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힙해요” 2030 핫플된 동묘… 검색량 성수-연남 넘어섰다
“골동품 구경만 해도 하루 지나가”
고물가 시대 전통시장이 ‘명소’로

● 20·30, ‘성수 팝업’ 대신 ‘중고 메카 동묘’

25일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지난해 1월부터 이달 24일까지의 데이트 장소 검색량을 비교한 결과, 이달 들어 ‘동묘’의 검색량이 서울 성동구 ‘성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역을 데이트와 함께 가장 많이 찾아본 날짜의 검색량을 100으로 뒀을 때, 이달 1∼24일 동묘 검색량이 28.1%로 성수(23.8%)를 앞지른 것. 그간 동묘의 검색량은 줄곧 성수의 절반 수준이었는데 이달 들어 처음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이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이나 망원동, 용산구 이태원 등 기존 20, 30대의 대표적인 데이트 코스보다 높은 수치다.
동묘 인근에서 만난 청년들은 완구 시장에서 ‘왁뿌볼’(왁스로 코팅한 점토 공) 등 최신 유행 장난감을 사거나 시장에서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등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는 모습이었다. 회사원 김가현 씨(27)는 “인터넷보다 저렴할 뿐 아니라 이색 데이트까지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비싼 성수 팝업스토어 대신 완구 거리에서 말랑이를 만지고 왁뿌볼을 부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딱이다”라고 했다.
중고 의류나 빈티지 물품에 대한 청년층의 선호가 커지면서 전통시장이 ‘레트로 명소’로 부각된 경향도 있다. 과거 주로 서울 강남구에서 데이트하다가 최근 동묘를 자주 찾는다는 김윤영 씨(27)는 “꼭 돈을 쓰지 않더라도 골동품이나 중고 물품들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며 “최근엔 중장년층과 청년층이 6 대 4 정도의 비율로 보인다”고 했다.
● 주말엔 구청 무료 프로그램, 휴가는 국내 여행
전통시장의 인기는 서울 전체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유동 인구가 직전 분기보다 가장 많이 증가한 상권 10곳은 전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었다. 1위를 기록한 강서구 까치산시장은 유동 인구가 81.1% 급증했으며, 덕성여대 앞 시반거리(76.3%)와 가좌역 3번 출구 인근(52.3%)이 뒤를 이었다. 값비싼 프랜차이즈나 대형 상권 대신 가성비 좋은 먹거리가 있는 동네 상권으로 향하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로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2024년 7월 이후 가장 가팔랐다. 젊은층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무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해외 대신 국내 여행을 택하는 등 소비를 줄이고 있다. 3년 차 회사원 김솔희 씨(27)는 최근 큰 프로젝트를 마치고 전북 전주시로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김 씨는 “원래 1년에 4, 5번 해외로 나갔는데, 유류할증료가 올라서 국내로 틀었다”고 했다. 서울의 한 어학당에 다니는 유학생 새미 씨(26)는 “생활비를 절약하면서도 여러 체험을 즐기기 위해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무료 프로그램을 찾아다닌다”고 했다. 간호사 송은미 씨(27)는 “매달 ‘문화의 날’에 국립현대미술관의 무료 관람을 즐긴다”고 했다. 이런 2030세대의 움직임에 대해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 기조에 저비용으로 만족감을 얻으려는 소비자 심리와 상권을 활성화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맞물린 결과”라고 했다.
고진영 기자 go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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