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협상 순조”…트럼프, 중동국에 ‘아브라함 협정’ 가입 압박(종합)
사우디·카타르 포함한 대규모 안보연합 구상 제시
호르무즈 재개방 기대에 국제유가 급락·글로벌 증시 반등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연장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에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공개 압박했다. 단순한 휴전 중재를 넘어 이란까지 포함한 새로운 중동 안보·경제 질서를 구축하려는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합의가 무산되면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 더 크고 강력한 충돌이 벌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누구도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아랍에미리트(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대통령,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 등과 논의했다며 “이들 국가가 동시에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미국 중재 아래 이스라엘과 UAE·바레인 등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중동 외교 협정이다. 이후 모로코와 수단 등이 추가로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이를 자신의 대표적인 외교 성과로 재부각하며 중동 질서 재편의 핵심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의 조기 참여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즉시 서명해야 하며 다른 국가들도 뒤따라야 한다”며 “서명하지 않는다면 이는 악의적인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브라함 협정은 참여 국가들에 재정적·경제적·사회적 대호황을 가져왔다”며 “중동에 지난 5000년 동안 없었던 진정한 힘과 안정,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협정 참여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수많은 지도자들이 미국의 문서가 서명되는 즉시 이란이 아브라함 협정의 일원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며 “정말 특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 임시 휴전 협상을 계기로 친미 아랍 국가와 이란을 동시에 묶는 새로운 지역 안보체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을 완화하는 동시에 미국 주도의 경제·안보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장중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약 5% 급락했다. 글로벌 증시 역시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충돌 여파로 치솟았던 원유 공급 불안 우려가 다소 완화된 영향이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약 두 달간 휴전을 연장하는 임시 합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기간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일부 완화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협상에는 카타르가 핵심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란 의회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은 이날 도하를 방문해 카타르 고위 당국자들과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중앙은행 총재도 대표단에 포함돼 동결된 이란 자금 해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군부 실세인 아심 무니르 원수도 중국 측에 “합의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주요 소통 창구 역할을 해온 인물로 평가된다.
다만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자유 항행 문제와 수십억달러 규모의 이란 동결자금 해제 속도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은 최대 난제로 꼽힌다. 이란은 전쟁 초기부터 해협 해상 교통 관리 권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 아랍 국가들은 국제 해상 교통로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이란은 기존의 ‘통행료 부과’ 방침에서는 다소 후퇴한 모습이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선박들에 대해 ‘통행료’ 대신 ‘항행 서비스 비용’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역시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란과 직접 협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레바논 헤즈볼라와 친이란 무장세력 문제를 둘러싸고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은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모든 전선에서 행동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핵·탄도미사일·테러조직 자금 지원 위협을 제거하지 못하는 어떤 합의에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협상에서는 결국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가 최대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미국은 이란이 보유 중인 고농축 우라늄 400㎏ 이상을 넘기고 약 20년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반면 이란은 휴전이 레바논 등 친이란 무장세력이 연관된 모든 전선에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지나치게 양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화당 내 대표적 대이란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은 이번 합의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됐던 이란 핵합의(JCPOA)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실패한 오바마식 합의와는 정반대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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