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행량 복원-군사작전 종료’ 근접한 美-이란 막판 기싸움

뉴욕=임우선 특파원 2026. 5. 26. 04:3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이란 협상]
“큰틀 합의” 밝힌 이란 “서명은 아직”… ‘MOU에 핵폐기 포함’ 놓고도 이견
공화당 “섣부른 종전 합의” 비판엔, 트럼프 “합의 안되면 더 큰 교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각국 정상들과 통화하는 사진과 함께 “이란과의 양해각서(MOU) 합의가 대체로 협상됐다”는 내용의 트루스소셜 글을 24일(현지 시간) 백악관이 소셜미디어 X에 게시했다. 백악관 X
이란과의 종전이 가까워졌다며 분위기를 띄우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합의는 “모두에게 위대한 합의가 될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합의는 아예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전날에는 “협상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내에서도 섣부른 종전 합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협상 진전에도 이란 전쟁의 핵심 목표로 내세운 고농축 우라늄 제거 같은 이란 핵 문제 해결을 후순위로 미룬 채 대(對)이란 해상봉쇄 완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건 그동안의 성과를 헛수고로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외교부도 25일 종전 협상이 “상당 부분 합의에 도달했다”면서도 “미국의 정치와 의사결정이 제도적 불안정성을 겪고 있어 합의 서명이 임박했다고 단언할 순 없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올 2월 핵협상 도중 공습을 벌인 트럼프 행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 핵 문제 추후 논의에 공화당 내 비판 목소리 커져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올린 인공지능(AI) 합성 이미지로, 전투기에 장착된 미사일에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트루스소셜
뉴욕타임스(NYT)는 24일 익명의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및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폐기를 골자로 한 종전 합의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면서도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며 양측 정상의 최종 승인에는 며칠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이란은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이란이 서명하는 즉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30일 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해상 교통량이 회복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종료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핵심 쟁점인 이란 핵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뒤 60일간 논의할 방침이지만, 양측의 입장 차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WP에 따르면 미국은 MOU에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보유 중인 핵물질을 합의된 방식에 따라 폐기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대미 협상의 초점은 전쟁 종식이고, 현 단계에서 핵문제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미-이란 종전 논의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이란이 최종 평화 합의도 없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약속했다는 점이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도 “이란이 선의로 협상에 임할 거라는 믿음 아래 60일 휴전에 들어가는 건 재앙”이라고 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럴 거면 애초에 전쟁을 왜 시작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 비판이 잇따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끝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24, 25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 때의 핵 협상과 지금의 핵 협상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폭탄을 장착한 전투기 사진을 트루스소셜에 올리며 종전 합의 실패 시 공습 재개 가능성도 내비쳤다. 25일엔 트루스소셜에 “만약 (이란과 종전) 합의가 없다면 다시 교전이 벌어질 것이고, 그것은 이전보다 훨씬 더 크고 강력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썼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이 23일 X에 올린 합성 이미지. 고대 이란 사산 왕조의 샤푸르 1세가 로마 황제들을 굴복시키는 장면을 새긴 부조와 이란 지도를 합성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 X 캡처
이런 가운데 바가에이 대변인은 페르시아 황제에게 굴복한 로마 황제들의 모습을 새긴 고대 부조(浮彫) 사진을 전날 X에 올렸다. 그러면서 “로마인들에게 로마는 이론의 여지가 없이 세계의 중심이었지만 이란인들은 그 환상을 산산조각 냈다”고 썼다. 로마를 미국에 빗대 현 국면을 사실상 이란의 승리라고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 호르무즈 열려도 국제유가 정상화까진 오래 걸릴 듯

미국과 이란이 MOU 체결에 합의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인 항행과 국제유가 정상화까진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과 기타 해군 강국들이 기뢰 제거 함정과 장비를 현지에 배치하는 데만 수주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전한 통항 여건이 확보된 뒤 유조선 등이 움직이려면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에 유가가 내려가긴 어렵다는 것.

이에 대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종전 후) 대략 한 달에서 두 달 사이면 지구상의 모든 정유시설이 필요한 모든 원유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루스소셜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의 지도자들과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나는 이 국가들이 즉시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할 것을 의무적으로 요청한다”고 썼다. 2020년부터 추진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 수교를 확대하겠단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