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휴대폰에서 번 돈, 15년간 반도체 투자에 쏟아부었다

수억 원의 경영 성과급을 주는 삼성전자 노사(勞使) 잠정 합의안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반도체(DS) 부문과 휴대폰·가전(DX) 부문 간 100배 가까운 성과급 격차는 사내 노노(勞勞) 갈등의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반도체 부문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이 현재 반도체 직원만의 성과인지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DX 직원들은 “반도체가 성장하고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DX 부문의 안정적인 매출과 영업이익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뿐만 아니라 가전·휴대폰 사업까지 아우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종합 전자 회사로서 시너지를 누려왔다는 점에서 노노 갈등 양상은 삼성전자에 큰 충격과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삼성전자 이익의 핵심 엔진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버는 돈 이상 투자가 불가피했기 때문에 회사 전체 재무 체력에 의존해 온 게 사실”이라며 “성과급을 둘러싼 노노 갈등이 격화할수록 종합 전자 회사라는 강점과 내부 협력 모델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15년간 영업이익 1.7배 투자
25일 본지가 지난 15년(2011~2025년)간 DS와 DX 부문의 매출·영업이익과 시설 투자를 분석해 봤더니 매출은 DX가, 영업이익은 DS가 많았다. 부문별 누적 매출은 DX 2395조원, DS 1047조원이다. DX 매출이 DS의 2.3배 수준이다. 회사 전체 매출은 스마트폰·TV·가전 등 DX가 상당 부분 떠받쳐온 셈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DS(244조원)가 DX(221조원)보다 많았다. DS는 DX의 절반도 안 되는 매출로 더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장사는 반도체가 더 잘한 셈이다. 다만 핸드폰·가전은 매년 DS 매출을 넘어서며 안정적인 실적을 거뒀고, 반도체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 호황기에는 막대한 이익을 쓸어 담고, 불황기 때는 10조원 넘는 적자를 내는 식으로 변동성이 컸다. AI 붐 덕에 올 1분기 영업이익(57조2000억원)의 96%가 DS에서 나왔다.

DS는 많이 버는 것 이상으로 많은 돈을 시설 투자에 썼다. 2011~2025년 DS 시설 투자는 422조원으로 삼성전자 전체(543조원)의 78%를 차지했다. DS가 영업이익으로 번 돈의 1.7배다. DS가 시설 투자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낸 해는 2016~2018년 3년뿐이다. 2023년 반도체가 14조8800억원 손실을 냈던 해에도 DS는 시설 투자에 48조원을 썼다. 반도체 사업부가 번 돈보다 많은 돈을 미래를 위한 시설 투자에 나선 것인데, 이런 공격적 투자는 DX를 포함한 전사 차원의 자금 조달과 재무 능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경쟁력은 DS 단독이 아니라 DX를 포함한 회사 전체 재무 기반과 결합한 결과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전체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성장해온 DS가 올해 막대한 성과를 내부 직원끼리만 나눠 갖는 것이 과연 형평성에 맞느냐”고 했다.
◇DS, DX 성과급 양극화 심화
DX에서는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DS 부문에만 집중되는 데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올해 막대한 반도체 이익은 수년간 투자의 결과인데, 투자에 일조한 DX는 완전히 배제된 데 대한 불만이다. 이호석 전국삼성전자노조 수원지부장은 “투자할 때는 사업 부문 간 벽 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성과를 나눌 때는 사업 부문별로 따로 챙기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
앞으로 DS와 DX 간 실적과 성과급 격차는 더 커지게 돼 노노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하면 DS에는 수익성 개선으로 작용하지만, 스마트폰·PC·가전 등을 만드는 DX에는 비용 증가 원인이다. KB증권은 DS 부문 영업이익은 작년 43조6000억원, 올해 373조7000억원으로 급증하는 반면 DX 부문은 12조7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반 토막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실적 양극화가 보상 격차 확대로 이어진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노노 갈등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종합 전자 회사’로서 가져왔던 강점과 시너지를 없애고 내부 분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불황일 때 완제품이 뒷받침하고, 반대로 완제품 수요가 부진할 때는 반도체가 보완하는 것이 강점으로 꼽혔다. 삼성전자에서 30여 년간 근무한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 석좌교수는 “삼성전자는 완제품 부문과 반도체 부문이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해온 것이 경쟁력이었다”며 “부문 간 성과급 격차를 어느 정도 완화하면서 공존해야 한다. 그것이 ‘하나(원)의 삼성’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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