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시장 커진다”… 글로벌 방산기업들 대형화 경쟁
요즘 글로벌 방산 업계의 시선은 독일의 함정 전문 조선소 ‘GNYK(독일 해군 조선소)’ 인수전에 쏠려 있다. 독일 최대 방산 기업 라인메탈과 재래식 잠수함 글로벌 1위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가 맞붙었기 때문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은 탱크와 자주포를 만들던 라인메탈이 해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는 점이다. 라인메탈은 이미 지난 3월 독일 조선기업 뤼르센의 군함 부문을 인수했다. 장기적으로 미국 해군 함정 시장까지 진출하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방산업계의 키워드는 대형화다. 이를 촉발한 추동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러시아가 침공하자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으로 정찰 드론의 영상을 실시간 수신하고, 이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포병 부대에 전달해 포격 정밀도를 높였다. 우주(위성)·공중(드론)·지상(포병)이 하나의 체계로 실시간 연결된 것이다. 이른바 ‘다영역 작전(Multi Domain Operation)’의 현실화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촉매제 역할을 했다. 우주 역량이 없는 방산 기업은 미래전에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공포를 심어줬다. 결과는 인수합병(M&A) 러시다.
◇글로벌 방산 업계의 대형화 바람
대형화 바람은 유럽을 휩쓸고 있다. 작년부터 프랑스·독일·스페인 합작 기업인 에어버스와 프랑스의 탈레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는 각자의 우주 사업 부문을 떼어 내 단일 합작 기업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 매출 60억유로(약 10조5000억원, 추정치) 세계 최대 우주 기업이 곧 등장한다. 영국 BAE시스템즈와 미국 록히드마틴도 2024년 각각 항공우주 기업 볼 에어로스페이스와 소형 위성 기업 테란 오비탈을 인수하며 우주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일본에선 미쓰비시 중공업이 정부의 전폭적인 방위비 증액을 등에 업고 육·해·공 전방위에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주력이던 함정 분야를 넘어 우주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작년 10월 분산돼 있던 항공 엔진 및 부품 사업을 우주 사업부로 통합했고, 올 초 민간 우주정거장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국내 방산업계도 같은 흐름에 올라탔다. 한화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를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달 초 KAI 지분 5% 이상을 확보했고, 장기적으로 1대 주주가 되는 게 목표란 관측이 많다. 항공기 엔진 및 전자 장비 기술을 보유한 상황에서 KAI의 전투기 제작 역량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지상(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해양(한화오션)에 이어 항공·우주로 확장하겠다는 의도다.
LIG D&A 역시 KAI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고, 2024년 미국의 사족보행 로봇 전문기업 ‘고스트로보틱스’ 지분도 인수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현대위아의 방산 부문(화포 등)을 현대로템에 통합해 무기 체계 역량을 한데 모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첨단 기술 결합한 미래전장 대응 위해
이제 우주 위성을 통한 탐지, 레이더 시스템을 활용한 요격, 무인화 등 첨단 기술이 육·해·공 전반의 필수 역량이 됐다. 막대한 연구개발(R&D) 자금이 필요해졌고, 대응 영역도 확장됐다. 단일 무기만 만드는 개별 기업은 자칫 대형 기업의 하청이 될 우려도 커졌다.
국가 간 수주전 양상도 자주포나 전차, 항공 무기, 레이더 시스템 등을 결합해 제안하는 ‘패키지 딜’ 전략이 필수가 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재래식 무기부터 첨단 장비까지 수직 계열화하면 공급망 관리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대형화 흐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가 안보를 다루는 방산 특성상 각국에서 특정 기업 중심의 독과점 체제가 생기면 공익보다 개별 기업의 이익이 우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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