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 매운맛 봤으니 K-매운맛으로 넘어라…월드컵 사전 캠프 현지 훈련장
1460m 적응훈련 대표팀 땀뻘뻘
“공이 살아있는듯” 공기저항↓
공중볼 처리 집중력 높여야

“생각보다 힘든데요.” “공이 살아서 날아가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마주할 ‘멕시코 고지대’를 정복하기 위해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캠프에서 극한 적응 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훈련 캠프 입성 초반엔 생각보다 만만찮은 고지대 특수성에 애를 먹기도 했지만, 서서히 신체 리듬을 맞춰가고 있다.
25일 대한축구협회(KFA) 공식 채널 ‘인사이드캠’을 통해 공개된 대표팀의 월드컵 사전 캠프 현지 훈련장에는 태극 전사들의 긴장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선수들은 평지와는 확연히 다른 해발 1460m의 고지대 훈련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적응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13명의 선발대 선수들은 사전 캠프지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유타대학교 내 유트사커필드에서 고지대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현지에 입성해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캠프 입성 초반에는 가벼운 러닝과 공 뺏기, 킥 중심의 저강도 훈련으로 몸을 풀었으나, 고지대의 매서운 현실을 피부로 실감해야 했다. 훈련 강도가 높지 않았음에도 희박한 산소 탓에 선수들의 호흡은 빠르게 가빠졌다. 대표팀 차세대 공격 자원인 엄지성(스완지시티)은 첫 훈련 직후 인터뷰에서 “(호흡이) 좀 막혀 있는 듯한, 답답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며 고지대를 처음 경험한 소감을 밝혔다.

고지대 환경은 체력뿐 아니라 ‘공의 궤적’마저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기압이 낮아 공기 저항이 줄어들면서 패스와 킥이 평소보다 훨씬 빠르고 멀리 뻗어 나가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골키퍼 조현우(울산)는 “공이 그냥 막 살아서 날아간다. 특히 공중볼 처리가 까다롭다”며 “골키퍼와 수비진은 절대 실수가 나오면 안 되기 때문에 시선을 놓치면 안 된다. 미리 예측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 느껴보는 호흡인데, 숨이 그냥 여기까지 차버린다. 본선 전에 이런 적응 시간이 주어진 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측면 수비 라인을 책임질 김문환(대전) 역시 “귀가 좀 멍한 느낌”이라며 고지대 증상을 호소한 뒤, “다들 호흡적인 게 많이 힘들다고 말하더라. 준비 기간 동안 환경에 맞게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첫날 훈련을 치른 소감으로 한라산을 거론했던 이동경(울산)은 훈련이 거듭되자 “잠시 착각했다. 한라산인 줄 알았는데 에베레스트산이었다”며 고지대의 매운맛을 뼈저리게 인정했다.
선수들은 평지와는 다른 고지대 훈련에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답답함을 마주했지만, 훈련 분위기 만큼은 단단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뛰며 단계별 페이스 조절을 진두지휘했고, 선수들은 거친 호흡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원팀의 결속을 다졌다. 본선 무대인 멕시코 과달라하라(해발 1571m)에서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솔트레이크 훈련 캠프를 소중하게 보내고 있었다.

대표팀은 소속팀 일정을 마치고 선수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완전체를 향해 나아간다. 황인범(페예노르트)을 비롯해 8명이 이날 대표팀 캠프에 합류했다. 이번 월드컵 최종명단 발표를 앞두고 발목을 다쳤던 황인범은 소속팀에서 일찍 시즌 일정을 마치고 귀국, 대표팀 스태프의 도움을 받으며 재활해왔다. 조규성(미트윌란)과 이날 리그 경기를 마친 손흥민(LAFC)과 황희찬(울버햄프턴), 박진섭(저장)도 합류한다.
일주일 동안 고지대 적응에 초점을 맞춰 훈련해온 대표팀은 이날 하루 휴식 시간을 보냈다. 많은 선수들이 합류한 26일부터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팀 레알 솔트레이크의 훈련장인 자이언스 뱅크 트레이닝 센터로 장소를 옮겨 2차 사전 훈련을 시작한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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