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美서 인정받은 자체 콘텐츠…세계 문화예술 플랫폼 꿈꾼다
창작 VR 작품 '잊어버린 전쟁'
미국 SXSW 축제서 특별상 받아
기술 융합 콘텐츠 잇따라 선보여
국제 문화교류 네트워크 중심축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개관 10주년을 발판 삼아 세계적인 문화교류 거점기관으로의 도약에 나선다. 지역 문화시설을 넘어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세계와 연결하는 창·제작 플랫폼으로 역할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ACC는 2026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융복합 콘텐츠 제작과 국제 문화교류, 지역 상생, 문화예술 교육까지 아우르는 종합 문화예술 기관으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월 누적 방문객 2304만명 달해

25일 ACC에 따르면 2015년 11월 개관한 ACC는 지난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역대 최다 방문객인 359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 4월 기준 누적 방문객은 2304만 명에 달한다. 개관 이후 지난해까지 제공한 콘텐츠는 총 2277건이며 이 가운데 자체 창·제작 콘텐츠 비중은 79.4%(1809건)에 이른다. 지난 10년 동안 ACC는 연평균 200건 이상의 콘텐츠를 선보이며 문화예술 향유 공간이자 국제 문화교류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국내외 176개 기관·단체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아시아 문화예술의 실험과 교류를 이어온 것도 ACC의 강점으로 꼽힌다.
ACC는 올해를 기점으로 기존 전시·공연 중심 기관을 넘어 글로벌 창·제작 플랫폼 기능을 본격 강화한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ACC 창·제작 작품 ‘잊어버린 전쟁(The Forgotten War)’이다. 이 작품은 지난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창의산업 축제 SXSW에서 XR 익스피리언스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XR 익스피리언스 부문은 전 세계 실감형 콘텐츠 가운데 미래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선정하는 무대다.
‘잊어버린 전쟁’은 한국과 아시아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으며 최종 수상까지 이어지며 ACC의 국제 경쟁력을 입증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권하윤 작가와 협업한 이 작품은 6·25전쟁의 전환점이 된 지평리 전투 참전 용사들의 기억을 위치 기반 상호작용 가상현실(VR)로 구현했다. 관객은 가상공간 속에서 전쟁의 기억과 마주하며 역사적 경험을 체험한다. ACC는 이번 수상이 단순한 작품 성과를 넘어 연구개발과 콘텐츠 창·제작 시스템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시대 아시아 예술 실험장으로
ACC는 올해 전시와 공연 분야에서도 기술 융합형 콘텐츠를 대폭 확대한다. 대표 전시 가운데 하나인 ‘ACC 필름앤비디오-아시아의 장치들’은 아시아 각 지역의 역사와 투쟁, 사회적 기억을 영상예술로 풀어낸 프로젝트다. 오는 9월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에는 31명의 작가가 참여해 총 64개 작품을 선보인다. 여성 실험영화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한옥희 감독의 미공개 작품과 봉준호 감독의 초기 작업도 포함됐다.
또 다른 핵심 전시인 ‘코스모 아시아 피플(COSMO, ASIA, PEOPLE)’은 환경 재난과 전쟁, 정보기술 혁명 이후의 시대를 아시아적 관점에서 조망한다. 아시아 8개국 31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김수자의 ‘연역적 오브제’, 이인성의 ‘경주의 산골에서’ 등 근현대 작품 102점을 소개한다. ACC는 이번 전시에서 동시대 아시아 예술이 제시하는 새로운 인간상과 미래 가능성을 탐색한다.
오는 8월 열리는 ‘ACC 미래상: 김영은’도 관심을 끈다. ACC 미래상은 미래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영은 작가는 100채널 스피커와 조명, 음향 구조물을 활용해 관람객이 공간 전체를 감각적으로 체험하는 몰입형 설치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첫 번째 수상자인 김아영 작가가 생성형 AI 기반 작품으로 국제 미술계에서 호평받은 만큼, 이번 전시 역시 주목받는다.
오는 10월에는 예술과 첨단기술의 융합을 보여주는 ‘ACT 페스티벌 2026’이 열린다. 올해 주제는 ‘아이·휴먼(I·Human)’이다. 피지컬 인공지능(AI) 기반 로보틱스와 몰입형 확장현실(XR), 시각예술과 사운드아트를 결합한 퍼포먼스 등 다양한 융복합 콘텐츠가 소개될 예정이다.
공연 분야에서는 ACC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미디어 판소리극 시리즈가 이어진다. 그동안 ‘드라곤 킹’, ‘두 개의 눈’, ‘시리렁 시리렁’을 선보인 ACC는 올해 판소리 적벽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적벽(가칭)’을 준비 중이다. 지역 전통예술과 문화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공연 문법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 상생·문화복지 강화
ACC는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지역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의 ’산수극장‘과 원로작가 오승윤 특별전을 개최한 데 이어 올해는 지역 작가 지원 플랫폼 ‘ACC 뉴스트(NEWST)’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새롭게 조성한 전시 7관에서 광주·전남 지역 작가의 창작과 전시를 지원하며 지역 기반 문화예술 생태계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문화 프로젝트도 계속된다. ACC는 지난해 광주시 동구와 협업해 ‘별별브릿지마켓’, ‘동명커피산책’을 운영했고,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설치한 ‘잔망루피’ 포토존을 활용해 지역 상권과 연계한 굿즈 판매를 진행했다. 올해는 ‘벨리곰 포토존’과 지역 상생 프로젝트 ‘X-프로젝트’로 소상공인과의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시아문화박물관의 기능도 확대한다. ACC는 동남아시아 상설전시 ‘몬순으로 열린 세계’, 중앙아시아 전시 ‘길 위의 노마드’에 이어 올해 서아시아 문화교류 확대에 나선다. AI 기반 아시아 이야기 지도 구축과 신화·설화를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 개발도 추진한다.
문화 복지 확대 역시 주요 과제로 삼았다. ACC는 장애인과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모두를 위한 ACC 개선 과제’ 19건을 추진 중이다. 배리어 프리 전시와 시니어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배리어 프리 전시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는 서울과 김포에 이어 올해 중국 상하이 전시도 추진한다.
김상욱 ACC 전당장은 “ACC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역할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누구나 문화예술의 가치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열린 문화기관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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