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진석 텐스페이스 대표 "데이터센터 멈춘 진짜 이유는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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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전국에서 건립 승인을 받은 데이터센터 33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곳이 멈춰 섰다.
미국 환경·에너지연구기관 EESI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과 비상 발전기 소음이 24시간 끊이지 않아 수면장애와 고혈압 위험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이익을 지역과 나누지 않으면 갈등은 절대 끝나지 않으며 부지 일부를 시민 공유 공간이나 문화·IT 교육시설로 개방하고, 운영 수익의 일정 비율을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합니다"며, "환경단체·학계·주민 대표가 함께 들어가는 상시 모니터링 거버넌스도 필수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포비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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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전국에서 건립 승인을 받은 데이터센터 33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곳이 멈춰 섰다. 인공지능(AI) 시대 산업의 심장이라할 수 있는 시설이 정작 우리나라에선 '우리 동네엔 안 된다'는 벽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마는 것이다.
서울 금천·경기 김포·세종 등에선 전자파와 소음, 열섬, 화재 우려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며 길게는 수년째 관련 사업이 표류 중이다. 그 결과 AI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핵심 인프라조차 세우지도 못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며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의 자문을 맡아 온 이가 고진석 텐스페이스(TENSPACE) 대표다.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세계 최초의 SNS라 할 수 있는 '아이러브스쿨'의 기술총괄(CTO)을 맡은 바 있으며 2019년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후오비가 뽑은 '블록체인 글로벌 리더 5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는 Al.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회사인 텐스페이스를 이끌며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의 AI 데이 터센터 구축 전략 컨설팅을 마무리했다. 그가 본 '데이터센터 포비아'의 본질은 무엇일까. 지난 22일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주민들이 무서워하는 건 수치가 아니다"
고 대표가 가장 먼저 꺼낸 단어는 '불신'이었다. "주민들이 진짜 무서워하는 건 전자파 수치가 아니며 누구도 그 수치를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진짜 공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센터와 병원, 쇼핑몰에서 측정한 전자파가 인체보호기준의 1% 안팎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위험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주민이 그 수치를 직접 확인할 수단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정부도 뒤늦게 이를 인정해 서울·경기 일부 데이터센터에 '전자파 신호등'을 설치했고, 생활 전자파 측정기 대여와 정보지도 운영을 확대하기로 했다.
고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간 해법을 제시했다. "모바일 앱과 현장 키오스크로 전자파·소음·냉각수 상태를 24시간 공개해야 하고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더해 데이터의 위·변조가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비로소 '불신의 벽'이 무너집니다"며, "설명만 백 번 한다고 신뢰가 쌓이지는 않습니다"고 밝혔다.
▲ 전기·물 먹는 하마…세계도 같은 고민
주민이 짊어진 부담은 전자파만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전력과 물 소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에 약 415TWh로 전체 소비의 1.5%에 달했으며 2030년에는 945TWh로 두 배 넘게 늘어 3%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AI용 가속 서버가 늘수록 발열과 냉각 부담도 함께 증가한다. 미국 환경·에너지연구기관 EESI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과 비상 발전기 소음이 24시간 끊이지 않아 수면장애와 고혈압 위험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환경소음이 심혈관계와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이런 부담은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민심은 차갑다.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 10명 중 7명은 자기 지역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 데 반대했다. 물과 전기 과소비, 소음, 삶의 질 저하가 주된 반대 이유로 꼽혔다.
이에 아일랜드 정부는 더블린 전력망 한계를 이유로 신규 데이터센터를 지역 분산·재생에너지 연계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네덜란드 역시 2022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입지를 엄격히 제한하며 "공간과 에너지는 너무 희소하다"고 못 박았다.
고 대표는 우리나라도 이 흐름에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가 전기와 물을 끝없이 먹는 시설이라는 인식을 바꾸려면, 친환경 설비가 '부가 옵션'이 아니라 '허가 조건'이 돼야 하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연계해 사용한 물을 정화해 다시 쓰는 재생·순환 시스템은 처음부터 기본값으로 깔려야 합니다"고 밝히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차세대 데이터센터에 직접칩 냉각 등 물을 증발시키지 않는 방식을 적용해 냉각용 물 사용을 사실상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지역과 이익 나누지 않으면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
기술적 대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데이터센터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으로 전력·물·대기·소음·토지 경쟁 등 7가지를 짚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지역사회 이익공유협약(CBA)'을 제안했다. 일자리·세수·전기요금·물 사용량·소음·빛 공해·교육훈련·공개 대시보드까지 정량적으로 약속하라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센터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계약의 문제로 본 것이다.
고 대표의 해법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이익을 지역과 나누지 않으면 갈등은 절대 끝나지 않으며 부지 일부를 시민 공유 공간이나 문화·IT 교육시설로 개방하고, 운영 수익의 일정 비율을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합니다"며, "환경단체·학계·주민 대표가 함께 들어가는 상시 모니터링 거버넌스도 필수입니다"라고 강조했다.
▲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답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
데이터센터 포비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반도체와 AI 클러스터로 도약하려는 우리나라에서 핵심 인프라를 혐오 시설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필요하니 무조건 지어야 한다'는 일방통행 역시 한계가 있다.
33곳 중 17곳이 멈춰 선 현실이 그 증거다. 결국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는 게 글로벌 사례와 현장 전문가의 공통된 결론이다. 주민이 직접 수치를 확인하는 공개 시스템, 전력·물 부담을 줄이는 친환경 설비, 수도권 편중을 깨는 입지 분산, 그리고 지역과 실질적으로 이익을 나누는 계약이다.
고 대표는 이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데이터센터 포비아를 넘어서는 길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에서 시작하며 주민이 직접 보고, 직접 확인하고 직접 혜택을 누리는 구조를 만들 때 비로소 데이터센터는 혐오 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자랑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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