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삼성후자·SK로우닉스’… 뿔난 계열사, 성과급 집단행동 조짐

장우진 2026. 5. 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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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연봉 낮은데…” 불만 확산
삼성 이어 SKT·이노 갈등 조짐
반도체 연봉, 500대 기업의 7배
해외까지 파장… TSMC 파업설
삼성 비반도체, 투표중지 가처분


“지금 SK그룹에는 SK하이닉스와 SK미들닉스(텔레콤 등), SK로우닉스(정유·석화계열)라는 신조어가 퍼진다. 앞으로는 SK로우닉스 다닌다고 얘기해야겠다.”

“이제 삼성전자와 후자(後者), 서자(庶子)로 회사명을 바꾸자. 삼성서자의 삶이 잔혹한 현대사회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적자 사업부에도 수억원대의 성과급을 챙겨주는 노사 합의를 맺자 세트(완제품) 부문을 넘어 계열사까지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평소에도 ‘갑 같은 을’로 불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인데, 이번 성과급 노사 합의로 이제 ‘슈퍼을’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비롯해 사내 게시판 등에서는 이 같은 글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경우 특히 적자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 사업부까지 억대 성과급을 받게 된 것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적자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1년차 신입 직원도 이번 임금·단체협약이 체결될 경우 약 1억6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을 포함한 삼성전자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7억원 수준으로 다른 대기업의 7배, 일반 기업의 14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SK그룹 내에서도 SK하이닉스를 빗댄 ‘미들닉스’, ‘로우닉스’ 등 자조 섞인 표현이 등장하는 등 직원들이 열패감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조만간 올해 하반기 성과급 대체 보상제도 도입 등을 사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도 초과이익성과급(OPI) 산정 방식을 경제적부가가치(EVA) 20% 또는 영업이익 10%로 변경하기 위한 임직원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 계열사 노조에서는 성과급을 포함한 인금인상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 허탈감과 박탈감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평소 삼성전자에 비해 처우가 뒤떨어진다며 자조해 온 계열사 직원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는 게 복수의 삼성 계열사 임직원들의 전언이다.

이들 계열사들의 임금 인상률과 OPI 지급률은 ‘형님’인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의 임금 인상률은 각각 6.2%, 4.0%, 5.9%로, 삼성전자(6.2%)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성과급 산정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연봉의 최대 50% 이내로 산정하는 OPI 방식을 기존 EVA 기준에서 영업이익 10%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계열사들은 여전히 EVA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흑자를 내고도 OPI 비율이 낮았던 계열사일수록 반발 기류가 강하다. 삼성전기의 경우 지난 2023년 6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OPI 지급률이 연봉의 1%, 2024~2025년(5~6%)에도 한 자릿수에 그쳤다.

올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영업이익 1조5000억원 안팎의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되는 만큼, 성과급 확대 요구가 더욱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의 경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작년 OPI가 ‘제로’(0)를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적자 DS 사업부까지 챙기면서 직원들의 내부 동요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노사는 기존 OPI 1.5%, 특별경영성과급 10.5% 등 영업이익의 12%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기로 합의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DS부문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연간 사업성과 300조원 기준 특별경영성과급으로만 최대 5억5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연봉 1억원 기준 50000만원의 OPI를 더하면 연봉 외에 성과급만 6억원으로, 총급여는 세전 7억원 수준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분석 가능한 211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500대 직원 1인당 성과급을 포함한 실질 평균 연봉은 1억280만원이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들이 받는 연간 평균 총액은 이보다 7배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분석한 국내 모든 사업체의 상용 근로자 1인당 임금 총액은 작년 기준 5061만원으로 삼성전자 직원 1인당 평균과 거의 14배 차이가 난다.

SK그룹도 상황은 비슷하다. SK하이닉스가 ‘수억원대 성과급’ 스타트를 끊으면서 그룹 내에서는 ‘하이’닉스라는 말이 등장했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에는 ‘미들’닉스, SK이노베이션에는 ‘로우’닉스라는 별칭이 붙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하반기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양사의 성과급 파장은 해외까지 뻗었다. 23일(현지시간) 대만 자유재경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TSMC 직원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성과급 삭감 루머에 항의하며 파업까지 거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58% 급증한 5725억대만달러(약 26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자유시보는 “일부 TSMC 직원이 삼성전자와 유사한 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소식은 대만을 넘어 미국 주요 언론들도 관심 있게 다루고 있다. TSMC는 오는 7월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으로, 구체적인 지급 정책은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재계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노사 합의가 단순한 임단협 타결을 넘어 삼성 그룹 전반의 노사 지형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처럼 계열사 노조 역시 ‘파업’ 카드를 들고 조직 확대와 연대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현재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자 임금 인상률을 기존안보다 높여 교섭을 마무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질베르 웅보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을 만나 이 같은 성과금 이익 배분 논란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손 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선제적 투자가 필수적인 산업으로, 노조의 이익 배분 요구는 기업과 국가 경제에 불확실성을 초래한다”며 “경영계는 이런 움직임이 노사관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반도체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이하 동행노조)는 26일 오전 수원지방법원에 찬반투표 절차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한다. 동행노조는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초기업노조)가 자신들을 투표 과정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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