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은 빠지고 ‘주적’은 말 못하고

핵 확산 방지를 위한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합의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북핵 문제가 제외됐다고 한다. NPT 평가회의는 1969년 유엔에서 채택된 NPT의 이행·보완을 위한 회의로, 전 세계 191개국이 동의하는 합의문을 목표로 한다. 올해 회원국 사이 이견이 많아 합의문 채택이 불발됐는데, 북핵 문제는 아예 합의문을 만드는 중간 단계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NPT 평가회의 합의문에 북핵 문제가 본격적으로 들어간 건 2010년부터였다. 2006년 시작된 북한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규탄이 담겼다.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NPT상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문구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열린 두 차례(2015·2022년) 평가회의에서는 합의문이 나오지 못했지만, 북핵 문제가 최종 문서에서 빠지지 않았다.
북핵 문제가 논의 중간에 제외된 건 러시아 때문이라고 한다. 러시아는 “평양과의 협력은 국제적 약속을 전적으로 준수하며 진행되고 있고, NPT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 밀월이 강화되면서, 국제사회에서 러시아가 북한 대변인 노릇을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한 줄의 간단한 메시지조차 결과 문서에 담아내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했지만, 국제사회의 북핵 방조와 외면을 막지 못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핵 관련 지위를 쌓는 동시에 한국에 와서 체제 선전을 했다.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참가차 최근 방남한 북한 여자 축구 클럽팀은 중국을 거쳐 여권을 들고 입국했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두 국가론’에 따른 행동이었다. 이 축구팀은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회견을 중단하고 나가버리기도 했다. 자신들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명칭으로 부르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한국의 주적이 누구냐’는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한 시장 후보는 주적을 북한이 아닌 ‘내란 세력’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나라 안팎 사정이 온통 북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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