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앞두고 뜨거운 감자된 '감사의 정원' 시민들 생각 직접 들어보니

김교환 기자 2026. 5. 26.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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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사와 비판 사이…광화문 ‘감사의 정원’ 가보니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감사의 정원'./사진-투어코리아 김교환 기자

[투어코리아=김교환 기자] "저 빛이 참전 용사들이 있는 곳까지 닿지 않을까요?"

5월 24일 저녁 9시 22분경 미국대사관 앞 감사의 정원 석재 조형물에서 일제히 빛이 나오자 시민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된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이 6·3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한국전쟁 참전 22개국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6.25m 높이 조형물 23개가 지난 12일 공개되자마자 '뜻깊은 추모 공간'이라는 찬사와 '선거용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동시에 쏟아졌다.

총 206억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국토교통부의 공사중지 명령이라는 행정적 진통까지 겪으며 준공식을 선거 3주 전에 치렀다. 기자는 석가탄신일 연휴 주말 저녁, 실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광화문에 반드시 있어야 할 공간"

2026년 5월 24일 저녁 10시경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감사의 정원' 석재 조형물 조명 23개가 하늘을 향해 빛을 내뿜고 있다./사진-투어코리아 김교환 기자

경기도 김포에서 온 엄희원(64·여)씨는 석재 조형물 위에 쏟아져 나오는 빛을 한참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카추사 출신 아버지와 1950년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한 시아버지를 둔 그에게 이곳은 남다른 의미였다.

"우리 한국을 위해서 참전한 국가에서 돌을 기증했고, 그 돌이 모여서 이 탑을 만든 거잖아요. 저기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참전 군인들의 영혼이 있는 곳까지 닿지 않을까요?"

옆에 있던 아들에게 소감을 묻자 "뭔가 하늘로 가는 길 같기도 하고.."라고 했다. 그는 "우리 아빠도 볼 수 있을까, 하늘 끝까지 가서 별이 된 시아버님도 보실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긴 시간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김영주(33·남)씨는 세계 각국의 젊은 군인들이 이 나라를 위해 희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광화문에 공간이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여기는 또 많은 외국인들이 오는 곳이잖아요.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전 세계에서 많은 젊은 군인들의 희생이 있었어요. 서울에서 가장 중심인 광화문광장에서 이곳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노원구의 김진희(31·여)씨는 처음엔 기대 없이 들렀다가 마음이 바뀌었다. "별 생각 없이 왔는데 지하에서 6.25 관련 역사 설명을 보니까, 역사적으로 잊으면 안 될 것들을 보기 쉽게, 접하기 쉽게 잘 풀어 써줬더라고요. 23개국 각각 QR로 들어가면 몇 명이 왔고, 지원은 얼마나 했는지 영어와 한국어로 짧게 정리돼 있어서 역사를 모르는 사람도 알고 가기 좋게 해 놓았어요."

24일 저녁 감사의 정원 지하 공간인 '프리덤홀'의 벽면에서 6·25전쟁 참전국 용사들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사진-투어코리아 김교환 기자

해외 방문객들도 발길을 멈췄다. 미국 국적의 마리나 파킨슨(68·여)씨는 아버지가 1964년부터 66년까지 포천에서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다며 개인적인 감사함을 전했다. "모든 참전 국가들이 함께했고, 레이저 빛이 하나로 모이는 건 세상을 떠났지만 잊히지 않은 군인들의 영혼처럼 느껴집니다."

"200억짜리 불필요한 사업"... 반대 목소리도

인천에서 온 장모(52·남)씨는 낮게 깔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제가 듣기로는 한 200억 정도 예산이 들어간 걸로 알고 있는데, 오세훈 시장이 무슨 의도로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돈으로 차라리 소외된 계층을 더 지원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수원 영통구의 이모(26·남)씨는 정원의 취지 자체는 이해하면서도 비용 논란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 정원의 취지 자체가 우리나라의 공산화를 막아준 연합국의 도움에 감사하다는 의미잖아요. 그건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비용 논란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감사의 정원을 바라본 풍경./사진-투어코리아 김교환 기자

경기도 성남에서 온 한혜숙 씨(62·여)는 공간의 의미에는 공감하면서도 홍보 부족과 설명의 아쉬움을 지적했다. "사람들이 하도 빛만 보고 있으니까 '이거 뭐예요?' 하고 물어보는데 '여기서 빛이 나와요'라고만 하고 끝났단 말이에요. 모르는 상태에서는 '이 밤에 전기세를 어떻게 할 거야?', '차라리 공원을 만들지, 이 돌들을 삐죽삐죽 세워놓고 이게 뭐야?'라고 할 수 있잖아요. 바깥에서 볼 적에도 설명이 잘돼있으면 좋겠어요."

206억 예산, 선거 뇌관 되다

'감사의 정원'에 실제로 투입된 예산은 총 206억 원이다.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집행된 47억 8천만 원에 올해 책정된 158억 4천만 원을 합산한 금액이다. 일각에서는 인접한 세종로공원 종합정비사업(524억 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업비 규모가 730억 원에 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서울시는 당초 거대한 태극기 게양대를 세우려다 반발에 부딪히자 '집총경례(받들어 총)'를 모티프로 한 조형물로 계획을 바꿨고, 이 과정에서 사업비도 수차례 변경됐다. 지난 3월 3일에는 국토교통부로부터 행정절차 미이행을 이유로 공사중지 명령을 받았다가 3월 22일 공사가 재개된 뒤 지방선거 3주 전 준공식을 강행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참전국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선거용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일"이라며 당선 시 이전·철거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 전 시장은 "국토부 공사중지 명령으로 일정이 한 달 늦춰진 것뿐"이라며 "감사의 정원을 비난하는 것은 유엔군 참전용사에 대한 모독"이라고 맞섰다.

일부 시민단체는 "세종대왕 동상 옆에 군사주의를 상징하는 돌기둥을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고,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사업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저녁 하늘을 가르는 빛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감정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는 그 빛에서 돌아가신 참전용사를 봤고, 어떤 이는 낭비된 세금을 봤다. '감사의 정원'이 어떤 공간으로 자리 잡을지는, 6월 3일 지방선거 결과가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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