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공공기여 제각각…‘압여목성 재건축’ 속도차 벌어진다

천민아 기자 2026. 5. 25. 17:5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엇갈리는 구역별 추진단계
압구정 1구역 조합추진위 단계
여의도 미성은 조합 설립에 난항
목동 7단지 신탁방식 두고 잡음
성수 로열층 배정 등 공고 철회
일각선 “서울시 중재기능 강화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재건축 진행중인 시범·대교아파트 전경. 오승현 기자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압여목성)에서 시공사 선정이 잇따르면서 재개발·재건축이 본궤도에 올랐다. 수조 원대 공사비를 놓고 치열한 수주전이 이어지면서 이들 지역 전체가 일제히 속도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사업 단계는 구역별로 엇갈린다. 입지나 노후도 같은 물리적 조건보다 조합 내부 갈등이나 공사비 협상, 공공기여 협의 등을 둘러싸고 단지별 사업 속도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여목성 주요 정비사업지의 사업 단계는 선도 구역과 후발 구역 사이에 최소 2~3단계 이상 벌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압구정에서는 지난해 9월 2구역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데 이어 4구역이 이달 24일 삼성물산에게 공사를 맡기면서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1구역은 여전히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6구역도 한양5·7·8차 간 통합 재건축과 단지별 재건축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며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의도에서는 대교아파트가 이달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며 ‘9부 능선’을 넘었으나 미성아파트는 아직 조합조차 설립되지 않은 상태다. 목동에서는 6단지가 DL이앤씨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아크로 목동 리젠시’라는 새 단지명을 제안받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1~3단지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 또는 조합설립인가 단계로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도 1지구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2지구는 조합 내홍 이후 새 집행부를 꾸리고 시공사 선정 절차를 다시 밟고 있다. 4지구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내달 27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연다.

사업 지연을 키우는 가장 대표적인 변수 가운데 하나는 조합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다. 건설사들이 공사비와 사업 리스크를 따져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조합 내홍이 겹친 사업장에서는 현장설명회 흥행이 실제 입찰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성수2지구는 지난해 9월 조합장의 성 비위 의혹과 사퇴 번복 논란이 불거진 직후 진행된 1차 본입찰에서 응찰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었다. DL이앤씨까지 참여를 포기했고, 새 집행부는 올 3월에야 출범해 시공사 선정 절차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

압구정도 비슷한 상황이다. 압구정1구역(미성1·2차)은 미성1차의 단독 재건축 주장과 강남구청을 상대로 한 소송 등으로 추진위원장 자리가 약 3년여 동안 공석이다. 한강 조망이 가장 우수한 구역 중 하나로 꼽히는 6구역(한양5·7·8차) 역시 세 단지 간 통합·분리 재건축을 둘러싼 이견이 수 년째 풀리지 않으면서 6구역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재건축 추진은 사실상 추진위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목동에서는 조합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떠오른 신탁 방식을 놓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7단지는 코람코자산신탁과 예비신탁사 업무협약을 맺었다가 소유주 다수가 “절차와 정보 공유가 불투명하다”고 반발하면서 조합 방식을 택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목동 14개 단지 가운데 8개 단지가 신탁 방식을 채택한 상황에서 일부 단지에서 조합원들이 높은 수수료와 의사결정 구조를 문제 삼으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거나 조합 방식 전환을 요구하는 등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다.

공사비도 사업 속도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압여목성 일대 공사비는 3.3㎡당 950만~1240만 원 선으로 높다 보니 단독 입찰과 유찰, 수의계약이 잇따른다. 조합이 공사비를 낮게 제시하면 건설사가 외면하고, 반대로 높게 제시하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내부 갈등이 불거지는 구조다.성수1지구는 지난해 8월 입찰공고에 조합원 로열층 배정, 추가 이주비, 책임준공 등 조합에 유리한 조건을 담았다가 건설사 반발로 공고를 철회했다. 이후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목동 1~3단지나 여의도 미성아파트 등 후발 구역도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공사비 책정을 놓고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공기여 협의가 사업 출발을 늦춘 사례도 있다. 목동 1~3단지는 지난해 12월 정비구역 지정을 마치며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4~14단지와 달리 1~3단지는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남아 종상향 문제가 장기간 사업 추진의 선결 과제였다. 서울시가 종상향에 따른 공공기여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요구하자 주민들이 반발했고, 이후 국회대로 공원과 안양천을 잇는 약 3.5㎞ 개방형 녹지 ‘목동그린웨이’ 조성안이 공공기여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절충점을 찾았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인허가권자 역할을 넘어 조합·비상대책위원회·신탁사·시공사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는 중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지주택연구원 관계자는 “도시정비는 사업 구조가 복잡하고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단순한 행정 지원을 넘어 사업 초기부터 공공이 참여해 분쟁을 조기에 조정해야 한다”며 “특히 갈등이 본격화된 뒤 사후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정비구역 지정과 추진위원회·조합 설립 등 초기 단계부터 법률·재무·도시계획 전문가를 투입해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것이 사업 지연을 막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천민아 기자 mina@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