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음악이 되고 그림은 시가 되고[문화대상 이 작품]
하슬라국제예술제 '추일서정(秋日抒情):김광균'
김광균 시, 낭송·연주·미디어아트로 풀어내
배우·소프라노·피아니스트 등 감각적 연대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 노래를 많이 작곡하던 작곡가가 있었다. 그러다 어느 때부터인가 기악곡을 주로 작곡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글로는 다 말할 수 없어서. 문학 이외의 예술이 다 그렇지 않을까 싶다. 무용수는 몸짓으로, 미술가는 선과 색으로.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같은 방향으로 등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간다.

요즘 이러한 음악회가 종종 보이곤 한다. 음악과 무대 연출을 함께 고민하고, 다른 분야들과 결합해 총체를 지향하기도 한다. 박상연 연출의 ‘추일서정’(秋日抒情)이 바로 그런 음악회였다. 이 공연은 김광균의 시 9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서정극으로, 지난해 10월 21일 강릉에서 열린 제2회 하슬라국제예술제에서 올려졌고 올해 4월 1일에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재공연됐다.
공연에서는 시 낭송과 함께 ‘목련’과 ‘와사등’을 가사로 하는 작곡가 최우정의 신작 2곡과 클래식, 샹송이 포함된 10곡의 음악이 연주됐다. 여기에 낭송과 연주라는 청각적 전달에 그치지 않고, 추상화된 미디어 아트와 입체적 무대를 통한 시각적 이미지가 결합해 독특한 감흥을 줬다. 이렇게 멀리 달아났던 음악을 불러오고, 서로 등을 돌리고 있던 글과 미술, 춤을 돌려세워 같은 곳을 바라보게 했다. 그렇게 불연속적 예술 장르들이 감각의 연대를 이뤘다.

이렇게 비대칭으로 나뉜 다섯 영역과 다양한 목소리들은 마치 내면의 층위와도 같았다. 나는 객석에 있었지만 무대에도 있었고, 무대는 나의 밖에 있었지만 내 안에도 있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녹음돼 교감할 수 없는 배우 이제훈의 내래이션은 무대의 서정과 유리됐고, 글자와 숫자가 직설적으로 표기된 일부 영상은 환상적 감흥을 재단하곤 했다.
짐짓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술은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그저 주변을 돌며 배회하는 발걸음에 진실은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그리고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안부를 묻는다. ‘추일서정’은 그러한 작품이다.

손의연 (sey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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