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환불 대신해 준다더니…계정 정지 부르는 ‘환불 대행’

구글과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 '게임 환불 사이트', '구글 환불 대행' 등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환불 대행 업체가 노출된다. 이들 업체는 "아이템을 사용해도 100% 환불 가능", "전문가 상담", "본사와 직접 문의" 등을 내세워 이용자를 끌어들인다.
환불 대행은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이 앱마켓 환불 절차를 어렵게 느끼는 점을 파고들어 성장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의 경우 구매 후 48시간 이내는 구글이 직접 주관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게임사나 앱 개발자에 직접 문의해야 한다. 이 경우 각각의 게임사 약관에 따라 환불 승인 여부가 달라진다.
환불 대행은 이런 절차를 대신 처리해 주는 명목으로 환불 금액의 약 10~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법에 따라 변호사가 아닌 금전 목적으로 타인의 권리 구제나 분쟁 조정 등 '법률 사무'를 대리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해석했다.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이용 약관 역시 제3자에게 계정·결제 정보를 공유하거나 허위 사실로 환불을 청구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돈은 받았는데 계정 영구 정지"… 게이머 울리는 환불 대행의 덫
문제는 환불 대행업이 허위 광고로 이용자를 기망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다. 일부 업체는 대형 게임사의 게임도 환불이 가능하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구글플레이 스토어는 국내 대형 게임사(넥슨, 넷마블, 엔씨 등)의 게임에 대한 환불 문의를 일절 받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업체는 상품 미지급 같은 게임사의 과실이 아닌 지속적인 과금 상품 출시 사유만으로도 환불이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는 주관적 사유에 해당해 원칙적으로 환불이 어려운 사안으로 평가한다. 전자상거래법상 환불이 인정되려면 상품이나 서비스에 객관적 하자가 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일부 업체가 앱마켓 정책을 악용하는 방식으로 환불을 시도할 때다. 실제 환불 이유는 '단순 변심'이지만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유(미성년자 결제, 시스템 오류)로 바꿔 구글에 청약 철회를 신청하는 식이다.
이 경우 게임사에서는 비정상적인 환불 건으로 인식해 이용자 계정 정지나 서비스 이용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특히 이미 재화를 사용해 놓고 플랫폼을 속여 돈을 돌려받는 행위는 형법상 사기(컴퓨터 등 사용사기) 및 게임사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고소 대상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선입금 먹튀 위험도 늘어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지적된다. 환불 대행 업체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실제 거래는 대부분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구글·애플 계정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 이름,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용자가 계정 정보를 제 3자에게 넘기는 행위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계정 탈취나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수수료 선입금을 요구하는 곳도 피해야 한다. 선입금을 받은 뒤 연락을 끊는 이른바 '먹튀' 피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태림 엑시스 로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환불 대행업 자체를 등록하거나 허가받도록 하는 법은 현재 없다. 따라서 영업 자체를 불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오픈채팅으로 이용자의 계정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그대로 수집하는 방식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안전성 확보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픈채팅은 다수가 접속 가능한 채널이고, 수집된 인증 정보가 업체 서버나 기기에 암호화 없이 저장·관리될 경우 분실이나 유출 시 2차 피해로 직결된다"며 "실제로 수수료를 먼저 받고 잠적하거나 수집된 계정 정보를 악용하는 피해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불 대행업이 사실상 제도권 밖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자상거래법에서도 대행 업체 이용 후 계정 정지가 될 경우 구제할 수단이 전무하며, 게임법 개정안에서도 유료 결제 환불 조항은 빠져 있다는 점에서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은 "환불 대행업은 정보통신망 침해, 표시광고법이나 전자상거래법 위반 등에서 명확히 규정한 것이 없어 소비자 피해 구제가 어렵다"며 "특히 약관 위반으로 계정이 정지됐을 때 이용자가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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