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나로…쓰레기의 환생[포토다큐]
‘수퍼빈’ 아이엠팩토리·‘도시유전’ 웨이브 정읍

지구 반대편 중동전쟁으로 우리 삶이 요동쳤다. 원유 수급이 불안정하자 기름값이 폭등했고, 원유를 가열하고 정제할 때 얻어지는 물질이자 플라스틱, 합성섬유, 고무 등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도 차질을 빚었다. 플라스틱 등 화학제품에 의존하던 사회는 혼란을 겪었다. 배달 용기, 농사용 비료, 쓰레기봉투, 자동차부품, 급기야 생명과 직결된 의료용 주사기까지 말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새삼스러운 진실 하나를 일깨웠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며 쉽게 쓰고 버렸던 플라스틱이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환경단체가 ‘탈플라스틱’을 외치지만, 당장 다른 소재로 대체할 수 없는 한계도 뚜렷하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시 자원으로 만드는 공장 두 곳을 찾았다. 폐페트병을 인공지능(AI) 기계로 선별해 고품질 재생 원료로 만드는 회사 ‘수퍼빈’의 ‘아이엠팩토리’와 폐비닐과 양파망을 태우지 않고 열분해해 다시 나프타로 만드는 회사 ‘도시유전’의 ‘웨이브 정읍’이다.

경기 화성에 있는 수퍼빈 아이엠팩토리 공장을 찾았다. 공장은 예상외로 깔끔했고 악취도 나지 않았다. 견학 온 학생과 방문객을 위한 자원순환 전시실도 있었다. 작업장에는 압축된 폐페트병이 벽돌처럼 쌓여 있었다. 작업 레일에 페트병이 실리면 AI 기계가 플라스틱을 선별했다.
재활용의 가장 큰 문제는 혼합 배출로 인한 오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퍼빈은 AI 무인회수기 ‘네프론’을 전국에 설치했다. 투명 페트병과 캔을 회수하는 자동화 기계다. 네프론에 수거된 페트병은 화성과 순창의 공장으로 이동 후 고품질 재생 페트 원료인 플레이크와 펠릿으로 생산된다. 윤영준 수퍼빈 솔루션사업팀 책임은 “수퍼빈의 순환경제는 시민의 참여와 기술, 산업이 연결되어 폐기물이 다시 자원으로 돌아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식음료용 페트병은 상당 부분 나프타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재생 원료를 사용하면 나프타 공급 불안을 덜 수 있는 것은 물론, 신규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한 환경오염까지 줄일 수 있다. 다만 생산 기술과 공정에 투자가 필요하고, 단가 개선도 절실한 상황이다. 김민수 수퍼빈 수퍼아머팀 책임은 “올해부터 재생 원료 의무 사용 물량이 생기면서 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체감하나, 현재 10% 수준으로는 충분한 수요 형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상 품목을 식품 용기 외 화장품 등 기타 제품까지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전북에 있는 도시유전의 ‘웨이브 정읍’ 공장을 찾았다. 농촌에서 버려진 폐비닐과 양파망을 나프타로 만드는 공장이지만 기름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다. 이곳도 많은 부분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통제되고 있었다. 연간 약 7000t의 폐기물을 약 4500t 규모의 고품질 재생유로 뽑아내는 공장이다. 80% 이상 기름으로 복원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이물질 등이 섞여 60~70% 정도의 기름을 생산해낸다. 태우지 않는 방식으로 다이옥신 배출 없이 플라스틱만 다시 원래 형태인 기름으로 복원하는 기술이다. 전자레인지 내에서 마이크로파가 음식물 분자를 흔들어 조리하듯, 특수 파동에너지가 플라스틱과 비닐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현상을 이용한다. 함동현 도시유전 본부장은 “지금 넘쳐나는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이 쓰레기가 아니라 다시 기름으로 복원시킬 수 있는 원재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폐비닐과 플라스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임경택 웨이브 정읍 생산관리팀 프로가 말했다. “지금은 폐기물로 분류돼서, 지역사회에 공장이 들어간다고 하면, 주민 반대나 제약이 따르지만 자원순환으로 보면 이건 소중한 원물이거든요.” 결국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우리가 매일 버리는 쓰레기가 새로운 자원으로 온전히 대우받을 때, 쓰레기통은 더 이상 버리는 곳이 아닌 새로운 원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사진·글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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