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대신 홍루몽을 읽어라” 중국 비판적 인문학자 류짜이푸 별세

박은하 기자 2026. 5. 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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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짜이푸가 홍콩의 원격대학인 홍콩 메트로폴리탄 대학(옛 이름 홍콩공개대학)에서 강연하고 있다./홍콩 메트로폴리탄 대학 공개

1980년대 중국의 자유주의적 문화 운동을 이끌었던 인문학자 류짜이푸(劉再復)가 2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한국에서는 <삼국지>와 <수호전>에 대한 독창적 비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홍콩 명보는 유가족을 인용해 류짜이푸가 이날 항저우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류짜이푸의 딸 젠메이는 위챗 모멘트에 “온 가족이 아버지의 별세로 슬픔에 잠겨 있다“며 “아버지는 33년간의 미국 생활 ​​동안 중국 지식인으로서의 위엄을 지키며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적, 정신적 터전을 세웠다”고 적었다.

류짜이푸는 1941년 푸젠성 난안에서 태어나 1963년 샤먼대 중문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소장과 잡지 <문학평론> 편집장을 역임하면서 중국의 새로운 문화·예술 연구를 이끄는 대표적 지식인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중국에서는 문화대혁명 종결과 개혁·개방 정책 영향으로 서구의 자유주의 사상과 중국의 전통 미학 등 새로운 사상 전반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항쟁 이후 류짜이푸는 망명 생활을 하면서 중국 문학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이어갔다. <홍루몽> 등 중국 고전 연구로 유명하다. 미국의 시카고대와 콜로라도대, 스웨덴의 스톡홀름대,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 홍콩시립대, 대만 국립중앙대 등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2001년에는 중국 망명 작가인 노벨상 수상자 가오싱젠과 중국 문학의 세계화를 주제로 대담하기도 했다. 말년에는 다시 중국에 돌아가 생활했다.

중국 사상가인 리쩌허우(李澤厚)와 함께 출간한 대담집 <고별혁명>에서 혁명이 아닌 비폭력적이고 점진적 개혁을 통해 사회를 바꿔 나갈 것을 주장했다. 이 책은 타인을 ‘반동’이라고 규정하지 않는 새로운 사회 운동을 주장하며 공산혁명, 문화대혁명, 톈안먼 항쟁에 이르기까지 중국 현대사에 대한 반성을 담아 중국 지식인들에게 큰 논쟁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고별혁명>은 1995년 홍콩, 1999년 대만, 2003년 한국에 출간됐다. 중국 본토에서는 출간되지 않았다.

류짜이푸는 대표적 중국 고전으로 평가받는 <삼국지>와 <수호전>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저서 <쌍전>에서 <삼국지>와 <수호전>이 반역과 폭력, 권모술수를 정당화하며 “중국인의 마음을 통치해 왔다”고 밝혔다. 또 이를 대신할 중국 문화의 원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전>은 2012년 한국에도 출판됐다.


☞ [책과 삶]삼국지의 ‘권모술수’와 수호전의 ‘폭력성’을 고발
     https://www.khan.co.kr/article/201204132028395/amp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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