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전차 1900대 중 1700대, 北 대전차로켓 못 막아[이현호의 밀리터리!톡]
해병대, 100여대 전차 모두 APS 미장착
北 대전차로켓·대전차미사일에 속수무책

지난 3월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인민군 수도방어군단 직속 평양 제60훈련기지에서 아버지와 동행해 신형 전차를 직접 조종하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부녀가 북한군 전차에 탑승한 장면도 주목을 받았지만, 이날 공개된 능동방호체계를 갖춘 북한 육군의 신형 주력전차 ‘천마-20’이 특히 관심을 끌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신형 주력 전차의 능동방호체계 검열을 위한 각종 시험이 실시됐다”며 각기 다른 방향과 계선에서 날아오는 대전차미사일과 무인기를 ‘100% 명중률’로 요격하며 능동방호체계의 효율성을 “뚜렷이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전차의 능동방호체계(APS)는 적의 대전차 무기가 접근할 때 자동으로 대응해 요격하는 방어 시스템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대전차 미사일에 전차가 큰 피해를 입으면서 ‘전차 무용론’까지 제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전차는 여전히 지상전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강력한 주포와 두꺼운 장갑을 갖춘 전차는 공격과 방어 작전 모두에서 보병과 장갑차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에서는 기계화 전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FGM-148 재블린, 영국의 NLAW 등 서방제 대전차 무기를 활용해 러시아 전차에 큰 피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발발 6개월 만에 러시아군 전차 531대, 장갑차 314대, 보병전투차 561대가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지난해(2023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서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주력 전차 ‘메르카바’가 능동방어체계 성능을 발휘하며 공격을 견디는 모습이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해당 영상에서 전차는 공격을 받고도 큰 피해 없이 전진하며 방어 시스템의 성능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됐다.
최근 세계 각국은 이러한 전장 사례를 분석하며 대전차 전력 대응 방안을 강화하고 있다. 전차의 장갑 방어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능동방어체계(APS) 장착을 서두르는 추세다.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현대전 경험을 축적한 북한 역시 전차와 장갑차 등 기계화 장비를 포함한 재래식 전력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을 비롯해 미국 등 주요 군사 강국들이 능동방호체계(APS)를 갖춘 신형 전차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육군 전력의 핵심인 전차의 APS 장착 현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리 군은 K-APS를 개발했지만 높은 비용과 작전 개념(교리) 미비 등의 이유로 사실상 도입이 보류된 상태다.
이 때문에 육군과 해병대가 보유한 전차 가운데 약 89.5%가 능동방호체계(APS)를 탑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중 9대가 APS 없이 운용되는 셈이다. 북한은 대전차미사일 ‘불새-2’와 대전차로켓 RPG-7 등 재래식 대전차 화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육군 및 해병대 전차 APS 탑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6년 4월 기준 육군(지상작전사령부·2작전사령부 예하부대) 보유 전차 약 1800대 가운데 APS 미탑재 전차는 약 1600대로 집계됐다.
전차별로 보면 K1A2 전차 약 400대, K1E1 전차 약 900대, M계열 전차 약 300대가 APS를 장착하지 않은 상태다. 반면 K2 전차 약 200대만이 적외선 교란 방식의 소프트킬 APS를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가 보유한 전차 약 100대(K1A2 약 40대·K1E1 약 60대) 역시 APS가 전혀 장착되지 않았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북한이 보병 분대 단위까지 대전차 화기를 배치하며 대전차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군 열병식에서 공개된 RPG 계열 대전차로켓의 신형 탠덤 탄두는 반응장갑 대응용으로 개발돼, APS가 없는 K1 계열 전차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소프트킬 APS가 장착된 K2 전차 역시 북한의 RPG 계열 무기에 대해 제한적인 대응력만 갖췄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요격 방식의 ‘하드킬’ APS 도입과 성능 개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능동방호체계는 전차·장갑차 등 기갑 전력을 위협하는 무기를 요격해 파괴하는 하드킬 방식과, 전자장비로 교란해 무력화하는 소프트킬 방식으로 구분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우리 전차 전력에 대응해 대전차 화기를 보병 분대 단위까지 확대 배치하는 등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정보 당국에 포착되고 있다”며 “K2 전차는 복합 능동방호체계를, K1 계열 전차는 복합재머 장착 여부를 검토 중이며 관련 사업에 대해 올해 소요 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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