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기술이 산업 현장으로…GIST, AI·반도체 생태계 구축
'담장 없는 연구소'로 지형 재편
연구-창업-실증 잇는 선순환
실리콘밸리형 혁신 모델 현실화
생산 중심서 설계·지능 산업으로
로보틱스·에너지 융합도 가속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축으로 광주·호남의 산업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단순한 연구·개발 기관을 넘어 대학과 기업, 병원, 지역 산업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개방형 혁신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국토 남부권 첨단산업의 구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핵심은 ‘담장 없는 연구소’다. 연구실에서 출발한 기술이 산업 현장으로 이어지고, 산업에서 검증된 기술이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 고도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기술과 인재,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지역 기반 혁신 모델을 광주에 정착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실리콘밸리형 순환모델’ 현실화
GIST가 추진하는 개방형 혁신 모델은 이미 캠퍼스 안에서 구체적인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라이다(LiDAR) 기반의 공간지능 기업 에스오에스랩과의 협력이다. 이 기업은 GIST 기계로봇공학과 박사과정에서 창업한 이후 코스닥에 상장까지 성공한 대표적인 연구소 창업 회사다.
GIST는 에스오에스랩과 함께 라이다 센서와 AI를 결합한 공간지능 플랫폼 ‘스패디(SPADI)’를 캠퍼스 전체에 적용해 실증하고 있다. 대학은 자율주행 로봇과 스마트 시스템이 실제 운영되는 실증 공간을 제공하고, 기업은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을 다시 고도화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단순한 산학협력을 넘어선다. 대학 연구실에서 출발한 기술이 창업과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실증과 재고도화를 거치는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어서다.
GIST 관계자는 “연구가 창업으로, 성장으로, 실증으로, 재고도화로 이어지는 혁신 순환 모델”이라며 “실리콘밸리형 기술 생태계와 비슷한 구조를 지역 거점 연구중심대학이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전주기 생태계 구축
GIST는 이 같은 개방형 혁신 모델을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핵심은 설계부터 공정, 검증, 패키징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전주기 생태계를 광주에 구축하는 것이다.
대표 사업은 글로벌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 Limited와 협력해 운영하는 ‘GIST-Arm 스쿨’이다. 이 프로그램은 반도체 설계와 공정, 검증, 실증을 아우르는 통합형 교육·연구 플랫폼으로, 석·박사 과정과 산업체 재직자 교육까지 포함해 연간 1400명 규모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 검증 분야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GIST는 글로벌 계측·테스트 장비 기업 NI(National Instruments)와 함께 ‘NI 스쿨’을 개설해 반도체 패키징과 검증 교육, 실습 환경을 제공한다. 학생과 연구자는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수준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지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첨단 패키징 전문기업 네패스와의 협력도 더했다. GIST와 네패스는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시대에 대비해 칩 간 이종접합 및 고집적 패키징 공정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GIST 첨단 AI 반도체팹센터 내 연구분소 설립도 추진 중이다.
이번 협력은 기존 설계(Arm)-검증(NI) 중심 구조에 후공정·패키징 분야까지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면서 GIST는 사실상 반도체 전주기 혁신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중심의 AI 반도체 산업 구조를 남부권으로 확장하는 데 GIST가 핵심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부권 혁신 플랫폼으로 진화
GIST의 혁신 전략은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래 모빌리티와 에너지 산업까지 포함해 광주·전남 산업 구조 전체를 AI 기반 고부가가치 산업 체계로 전환하는 작업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GIST는 한국전력공사, 포스코퓨처엠, 한국에너지공과대학 등과 협력해 제조 공정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생산 최적화와 데이터 기반 품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기술이 산업 현장에 도입되면서 기존 제조 중심 산업 구조는 AI 알고리즘 설계와 반도체 IP 설계, 로봇 기반 스마트 제조, 데이터 기반 공정 혁신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광주·호남 산업 구조 자체를 생산 중심에서 설계·데이터·지능 중심 산업으로 전환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GIST는 이를 기반으로 AI·반도체·로보틱스·의료를 결합한 복합 혁신 클러스터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4극 3특 지역 균형발전 전략과 맞물려 남부권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임기철 GIST 총장은 “GIST는 연구중심대학을 넘어 기술과 산업, 인재를 연결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연구실에서 시작된 혁신이 산업 현장으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사회 성장으로 확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광주와 호남을 남부권 AI·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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