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돋보기] 팬데믹 이후 다시 생각하는 신인류

2026. 5. 2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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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대전시립박물관 학예연구과장

2019년 겨울,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19'는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집단행동을 규제했고 개개인은 격리됐으며 사회는 단절됐다. 2024년, 코로나 19는 인류 모두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채 공식적으로 종식됐지만 지금도 간간이 발생하고 있으며 타인과 거리두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개인과 사회는 격리되고 단절되면서 인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는데 그것은 팬데믹 이전과 같은 도시, 사회로 돌아가면 인류는 또다시 멸망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게 긴 겨울잠을 잔 인류는 모든 구조를 다시 새롭게 개편하기 시작했다. 격리 속에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감각과 감정을 다시 재인식하고 인류의 사고와 문명을 지배했던 고정관념보다는 개인의 존엄성을 먼저 생각하는 신인류의 사고방식이 점점 증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문화 또한 팬데믹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그것은 신체의 감각, 정신적인 감성이라는 문화 키워드가 개인과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눈에 띄게 부각되고 있으며 신인류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자주 등장하고 있다. 감각은 오감에서 오는 신체의 감정이다. 예술은 오감 중 결여된 감각을 넘어 예술로 치환하는데, 청각을 잃은 사진작가가 전 세계도시를 여행하며 들리지 않는 세상을 자신만의 눈으로 읽어낸 부산의 사진작가 김영삼처럼, 혹은 100년 동안 쌓인 대흥동성당의 먼지와 흔적을 면봉으로 채집해서 향수로 만들고 대흥동성당의 기억과 시간을 후각으로 영원히 기록하고 남긴 대전 작가 김지수까지 감각은 예술과 함께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틴 선 킴'은 청각 장애인으로 살아온 삶을 토대로 음표와 악상기호, 미국의 수어(ASL)를 활용한 목탄 드로잉을 선보이며 현대사회가 간과하고 있던 차별과 편견을 예술로 치환하고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여는 작품세계를 펼쳐 왔다. '크리스틴 선 킴'은 2025년 영국에서 세계 미술계에 영향력 있는 사람을 뽑는 '아트리뷰 100'중 34위에 오른 예술가이다.

또한 최근 박물관·미술관에서는 일렬로 나열하는 예전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시를 보는 관람자에게 보고 듣고 즐기며 공감하도록 유도하는 동양철학의 정수 '사유의 방'을 연출하기도 한다. 2014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한국관에서 어두운 큰 원형의 전시실 한가운데에 조선의 백자가 큰 공간에 눌리지 않고 공간을 압도하며 밝게 빛나고 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 국립부여박물관의 금동대향로 등 사유의 방을 연출하고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오래전에 '사운드 아트'가 있었다. 한국에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오직 소리의 질량과 리듬만으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예술이다. 20세기 초 유럽에서 시작한 사운드 아트는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유입됐으나 테크놀러지아트와 비디오 아트, 인터렉티브 아트 등 각종 미디어 아트의 빠른 성장과 확장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하고 타 장르의 음향효과로 전락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대략 4년 동안 격리된 인류는 그 시간만큼 잊혀진 감각과 감성에 대해 각성하게 되었고 신인류로 진화하고 있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인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다시 미래를 꿈꿔야 한다. "나는 다시 생각한다. 고로 나는 다시 존재한다"라는 신인류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감각과 사유로 판도라 상자를 다시 열어야 할 때이다. 김민기 대전시립박물관 학예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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