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 원유 수입 뚫린다” 낙관 확산…日·대만 증시 최고가 랠리
60일 임시 휴전 연장안 원칙적 합의
호르무즈 통행량 전쟁 전 수준 회복
美, 이란 석유 수출 금지 해제도 추진
백악관 “종전 후 1~2개월이면 충분”
일각선 “내년 2분기 정상화” 엇갈려
아직 2000척 발묶여…기뢰 등 변수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25일 일본과 대만 증시가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중동발(發) 에너지 위기에 짓눌려 있던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이란이 60일 휴전안에 합의하고 호르무즈해협 통행량을 전쟁 전 수준으로 되돌리며 이란의 석유 수출 금지를 해제한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최대 6% 이상 급락한 영향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모두 자국 강경파를 설득해야 하는 등 막판 변수가 남았고 종전이 아닌 임시 휴전 논의라는 점에서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신중론이 나온다. 지금 당장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열려도 늦으면 내년 2분기나 돼야 정상화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낙관론을 경계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날 글로벌 원유 벤치마크인 영국 브렌트유는 장중 6% 이상 급락해 지난달 24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장중 6% 이상 떨어져 90달러 초반대까지 가격이 뚝 떨어졌다.

미군의 ‘장대한 분노’ 작전(올 2월 28일) 직후 시작돼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80여 일 동안 짓눌러온 호르무즈해협 봉쇄 악재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유가가 낮아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이란이 체결을 검토하고 있는 양해각서(MOU)에 해협 통행량을 30일 내에 전쟁 전 수준으로 원상 복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하며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앞서 파르스·타스님 등 이란 매체들 역시 MOU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WP에 따르면 이란·미국 및 동맹국들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작전을 즉각 종료한다고 선언하는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에너지 비상 사태에 돌입했던 아시아 국가들은 한숨 돌린 분위기다. 중동산 에너지 수입 비중이 90% 이상인 일본과 대만 증시는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사상 처음으로 6만 4000을 돌파한 후 단숨에 6만 5000선까지 깨뜨리는 등 파죽지세를 보이며 6만 5158.19로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동 정세 완화를 예상해 유가가 낮아지면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매수 행렬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대만 자취엔지수 또한 4만 3644.40으로 3.26% 올라 직전 거래일(5월 22일) 기록한 최고가 4만 2267.97를 하루 만에 경신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이자 대만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인 TSMC는 2.44% 올라 상승장을 주도했다. 필리핀 PSEi(0.80%), 중국 상하이종합(0.96%) 등 다른 아시아 증시들도 동반 상승했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충격이 회복되는 시점을 놓고 전망은 엇갈린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미 CBS 방송에 출연해 “미국과 이란 전쟁이 끝나면 1~2개월 뒤에 세계 모든 정유 시설에 필요한 양의 원유가 공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떨어진 거리에 따라 나라별로 차이가 있을 뿐 일단 해협이 개방되면 유조선들은 다시 돌아갈 것이고 거의 즉시 정유 시설들에 원유를 다시 채워넣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80일 넘게 막혀 있던 호르무즈해협이 정상화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현재 호르무즈해협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페르시아만 해역에 발이 묶인 선박은 약 1500~20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해협에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뢰 제거 작업도 핵심 변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기뢰 제거 함정과 장비를 현장에 배치하는 데만 수 주가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보험사들도 선박 호송과 추가 안전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물류 비용 상승과 운송 지연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에너지 기업 애드녹의 술탄 알자베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분쟁이 당장 끝나더라도 호르무즈해협 통행량이 전쟁 이전 수준의 80%를 회복하는 데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완전한 정상화는 내년 1분기나 2분기 이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대와 달리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일부 떨어지더라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상품 담당 이코노미스트 하마드 후세인은 “석유 시장의 수급 균형이 실질적으로 개선돼야 가격 하락 추세가 나타날 텐데 이는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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