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라 했는데 불 냈다…정용진 쇄신 4년 만에 도마 위

김수연 2026. 5. 26.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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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과 관련해 26일 대국민 공개 사과를 하고 체질 개선을 약속했지만, 정 회장을 향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이번 '탱크데이' 논란으로 경질된 손정현 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이사가 4년전 발암물질이 검출된 스타벅스 고객 증정 이벤트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쇄신의 특명을 받고 임명된 최고경영자(CEO)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 회장의 인사·조직 쇄신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당시 대표 교체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음에도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반복되면서, 정 회장의 위기 대응이 체질개선 없는 '사람 바꾸기식 면피'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오너 직속 컨트롤타워까지 동원해 만든 거대 조직이 도리어 이번 탱크데이 사태의 진원지가 되면서, 그룹의 컨트롤 시스템이 통하지 않았다는 재계 평가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머 캐리백' 증정 이벤트로 대표 경질, 조직 개편 처방을 받은 스타벅스가 4년만에 5·18 가치 폄훼 논란을 부른 이벤트로 다시 한 번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근본 원인을 찾고 본질적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제성 이벤트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마다 회사 대표를 교체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패턴만으로는 이번 같은 논란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발암물질 증정 행사로 물의를 일으켰던 지난 2022년에도 대표 교체와 조직 개편에 나섰지만 결국 4년 만에 5·18 폄훼 이벤트로 똑같은 위기를 불렀다.

앞서 스타벅스가 발암물질인 폼알데히드가 검출돼 논란이 된 고객 증정품 '서머 캐리백'으로 물의를 빚었을 당시,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당시 부회장) 직속 조직이자 계열사 컨트롤타워인 그룹 전략실을 통해 스타벅스 감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대표를 교체했다.

이때 신임 대표로 선임된 인사가 이번에 해임된 손 전 대표이사다.

그리고 신세계는 당시 사은품 업무를 담당한 마케팅 조직을 대표 직속에서 전략기획본부 산하로 이관했다. 이 과정에서 전략기획본부는 기존 기획·IT·신사업·보안업무에 마케팅까지 관할하는 조직으로 비대해졌다.

스타벅스의 골치아픈 문제를 두루 처리하는 전담반 역할을 하라고 힘을 실어준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이벤트 사태가 바로 이 전략기획본부 내부에서 빚어졌다.

신세계그룹 내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략기획본부 산하의 커머스팀 팀원이 '탱크데이' 네이밍을 제안했고, 팀장은 이를 검토해 기획 담당(임원급)에게 보고했으며 이를 전략기획본부장이 대표이사에게 들고 가 최종 승인을 받아 진행된 것이다.

지난달 15일 탱크데이 네이밍이 확정된 이후 '5/18 탱크데이 & 책상에 탁!'이 스타벅스코리아 앱에 게시된 지난 14일까지 한 달이 경과하는 동안, 그 어느 단계에서도 브레이크는 걸리지 않았다. 결국 5월 18일, 이벤트는 예정대로 실행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리스크가 큰 기업이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조직에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사람을 바꿔끼우거나 조직을 이리저리 옮겨 매듭지으려는 안이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그룹의 리스크 관리 체계와 내부 통제 시스템 부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문제점을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일주일 사이에 3500억원이나 추락한 기업 가치와 훼손된 이미지를 복구해야 할 과제도 안게 됐다. 탱크데이 사태 이후 스타벅스코리아의 대주주인 이마트 주가는 이벤트 진행 전인 지난 15일 10만2500원(이하 종가 기준)에서 22일 9만500원으로 하락했다. 일주일새 약 12%, 시가총액으론 3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정 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한 이날 종가는 9만2700원으로 2.4% 상승했지만 이벤트 진행 전 수준으로 회복되진 못했다.

정 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의 경우, 지난 15일 54만1000원이던 주가가 53만5000원으로 떨어지며 시총 566억원이 줄었다. 이날도 1만원, 1.9% 빠진 52만5000원으로 내려왔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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