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체할 걱정 없어"…日 청년, 블루칼라 이직
용접 등 기술직 40%가 대졸자
최근 일본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화이트칼라(사무직)에서 블루칼라(생산·기술·현장직)로 이직하는 ‘역(逆)유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빠른 확산으로 ‘사무직이 먼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는 게 젊은 층 직업관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인재 서비스 기업 레바레지즈가 지난 3월 블루칼라 종사자 7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20.4%)이 화이트칼라 출신이었다. 다른 현장직에서 이직한 비율은 45.2%였으며 신규 입사자는 31.5%였다. 최종 학력은 ‘대학 졸업’이 39.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고등학교 졸업(37.3%)과 전문학교 졸업(15.1%)이 뒤를 이었다.
일본에선 행정직과 중소기업 사무직이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인간 육체노동과 정밀한 숙련도가 필요한 용접, 목공, 자동차 정비, 전기 설비 등 전문 기술은 미래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모노즈쿠리) 문화가 결합하고 최근 유튜브 등 SNS에서 세련된 작업복을 입고 전문성을 뽐내는 청년 기술자가 ‘쿨한 전문가’로 평가받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설문 응답자들은 블루칼라를 선택한 주요 이유로 ‘AI로 대체되기 어려운 안정감이 있어서’(14.5%) ‘인력 부족으로 향후 이직 시 걱정이 없을 것 같아서’(13.1%) 등을 꼽았다.
현장직으로 전환한 이들의 만족도는 비교적 높았다. 블루칼라의 보람에 관한 물음에 ‘생활을 지탱할 수 있는 수입을 얻는다’는 답이 40.9%로 가장 많았다. ‘기술과 스킬을 살릴 수 있다’(25.3%) ‘일의 성과가 눈에 보인다’(21.3%)가 뒤를 이었다. 현재 직무에 대한 불만(복수응답)으로는 ‘급여 수준이 낮다’(30.7%) ‘체력적으로 힘들다’(23.1%) ‘만성적인 인력 부족’(22.1%)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
대학 졸업 후 제약사에서 일하다가 도쿄의 한 도로정비회사에서 현장직으로 근무하는 후세가와 고이치 씨(29)는 “사무실에서 눈치 보며 스트레스받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작업이 쉽지 않지만 땀 흘린 만큼 성과가 눈에 보이는 삶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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