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트] 내 동네 4년을 결정…지방선거는 '부동산 선거'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2026. 5. 2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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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학군·정비사업·인허가까지…지방권력이 부동산 환경을 바꾼다

[비즈한국]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광역·기초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을 한꺼번에 뽑는 대규모 선거다. 그런데 많은 유권자들이 지방선거를 ‘대선의 축소판’ 혹은 ‘총선의 미니 버전’ 정도로 인식한다. 투표소에서 후보의 이름보다 정당 로고를 먼저 본다는 얘기다.

필자는 부동산 시장을 30년 가까이 들여다본 사람으로서, 이 대목에서 분명히 짚고 가고 싶다.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과 본질이 다르다. 우리 동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선보다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다. 정당의 이익을 우선하는 후보보다 지역과 지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을 가려내는 일이, 곧 내 자산을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동네의 4년, 내 자산의 4년이 6월 3일에 결정된다. 일러스트=생성형 AI

#지방선거가 부동산에 결정적인 이유

대통령과 국회가 정하는 정책은 거시적이다. 양도세 중과, LTV·DSR 같은 금융규제, 종부세·재산세 같은 세제의 큰 틀이 그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는 동네에 무엇이 들어서고, 어떤 길이 뚫리고, 어떤 학교가 생기고, 어느 구역이 정비사업으로 묶이는가는 거의 전적으로 광역·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손에서 결정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 도시기본계획·도시관리계획: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의 권한이다. 우리 동네가 주거지역으로 남을지 상업·업무지구로 전환될지, 용적률·건폐율을 얼마까지 허용할지가 여기서 정해진다.

·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과 해제: 기초단체장이 사실상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 같은 사업장이라도 단체장이 누구인가에 따라 4년 걸릴 일이 10년이 되기도 하고, 멈춰 있던 사업이 임기 시작과 함께 속도를 내기도 한다.

· 광역·도시철도 등 교통망 협의: GTX 추가 노선, 경전철, BRT, 광역버스 노선 신설 과정에서 단체장의 협상력과 분담금 결정 권한이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 학군과 교육 환경: 교육감은 학교 신설·이전·통폐합과 학교용지 결정의 책임자다. 학군의 변화는 곧 아파트 가격이다.

· 지방재정과 세제 운영: 재산세 탄력세율 조정, 취득세 감면 조례, 학교용지부담금, 도시계획세 등 지방재정과 관련된 의사결정도 모두 지방정부의 영역이다.

· 인허가 속도와 예측 가능성: 같은 법령, 같은 사업이라도 지자체마다 인허가 처리 속도와 행정 운영 스타일이 천차만별이다. 사업장은 그대로인데 단체장이 바뀐 뒤 사업 진행이 빨라지거나 멈춰 버리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여기에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지방의회다. 단체장이 추진하는 모든 조례·예산·인허가는 지방의회의 견제와 동의를 거친다. 단체장이 아무리 좋은 계획을 가지고 있어도 의회가 가로막으면 진행이 안 되고, 반대로 단체장이 무리한 계획을 밀어붙여도 의회가 견제하지 않으면 사고가 난다. 시·도의원, 시·군·구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결국 우리 동네의 부동산 환경을 만든다. 단체장 한 사람만 보고 지방의원 투표는 대충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이는 잘못된 습관이다.

이쯤 되면 “지방선거 한 번에 4년 치 부동산 환경이 결정된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실 것이다.

#부동산 관점에서 특별히 주의해서 봐야 할 공약 유형

첫째, “임기 내에 ○○ 지하철역 개통하겠다”는 식의 교통 공약이다. 광역철도와 도시철도의 사업 기간은 통상 10년 이상이다. 단체장 임기 4년 안에 새 노선을 개통하겠다는 약속은 대부분 이전 정부의 사업을 자기 공약처럼 가져다 쓴 경우거나, 실현 불가능한 빈말이다. 노선 협의가 어느 단계인지, 예비타당성 조사는 통과했는지, 재정 분담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같은 디테일이 빠진 교통 공약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

둘째, “규제 풀어서 집값 올려 드리겠다”는 식의 공약이다. 규제 완화 자체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도시는 한 번 무너지면 복원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용적률을 무리하게 풀어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한 단지가 어떤 결말을 맞는지, 학교·도로·공원이 따라가지 않은 신축 단지의 5년 후 모습이 어떤지를 우리는 이미 여러 도시에서 보았다. 단기 부양은 결국 누군가가 비용을 치르게 되어 있다.

셋째, “○○ 기업 유치하겠다”는 산업 공약도 따져 봐야 한다. 진짜 유치 가능성이 있는지, MOU만 체결한 상태인지, 부지·인센티브·인허가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봐야 한다. 기업 유치는 부동산에 미치는 임팩트가 크기에 표심을 자극하기 좋은 공약이지만, 그만큼 빈 약속도 많은 영역이다.

넷째, 개발과 보존이 충돌하는 사안에서의 입장이다. 그린벨트 해제, 군사보호구역 해제, 역세권 고밀개발, 노후 단독주택지 정비 같은 사안은 한쪽 입장만 듣고 결정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양쪽 이해관계자를 모두 만나고 균형 잡힌 해법을 내놓는 후보가, 결과적으로 그 동네 부동산 가치를 가장 잘 지킨다.

다섯째, 이전 임기의 흑역사를 가진 후보다. 도시계획 관련 사업에서 무리한 추진으로 소송에 휘말렸거나, 인허가 비리 의혹에 연루된 적이 있거나, 본인·가족의 부동산 거래 시점이 도시계획 결정 시점과 의심스럽게 겹친 이력이 있는 후보는 일단 보류 대상이다. 화려한 신규 공약보다 과거 행적이 사람을 더 정확히 말해준다.

#결론: 한 표의 무게

부동산은 결국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사람이 모이게 만드는 것은 일자리, 교통, 학교, 공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조율할 줄 아는 행정이다. 그 행정의 최고책임자를 우리가 직접 뽑는 것이 지방선거다.

정당의 이름표를 떼고 후보 한 사람 한 사람을 들여다보면, 그 동네에서 평생을 산 사람과 잠시 머물다 갈 사람이 보인다. 동네 골목까지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과 동네 이름도 헷갈리는 사람이 보인다. 구체적인 숫자로 말하는 사람과 멋진 표어로만 말하는 사람이 보인다. 약속을 지킨 이력이 있는 사람과 약속을 잘 만들어 내는 사람이 보인다.

4년 치 부동산 환경이 6월 3일 하루에 결정된다. 거창하게 말하면 그렇다. 더 정확히 말하면, 4년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칠 도시의 골격이 그날 결정된다. 도시계획은 한 번 잘못 그어지면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잘못 들어선 도로 하나, 잘못 묶인 정비구역 하나가 30년의 후유증을 남기는 것을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왔다.

부디 정당이 아니라 사람을, 구호가 아니라 공약을, 미사여구가 아니라 숫자를 보고 한 표를 행사하시기 바란다. 지역과 지역민을 위해 진심으로 일할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은, 좋은 부동산을 알아보는 안목과 본질적으로 같다. 화려한 외관에 속지 않고, 입지와 기초체력과 미래 가치를 따지는 그 눈, 우리가 부동산을 고를 때 쓰는 바로 그 눈으로 후보를 고르시면 된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3040 부린이 처음 부동산 투자(2026)’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