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장기화-외국인 주식매도에 달러 유출… 환율 고공행진

지민구 기자 2026. 5. 26.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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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쇼크] 수출-증시 호황에도 고환율 까닭은
한국인 해외투자액 1년새 5.3배 쑥… 외국인은 증시서 12거래일째 매도
‘원화 실질구매력’ 최하위권으로 뚝
“고환율 지속땐 韓경제 발목” 우려
2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한 환전소에 달러 매입 가격이 1573.0원으로 표시돼 있다. 앞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3일 오전 2시 1517.6원으로 야간 거래를 마쳤다. 이는 기준 환율로 실제 환전소나 온라인에서 외화를 매입할 때는 수수료 등을 포함해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한다. 인천=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기조에 더해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자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원화 가치 하락)를 보이고 있다.

달러당 1500원을 훌쩍 넘어선 고환율과 고유가, 고금리는 국내 기업과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원자재 가격 등 수입 비용이 커지고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도 덩달아 높아지면 내수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이대로 고환율을 방치할 경우 수출과 증시 호황에 따른 경기 효과를 반감시켜 모처럼 도약을 시도하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수출-증시 호황인데 원화 구매력은 최하위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520원을 넘은 것은 올해 3월 31일(1530.1원)이 마지막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의 오전 2시 마감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517.6원까지 올랐다. 올 들어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원화의 실질 구매력(실질실효환율)은 비교 가능한 64개국 가운데 일본 다음으로 낮은 최하위권이었다.

이번 환율 상승세는 기존 경제 상식과 다르다. 역대 최대 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내며 달러를 벌어들이고, 코스피가 장중 8,000을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이는 와중에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며 환율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환율 현상이 이어지는 원인은 경상수지 흑자에도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한국인의 해외 투자액에서 외국인의 한국 투자를 제외한 금융계정 순자산은 654억2000만 달러(약 100조 원)로 전년 동기(123억3000만 달러) 대비 5.3배로 늘었다. 사상 최대였던 1분기 경상수지 흑자(737억8000만 달러)에 버금가는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외국인 주식 순매도도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일부터 12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는데 이 기간 팔아치운 주식 규모가 46조7540억 원에 달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 등 자본 유출이 이어지면 환율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와 흐름을 막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배럴당 100달러 고유가도 환율 악재

올해 3월부터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는 것도 환율 고공행진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의 선물 가격은 전쟁 발발 직전인 올해 2월 27일(현지 시간) 배럴당 67∼72달러에서 22일 종가 기준 97∼104달러 수준으로 뛰었다.

시장에서 원유는 미 달러화로 결제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달러 수요도 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원유 의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러시아 제외) 중 1위다. 원유를 구매하기 위해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달러를 지출해야 하는 만큼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고유가와 그에 따른 물가 인상으로 미 국채 금리가 오른 것도 원-달러 환율 압력을 키우고 있다.

고환율 현상이 계속되면 한국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는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기업의 80% 이상은 영업이익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분야를 제외하면 한국 기업 경쟁력이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비용 증가 등 고환율이 기업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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