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자체 등록업체는 버젓이 “신용점수 안 떨어져” 광고
신정원 등록 제외된 지방 대부업
‘대출기록이 남지 않는다’며 홍보
돈 빌린 차주 실제부채 파악 못해
은행 등 여신 심사서도 사각지대


40대 이선우(가명) 씨가 1년간 불법 사금융의 덫에 빠져 고통을 받은 것은 등록 대부업체임을 전면에 내걸고 뒤로는 불법 사금융을 하는 곳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업체에서마저 밀려나면 더 이상 급전을 구할 곳이 없다는 취약층의 사정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사는 25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 인스타그램 등 작성자 특정이 어려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불법 사금융 연계) 영업이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부업 광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큰 틀에서 네이버나 다음 같은 대형 포털 사이트에 불법 사금융 광고가 게재됐을 경우 이를 효율적이면서 빠르게 삭제하는 방안이 무엇일지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광고 규제는 표현의 자유, 사전 검열 문제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현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대부업 전반의 광고와 영업 행태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내놓고 있다. 현행법상 대출 차주의 신용정보 등록 의무가 없는 지방자치단체 등록 대부업체 중 일부가 제도의 빈틈을 이용해 ‘신용점수가 떨어지지 않는다’며 대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지자체 등록 A 대부업체에 신용대출을 문의하며 ‘신용점수가 많이 떨어진 상태인데 괜찮나’라고 묻자 “저희 대출은 신용점수에 영향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카드론 등 기존 대출이 여러 건 있다’고 설명했지만 업체 측은 “연체된 것만 아니라면 소득에 따라 진행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부동산담보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또 다른 대부업체는 홈페이지에 토지담보대출 진행 사례를 소개하며 “이번 대출은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인 자사가 직접 진행했기 때문에 신용 전산에 등재되지 않아 신용등급 관리에도 매우 유리하다”고 홍보했다.
대부업은 자산 규모와 영업 구역 등에 따라 금융위원회 등록과 지자체 등록으로 구분된다. 금융위 등록 대형 업체들은 금리·금액 등 대출 정보와 채권 양도·양수 등 채권자 변동 정보를 한국신용정보원에 제공하고 있다. 현행법상 금융위 등록 대부업체는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의 신용정보 집중 대상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는 이 의무 대상에서 빠져 있다.
문제는 일부 업체들이 이 차이를 ‘신용도 걱정 없는 대출’ ‘대출 기록이 남지 않는 대출’처럼 홍보한다는 점이다. 실제 온라인 대출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는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기존 금융권 대출을 갚고 신용점수를 회복하는 방식이 공유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에서 5000만 원을 대출받아 기존 신용대출 4000만 원을 정리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이 같은 영업은 대부업 광고 규제 취지와 배치된다. 현행 대부업법 시행령은 인터넷 광고 등에 대부 계약에 따른 개인 신용 평점 하락 가능성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권 여신 심사에서도 사각지대가 생긴다.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 대출이 신용정보원에 집중되지 않으면 은행·저축은행·카드사 등은 대출을 실행할 때 차주의 실제 부채를 파악하기 어렵다.
차주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규모가 큰 금융위 등록 대부업체들은 신용정보원에 정보를 등록하지만 연체가 3개월·6개월 이상 이어지면 채권을 매각한다”며 “차주 입장에서는 그 뒤로 채권이 몇 차례 매각됐는지, 현재 내 채권을 누가 갖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는 7237개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의 대출 잔액은 4조 3238억 원으로 전체 등록 대부업 대출 잔액의 34.7%를 차지했다. 전체 대부업 대출의 3분의 1 이상이 신용 정보 집중 의무 밖에 있는 셈이다.
도혜원 기자 dohye1@sedaily.com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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