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보다 먼 옆 동네 출근길이라니...
선거철마다 정치권이 단골로 들고나오는 화두가 있다. 바로 '수도권 1시간 생활망' 구축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을 거대한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 어디서든 1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은 늘 표심을 자극한다. 실제로 그동안 집중적인 도로 확충과 광역 대중교통망 확대로 경기도 외곽에서 서울 중심부로 진입하는 시간은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최근에는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당연하듯 거론된다. 거미줄처럼 뻗어 나가는 광역급행철도(GTX) 노선과 촘촘해진 광역버스 노선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지표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 화려한 교통 혁명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거대한 모순과 마주하게 된다.
모든 교통 인프라의 개선과 속도전이 오직 서울을 향하는 길에만 철저히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날로 빠르고 편리해지는데 정작 경기도 내에서 이웃한 시·군으로 이동하는 길은 과거의 정체 상태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경기도 안에서 지역 간 이동을 하려면 1시간을 꼬박 넘겨야 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심지어 바로 옆 동네로 가기 위해 서울을 거쳐 가거나 몇 번씩 버스를 갈아타며 길바닥에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여전히 팽배하다. 하다못해 인접한 수원시에서 동탄역에 이르는 버스는 1시간 이상을 헤메이다 도착한다. 이러한 비대칭적 교통망이 초래한 현실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대중교통 중심의 친환경 교통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외치지만 도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경기도 내 유기적인 연결망이 부재하다 보니, 도내 출퇴근이나 일상적인 이동을 위해서는 결국 자가용 선택이 필수가 된다. 대중교통 확충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도, 도내 내부 교통은 오히려 승용차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도민들은 극심한 교통정체와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매일 아침저녁으로 도로 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도내 정치권의 시선이 여전히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서울 연결성 강화만을 최우선 과제로 외치고 있다.
경기도를 독자적인 삶의 터전이 아닌, 그저 서울의 거대한 '배드타운(Bed Town)'으로 고착화하는 시선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지역의 자립 기반을 다지고 도민들의 삶의 질을 고르게 높여야 할 내부의 정치가 스스로를 서울의 종속물로 여기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교통은 단순히 이동의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지역의 경제, 문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신경망이자 균형 발전의 핵심 열쇠다. 맹목적인 '친(親)서울 교통망' 중심의 사고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경기도 내부를 격자형으로 촘촘하게 잇는 순환 교통망과 도내 시·군 간 대중교통 체계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시급하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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