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불탔던 고운사 사찰림, 자연 복원했더니… “산불 더 잘 견디게 체질 변화”[환경 인사이드]

전채은 기자 2026. 5. 2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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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발생한 경북 의성군 산불이 진화된 뒤 같은 달 31일 상공에서 촬영한 고운사 모습. 사찰 일대 수목이 불타 검은색으로 보인다. 그린피스 제공
지난해 3월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됐던 고운사 사찰림이 현재 산불에 더 강한 구조로 자연 복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적으로 나무를 심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사찰림 수종이 불에 쉽게 타는 침엽수 소나무에서 불에 강한 활엽수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25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이규송 강원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연구팀 등이 발표한 ‘고운사 사찰림 자연 복원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고운사 사찰림은 전체 면적(401.29ha) 중 61.8%(248.87ha)가 산불 피해를 입었다. 이후 피해 면적의 76.6%에서 자연 복원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 가장 먼저 뿌리내린 식물은 콩과 식물인 ‘참싸리’였다. 참싸리가 척박해진 토양에 천연 질소 영양분을 공급하자 그 양분을 발판 삼아 굴참나무, 신갈나무 등 활엽수가 자라기 시작했다.

유럽우주국(ESA) 인공위성이 관측한 고운사 사찰림의 ‘정규화 식생지수’는 산불 직후 0.14까지 하락했으나 이달 18일 현재 0.516으로 회복됐다. 정규화 식생지수는 식물이 얼마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산림이 더 울창하다는 뜻이다.

이달 17일 상공에서 촬영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 잿더미가 됐던 숲이 상당 부분 복원됐다. 그린피스 제공
산불이 발행하기 전 고운사 사찰림의 58.5%를 차지했던 소나무는 기름진 송진 탓에 불길이 잎과 가지가 무성한 나무 윗부분까지 번져 피해를 키운 주범이었다. 하지만 화재 이후 사찰림에서 차지하는 소나무 비중은 0.58%로 급감했다. 빈자리의 87%를 불에 잘 버티고 수분 함유량이 높은 굴참나무 등 참나무류 활엽수림이 채웠다.

활엽수 중심으로의 체질 변화는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위험도 낮췄다. 연구팀이 국내 산지 토양 침식 예측모델을 활용해 ‘극한 호우’(24시간 누적 210mm)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토양 침식 위험 구간 비율은 산불 직후 51.1%에서 이달 10.8%로 하락했다. 반면 산사태 안전 구간 비율은 7.9%에서 60.6%로 8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활엽수의 깊고 넓은 뿌리가 토양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고운사 사찰림 사례를 계기로 산불 피해 이후 소나무 중심으로 인공 조림을 진행해 온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산불 피해 이후 초기 진단에서 자연 복원 가능성이 확인된 지역이라면 인위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자연의 자생적 회복력에 맡기는 게 훨씬 합리적이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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