소한의 신뢰성만 충족하는 범용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차량용·산업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뢰성·안전성 기술 투자와 역량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자동차 업계가 메모리를 직접 구매하기보다 SoC나 전자제어장치(ECU) 공급망을 통해 채택하는 구조인 만큼, 퀄컴·모빌아이·엔비디아 등 차량용 SoC 기업과의 기술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 반도체 기업 간 장기 협력 체계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자동차 산업의 AI 전환 과정에서 해외 기업과의 기술·생태계 격차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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