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예쁜 꽃이 왔네" 섬마을 어르신들의 '만능 해결사'

이은진 기자 2026. 5. 2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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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배를 두 번 갈아타야 갈 수 있는 작은 섬마을에 일주일에 한 번 '섬마을 해결사'가 나타납니다. 고장난 전자 제품부터 집안 수리까지 어르신들이 하기 힘든 것을 정성껏 해주는 '만능 청년'입니다.

밀착카메라 이은진 기자가 따라가봤습니다.

[기자]

배로 한 시간 달렸더니 구름 사이 저 멀리 작은 섬이 보입니다.

날씨 때문에 뱃길이 끊기지 않으면 매주 오가는 곳. 남해 바다 욕지도입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더 남았습니다.

[박현준/출장 수리기사 : 기자님 많이 무거우실 건데. {아닙니다.} 매번 하다 보니까 익숙해져 있어서…]

목적지로 가려면 작은 어선으로 다시 갈아타야 합니다.

그런데 짐 가방이 너무 무겁습니다.

[박현준/출장 수리기사 : {이걸 다 쓰세요?} 예. 이게 어떻게 수리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준비를 하고 있어요.]

20kg 가방을 싣고 향하는 곳. 가는 길이 험합니다.

[박현준/출장 수리기사 : 이 정도면 양호한 거예요. 이게 파도가 3m 거듭 칠 때도 있어요.]

오늘 목적지 연화도가 보입니다.

대부분 노인인 주민 170여 명이 사는 작고 작은 섬입니다.

섬 주민들, 이 40대 남성을 일주일 내내 기다렸습니다.

[박선희/연화도 주민 : 반갑죠, 예쁜 꽃이 오는데 안 반가울 리가 있어요? 반갑죠. {예쁜 꽃이에요?} 네.]

[박현준/출장 수리기사 : 제가 예쁜 꽃이에요? 5월의 장미예요? 저렇게 얘기해주니까 저는 감사하죠.]

[박선희/연화도 주민 : 여름에 더워 보이소. 얼마나 더운가, 에어컨이 안 되면은. 우리는 기사님들 오시면 좋아. 자주자주 오시면 좋지.]

남성의 정체는 한 대기업 소속 출장 수리기사입니다.

담당구역은 욕지도와 그 부속 섬 10개입니다.

그래서 매주 이 바다와 섬 사이를 오갑니다.

[박현준/출장 수리기사 : 필터 세척하는 방법이라든지. 그게 좀 안내가 좀 돼야 됩니다.]

엄연히 특정 기업 소속이지만 메이커를 가리지 않습니다.

주민들 물건이라면 뭐든 고칩니다.

에어컨 수리하러 왔다가 냉장고도 손보고 식구도 소개받습니다.

[박선희/연화도 주민 : 예쁘잖아. {몇 년 됐어요?} 시루 이리 와.]

오래된 물건 고칠 방법이 없어 골머리 앓던 주민들은 박 씨를 '신의 손'이라 부릅니다.

멀리 사는 자녀보다 친척보다 더 낫다고들 했습니다.

[박현준/출장 수리기사 : 젊은 분들 오시면 이장도 해 주죠? {아니야.} 이장 안 시켜줘요? {최대한 7년은 살아야 돼.}]

또 다음 집으로 가야 합니다.

[박선희/연화도 주민 : 이왕이면 이쪽으로 갑시다. 여기 꽃밭이거든? 좋아. 내가 이거 한 개 들어줄게.]

가는 길, 주민도 따라나섭니다.

[박선희/연화도 주민 : 이왕이면 뭐, 노란 꽃 피고 하는 데 가면 기분도 좋고.]

이번엔 실외기 배수 호스를 달아줘야 합니다.

[김영수/욕지도 철물점 사장 : 물이 땡땡 새면 여기 안에 있는 사람들 옷 다 버리고 하니까…]

쉽지 않아서 힘을 합쳐봅니다.

[김영수/욕지도 철물점 사장 : 저쪽에 덜렁덜렁하는 거기다, 그 위에. {여기다가?} 그 위에, Y자. {여기요?} 예.]

돈 되는 업무 아니지만 이 일이 소중하고 또 소중합니다.

[김영수/욕지도 철물점 사장 : 아니 얼마나 고마워요. 빈틈없이 잘했어요. 그러니까 섬사람들이 살지.]

박 씨가 관리하는 집은 총 1200여 곳입니다.

대부분 어르신들이고, 항상 눈에 밟힙니다.

[박현준/출장 수리기사 : 예전보다 좀 쇠약해지신 분도 있고 뵙기 힘드신 분도 있는데,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박 씨가 바라는 건 단 한 가지입니다.

[박현준/출장 수리기사 :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습니다. 언제든지 저를 불러주십시오. 감사합니다.제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오늘도 이 섬마을의 하루는 박현준 씨 손길로 다시 움직입니다.

[영상취재 정상원 영상편집 이지혜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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