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 문화, 다 부처님 손바닥 안

김소민 기자 2026. 5. 26.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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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자리잡은 불교
불교박람회 방문객 82%가 MZ세대… 사찰요리서 판매량 1년새 9배 늘어
부처님오신날 ‘생신카페’ 벌써 3년째… “문화로 불교 경험하는 흐름 긍정적”
부처님 생신카페 꽤나 ‘힙’하구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교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법명 짓기부터 사찰 음식, 생일 카페까지 불교를 체험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사진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에서 운영한 ‘부처님 생신 카페’ 포스터. 사진 출처 동대문구 블로그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 권모 씨(32)는 퇴근 뒤 조계사에서 불교대학 수업을 듣고, 연등회도 3년째 찾고 있다. 하지만 그는 불교 신도는 아니다. 권 씨는 24일 전화 인터뷰에서 “관심 있으면 와서 보고, 가볍게 경험해도 되는 불교의 개방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며 “연등회가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축제’로 소개돼 외국인도 많이 온다. 올해 연등회에선 로봇개가 연등을 나르는 등 더 재밌는 요소도 많았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교를 하나의 문화나 라이프스타일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신앙 자체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지만, ‘명상·쉼·콘텐츠’의 언어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최근엔 ‘법명 짓기’나 ‘사찰음식 탐방’ 등 불교를 체험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 “부처님은 명석한 심리학자”

올해 상반기 자기계발서 판매 1위에 오른 책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사진 출처 윌마
특히 이런 분위기는 출판 시장에서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1월 1일∼5월 14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자기계발 분야 순위에서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윌마)가 1위를 차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인 토니 페르난도 교수는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에서 20년간 심리의학 교수로 재직하며 기존 치료의 한계를 체감한 뒤, 부처님의 가르침과 명상을 임상에 적극 활용했다. 며칠에서 수개월에 이르는 ‘임시 출가’도 네 차례 경험했다.

페르난도 교수는 부처를 종교적 차원보다 일상 속 마음 관리와 자기 성찰의 영역에서 풀어냈다. 그는 책에서 “나는 부처님을 역사상 가장 명석한 심리학자라고 생각한다”며 “2600년 전 부처님이 스트레스에 접근한 방식은 오늘날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불교 관련 서적의 인기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선재 스님, 정관 스님 등 명장을 중심으로 사찰음식이 주목받으면서, 불교 요리서 판매량은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약 9배가 늘었다. 소설 분야에선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인기가 눈길을 끈다. 최근 3년(2023∼2025년) 연속 판매 증가세를 보였고, 올 상반기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 ‘법명 짓기’ 놀이에 ‘부처님 생신 카페’도

기자가 예스24 이벤트 홈페이지에 생일을 입력하고 얻은 가상의 법명. 사진 출처 예스24
‘각광(覺光).’

24일 부처님오신날에 기자가 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생일을 입력했더니 나온 법명(法名)이다. ‘깨달음의 빛으로 나아가는 수행자’란 뜻. 법명은 출가한 스님이나 수계식을 치른 재가불자가 받는 이름이지만, 온라인에서 가상으로 지어주는 ‘나의 법명은’ 이벤트가 인기를 모았다. 이날 기준 555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정화(定華)’ ‘자성(慈性)’ ‘혜덕(慧德)’ 등 새로 얻은 법명과 뜻풀이를 공유하는 내용들이었다.

같은 날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에선 ‘부처님 생신 카페’가 문을 열었다. 아이돌 생일에 팬덤이 카페를 빌려 개최하는 ‘생일 카페’ 문화에서 착안한 행사로, 올해로 3년째 이어졌다. 내부엔 왕관을 쓴 부처 등신대와 생일상이 마련됐고, 벽면은 부처 포스터 등으로 채워졌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적힌 부처님 키링. 사진 출처 힙부즈
이처럼 MZ세대(밀레니엄+Z세대)에게 불교는 일상에서 향유하는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방문객 약 25만 명 가운데 81.7%가 MZ세대였다.

조계종은 이러한 흐름이 불교의 ‘방편(方便)’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김추연 조계종 홍보팀장은 “불교엔 상대의 이해와 상황에 맞춰 가르침을 전하는 ‘방편’이란 개념이 있다”며 “원효대사도 당시 귀족 중심이던 불교를 대중에게 알리려 노래와 춤 등 친숙한 방식으로 다가갔다”고 했다. 이어 “불교가 엄숙하고 무거운 방식으로만 전해질 필요는 없다”며 “라이프스타일이나 문화로 불교를 경험하는 흐름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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