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선물 순위서 밀린 스벅…"역사감수성 검증시스템 전면 구축해야"
가치소비·초연결 시대 맞물려
기부 넘어 사회적 맥락 존중 필요
10명 중 6명 "물의 기업 불매운동"
실무자 문책으로 민심수습 어려워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우리 옷을 사지 마세요.”
미국 아웃도어 의류기업 ‘파타고니아’는 지난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때 뉴욕타임스에 이같은 광고를 냈다. 옷 한 벌을 만들 때 발생하는 환경 파괴를 경고하며, 새 옷을 사지 말고 기존의 옷을 수선해 입으라는 취지였다. 구호뿐인 마케팅이 아니었다. 파타고니아는 전 세계를 돌며 타사 제품까지 무상으로 수선해 주는 ‘원웨어(Worn Wear)’ 캠페인을 벌였다. 2022년에는 창업주 일가가 회사 소유권(지분 100%, 가치 약 4조원)을 환경 재단과 비영리 단체에 통째로 기부하며 진정성을 증명했다. 이후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며 약 15년동안 연평균 10~15% 수준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역사를 존중하는 진정성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담보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기업이 매년 수십, 수백억원의 기부금을 내고, 상생 캠페인을 벌여도 단 한 번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모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스타벅스가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비하하는 이벤트로 논란이 된 가운데 20일 서울 한 스타벅스에 사과문이 붙어 있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6/Edaily/20260526055307794ksnn.jpg)
업계가 이번 사태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이유는 과거 ‘남양유업 사태’의 기시감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로 촉발된 남양유업 사태는 위기 때마다 보여준 기업 편의주의적 태도와 눈가림식 대처가 장기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며 결국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포기로 끝났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스타벅스가 3.1절 굿즈, 문화재 복원 등 좋은 일도 많이 했는데 이번 이슈가 정치·사회적 이슈와 맞물리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분위기”라며 “안타까우면서도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6/Edaily/20260526055309032ivjg.jpg)
재계 안팎에서는 변화한 사회적 책임(CSR) 패러다임을 읽지 못한 기업이 직면할 리스크의 파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정 사회적 논란에 대해 소비자들이 집단적인 구매 거부로 대응하는 흐름은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실시한 ‘소비자의 ESG 행동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10명 중 6~7명(64.0%)은 기업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응해 불매운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제품 구매 거부의 가장 큰 유발 요인으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 꼽혔다. 이번 스타벅스 사태처럼 사회적·역사적 감수성을 놓친 기업에 대해서는 즉각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현대의 CSR이 단순 기부를 넘어 기업이 사회적 가치에 기여하는 방식 전반을 평가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고 분석한다. 특히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현대의 소비자들은 기업의 윤리적 태도를 구매 결정의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 스타벅스의 이번 사태가 공직사회와 시민사회, 노동계 등의 영역까지 번진 이유는 소비자들이 이를 단순한 실수가 아닌 역사적 아픔을 상업적으로 소비하려 한 윤리적 결함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 있는 기업일수록 역사적·사회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나 기획에 신중해야 한다”며 “이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내부 검수 장치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사회적·윤리적 검증 시스템 재구축해야”
반면 비즈니스 모델과 사회적 가치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신뢰 자산’을 다진 기업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견고한 소비층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유한킴벌리가 40년 이상 전개해 온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휴지와 기저귀 등 펄프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자사 비즈니스의 특성을 인지하고, 이에 따른 환경적 책임을 나무 심기 활동으로 연결해 주요 기관의 ‘가장 존경받는 기업’ 조사에서 수십 년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본업 연계형 CSR을 구축한 기업들은 평판 위기에서 방어막을 갖추는 반면, 내부적인 리스크 스크리닝 시스템 없이 전개되는 일회성 마케팅은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마케팅 과정에서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조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되고 교차 검증되는 초연결 환경에서는 실무자 개인의 문책이나 일회성 해명 등 임기응변식 대응만으로 돌아선 민심을 수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AI와 SNS의 발달로 기업과 경영진의 과거 발언 및 행적까지 즉시 공유되는 시대”라며 “소비재 기업은 ESG 및 CSR 친화적이고 소비자 중심의 경영 메시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형식적인 유감 표명에 그치지 않고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내부적 ‘사회적 게이트키핑’ 장치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그룹 차원에서 윤리적 스크리닝 및 인권·역사 감수성 검증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수정 (sjs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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